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뻔하지 않은 위로가 필요해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도서]

글 입력 2020.10.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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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나’라는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들을 뻗어 타인에게 향한다. 때로는 타인에게 닿지 못하고 나로 가득 찬 세상에 갇혀 괴로워하기도 한다. 자신을 옥죄이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타인이 내미는 손길은 따스하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그런 이야기다. 한평생 찬란하게 살라고 이름이 찬란이지만, 자신이 누리는 소소한 행복마저도 사치라고 여기는 가엾은 사람이 있다.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진 채 자꾸만 그걸 합리화해서 꼭 보듬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평범해지고 싶어 발버둥 치는 찬란이의 인생에 연극부 부원들이 훅하고 들어왔다. 이상하고 낯설다. 자신의 어두컴컴한 이야기에 그들은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토닥거려준다.

 

믿어보고 싶은 눈빛에 이끌려 용기라는 걸 내본다. 해야 할 것을 하며 나름대로 안도를 했던 찬란은 하고 싶다는 말을 읊조려본다. 그녀는 한평생 하고 싶은 것을 애써 회피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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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찬란이가 겪어왔던 수많은 사람과는 달랐다. 마치 날개 없는 천사 같다. 세상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갈 것만 같은 그들도 찬란이와 똑같은 인간이다. 저마다의 아픔이 마음속에 배여 있다. 그렇기에 서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고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우리는 타인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니까.

 

‘이야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작가의 비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정성스럽게 작가의 말을 꼭 올리는 성실함이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음을 툭 건드리는 지점이 너무 많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꾹꾹 내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내 마음에 오롯이 새기기 위해서 종이 위에 글씨를 새겨본다. ‘21화: 열심히 살아와 줘서 고마워’의 엔딩에 있던 찬란이의 내레이션과 작가의 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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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찬란이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듯 앞으로 찬란이에게 펼쳐질 일이 기대되는 문구와 가끔은 부담스런 이 행위가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 같다는 희망찬 문구가 두근거리게 한다.

 

나도 연극부였다. 남들이 열심히 스펙을 쌓겠다고 자격증을 공부하고 대외활동을 할 때 나는 연극을 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공연을 올리는 게 좋았다. 그 과정에는 싸우기도 하고 이간질에 휩쓸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겹겹이 쌓인 딱지들이 있다.

 

연극을 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함께 걸어가는 길을 배운다. 그것이 도래가, 시온이가, 진이가, 유가 폐부의 위기에 처해있는 연극부에 남아 마지막 공연을 올리려는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찬란이도 연극의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다.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1권을 다 읽고 곧바로 네이버 웹툰에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찾아봤다. 웹툰을 보는 또 다른 묘미는 댓글에 있다. 콘텐츠를 향유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으며 함께 웹툰을 보고 있다는 동질감이 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찬란이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작가님. 제발 우리 찬란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꽃길만 걷게 해주세요.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는 위로와 응원의 힘을 받아 찬란이의 삶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요즘에 생긴 버릇이 있다. 자꾸만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다. 그렇게 정의를 되새겨보면 왠지 친숙했던 그 단어가 낯설어지기도 한다.

 

찬란-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형용사 ‘찬란하다’를 총 4가지 뜻으로 보고 있다.

    

 

1.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이다.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다.

2 .빛깔이나 모양 따위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3. 일이나 이상(理想) 따위가 매우 훌륭하다.

4. 감정 따위가 매우 즐겁고 밝다.

 

 

비슷한 말로는 ‘난연하다’ ‘찬연하다’는 형용사가 있다. 밝고 강렬하고 아름다운 찬란함이 펼쳐졌음 좋겠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욕심부려보고 싶다. 우리는 모두 찬란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니까.

 

수많은 찬란이를 위해 쓴 이 웹툰에 나 또한 공감했고 치유 받았다. 처음에는 찬란이의 배경에 익히 많은 이야기에서 봐왔던 흔히 있는 설정이라 생각하여 야속하기도 했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얽혀있는 고유의 찬란한 감정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초반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지워버렸다.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위로가 웹툰으로 둔갑해 뻔하지 않은 위로가 됐다. 이야기의 힘은 찬란하다. 이 웹툰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찬란한 영향력을 선사하길 바라본다. 다들 뻔하지 않은 위로 한 번 받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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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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