[Opinion] 타인의 인생영화 - 백 모씨의 이터널선샤인 [영화]

이터널선샤인을 세 번쯤 보니 드는 생각이, 굳이 왜 저렇게까지 사랑을 할까?
글 입력 2020.10.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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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생영화 이터널선샤인.jpg

 


제 친구, 지인의 인생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합니다.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문장 교정, 매끄럽게 다듬기 용으로만 수정을 거친 글이며 전반적인 대화를 그대로 붙여넣기 했습니다.

 

*

 

인터뷰에 앞서 최고의 인생 영화를 하나만 꼽아주세요.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디자인쪽 일 하고 있는 26살 백OO입니다.

 

 

지금까지 보신 영화 중에 최고로 꼽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무슨 영화인가요?

 

제가 최고로 꼽는 인생영화는 참 많지만.. 그 중에서 제일은 ‘이터널 선샤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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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얼마 전 이별을 한 연인이 있다. 조엘(짐 캐리)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마주치지만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지우는 시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도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막상 시술을 시작하자 기억을 지우는 것을 멈추려 애쓰지만 이미 늦었고.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운 둘은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 채로.

 

 

어떤 점에서 그 영화를 제일로 꼽으시는 건가요?

 

살아오면서 제일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때라고 해야하나.. 제 인생에서 사랑이 참 중요한데요. 사랑때문에 행복했다가 사랑때문에 아파서. 그래서 기억을 지웠다가 결국 다시 또 바보같이 사랑하는 이 영화가 기억에 제일 오래 남을 수밖에 없었어요.

 

 

영화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사랑때문에 행복했다가 사랑때문에 아파서. 그래서 기억을 지웠다가 결국 다시 또 바보같이 사랑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쵸, 영화를 본 사람이 설명할 때 대략적인 내용은 비슷하겠지만, 제가 설명한다면 그렇게 설명하는게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보신 적이 있으세요?

 

최근에는 못봤는데 한 세 번 정도 다시 본 것 같아요. 겨울이 되면 생각이 많이 나요. (오프 더 레코드로 영화를 처음 본 계기는 전남친을 꼬시기 위함. 그가 이터널 선샤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찾아봤다고 한다. “이렇게 올려도 되니?”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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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겨울에 생각이 많이 날까요?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눈밭에 두 주인공이 있는 포스터로 접하기도 했고, 또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눈이 엄청 오는 날 열차에서 만나거든요. 그 장면이 인상 깊어서 겨울에 생각이 많이 나요.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조금 더 이어진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주로 사랑에 아플 때 이 영화를 다시 봤다고 한다. 그 전남친이 군대에 갈 때 - 입대 5 일 전에 입대 소식을 알렸다. -, 세 번째 헤어졌을 때. 사랑 때문에 아픈 그 때마다 마침 계절도 겨울이라서 이터널선샤인이 떠올랐다고 한다.)

 

(“주로 사랑에 빡칠 때 다시 보는데 그게 겨울이라 ‘아 이 감정이면 이 날씨에 이터널 선샤인을 봐야겠다’구나?” / “응. 아, 이 빡침은 이터널선샤인만 해결해 줄 수 있는 빡침이다.”)

 

 

그쵸, 눈밭에 누워있는 주인공들의 장면이 인상 깊어서 겨울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영화가 주로 보여주는 둘의 관계가 겨울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의견이네요. 제가 조금 덧붙이자면 '봄이 오고 있는 겨울' 같아요. 결국 둘은 서로를 다시 택했으니까요. 저는 함께하는 게 따스함이고, 이는 곧 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겨울에만 멈춰 있는 건 아닌거죠.

 

 

맞아요,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결말이 봄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이 영화는 '봄이 오고 있는 겨울 영화'가 맞을 것 같네요.

 

 

세 번이나 이 영화를 다시 보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볼 때마다 감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나요?

 

짧은 텀으로 영화를 다시 본 건 아니었어요. 처음 봤던 건 2016년 여름, 그 다음은 2018년 초입, 그리고 그 다음이 올해 초였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본 시기를 이렇게 잘 기억하다니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뒷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시기를 잘 기억할 만 하다. – 앞서 언급한 전 남친과의 해프닝들 때문에 찾아봤다는 그)

 

음. 감상이 달라졌다는 게 맞는 표현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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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 수록, 영화를 보는 나도 달라지면서 다른 인물에 이입이 된다든가, 다른 상황이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처음에 봤을 때는 와 그치 저게 사랑이지. 힘들고 아파도 다시 하는 거지라는 마음. 두 번째 봤을 때는 바보 같지만 나도 저럴 수 있을 것 같아. 최근에 봤을 땐 굳이 왜 저렇게까지? 라는 마음으로. 환경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니까 감상이 달라지더라고요.

 

 

'굳이 왜 저렇게까지'라는 감상에 눈이 가네요. 뒤에 무슨 말이 생략된 건가요? '굳이 왜 저렇게까지 사랑을 다시 할까?' 인가요?

 

맞아요. 굳이 왜 저렇게까지 사랑을 다시 할까.. 제 인생에서 사랑이 정말 중요하지만. 전 처음에 그 영화를 봤을 때만큼 어리지도 않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은 많아져서.. 요즘은 그렇게 힘든 감정을 굳이 유지 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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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하신 것 같군요. 다시 사랑하게 된 둘은 과연 다시 '잘'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지금의 백OO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잘 사랑하고 못 사랑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들은 그들이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겠죠. 사랑에는 잘 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고 마음이 닿는만큼만. '마음이 다 할 때까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의 전 잘하려고도 노력하지 않는 마음이 다 할 때까지의 사랑이 좋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언젠가 마음이 다 하는 순간까지만 지속되는 결말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예/아니오)

 

예. 모든 사랑에는 끝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기억을 지우는 병원의 직원들은 망각은 축복이라는 니체의 말을 언급한다고 해요, 그렇다면 둘은 기억을 한 번 지움으로써 닳아가는 마음을 다시 리셋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쵸, 그리고 또 다른 끝을 향해 바보 같은 사랑을 시작하는 거죠. ("졸리니까 빨리 다음 질문ㄱㄱ")

 

 

이 영화에 대해 코멘트를 남긴다면? *왓챠에 코멘트를 남긴다고 생각해주세요. 왓챠의 코멘트를 참고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만약 참고하신다면 어떤 코멘트를 참고하고 영감을 받았는지 알려주세요.

 

전 왓챠 코멘트를 자주 쓰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를 보고 딱 두 글자를 썼더라고요, "인생". 그 때도 지금도 인생에서 사랑이 참 중요했던 것 같아요. 끝이 있다고는 말하지만 끝이 나지 않았으면, 하는 유일한 감정. 내 인생에 찾아온 사랑 중 계속해서 생각나는 사람과 사랑이 있다면 봤으면 하는 영화. 기억하는 감정만큼 아픈 것은 없다는 걸 알아버린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사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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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에는, 결국 사랑하는 이들은 다시 만나게 되는 필연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굉장히 로맨틱한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이 대화 끝에 드는 생각은, 지긋지긋한 사랑 이야기. 백 모씨가 정의한 사랑에 따르면 둘의 마음은 또 언젠가 닳아버릴 것 같아서. 지금은 심폐소생술로 잠깐 다시 그 닳아가는 마음에 숨을 불어넣어준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또 사랑하다가 말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인터뷰 내내 지긋지긋하다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글을 정리하다보니 '사랑이 끝나면 기억을 지우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이미 끝난 인터뷰이기에 이 정도는 가벼운 아쉬움으로 묻어두기로 하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볼까 한다. 영화처럼, 사랑이 끝나면 기억을 지우고 싶을까?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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