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조의 아이였다면 - 조의 아이들

글 입력 2020.10.07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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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7개월만의 만남이다. 지난 3월 <작은 아씨들>을 읽고 리뷰를 쓴 지 7개월이 흐른 지금, 작은 아씨들 이후의 이야기인 <조의 아이들>을 만났다. 사실 지난 3월 전까지만 해도 <작은 아씨들>이 네 권에 달하는 시리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네 자매의 이야기가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가 있었다니.

 

당시에도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3ㆍ4부가 함께 엮인 이번 <조의 아이들>을 받아보니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는 정말 단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시 마주하자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으면서도 과연 완독이 가능할지에 대한 걱정이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이실직고를 하자면 리뷰를 쓰는 현재 아직 책을 3부까지 밖에 읽지 못하여 이번 리뷰는 플럼필드 학교이야기가 주가 될 예정이다.

 

"이곳 플럼필드의 아이들은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더없이 행복하게 생활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가끔은 싸움도 하면서, 잘못을 고치고 점점 좋은 모습을 찾아갔다. 다른 학교에서는 책에 있는 지식을 더 많이 배웠을지 모르지만,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는 지혜를 얻는 데는 플럼필드가 더 나았다. 라틴어, 그리스어, 수학도 물론 필요하지만 바에르 교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자립심, 자제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덕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고개를 젓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예의범절이나 행동이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했다. 어찌 되었건 이곳은, 조가 냇에게 말했듯 ‘이상한 학교’였다. - p.53"

 

<조의 아이들>은 <작은 아씨들> 2부의 끝자락에서 조가 소년들을 위해 세운 '플럼필드'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년들을 위한 학교는 점점 여자아이들에게도 개방되어 남녀공학으로 바뀌었고, 조와 바에르 부부는 갈 곳 없는 아이들과 본인의 자녀, 그리고 조카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교육한다. 플럼필드는 조의 말대로 '이상한 학교'이면서 '이상적인 학교'였다.

 

토요일 밤이면 베개 싸움을 하고, 거짓말 하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학생이 아닌 교사가 체벌을 받고, 정직ㆍ용기ㆍ근면ㆍ신뢰ㆍ믿음을 가르치고자 하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길러줌과 동시에 놀랄 만큼 공감이 잘 이루어지는 곳. 조는 자신의 학교를 '이상한 학교'라고 말했지만 사실 플럼필드는 '이상적인 학교'였다.

 

이번 책에서 조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주를 이뤄서인지, 나의 학창시절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다. 이미 졸업한지 오래인 나의 초, 중, 고시절은 어땠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플럼필드와 비슷한 연령대인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기독교적 근면함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크리스챤 학교였던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떠올라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온 기분도 들었다.

 

스스로가 선생님 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학교를 다니며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범생이의 삶을 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괜찮은 학교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만약 조의 아이였다면 어땠을까?'와 같은 생각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 계속하여 떠올랐다. 학문적인 배움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배움이 더 컸던 플럼필드의 학생이었다면, 지금의 난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지식보다는 지혜를, 학문보다도 이해와 자립, 자제력을 더 중시하고 가르치는 조의 아이로 자랐다면 과연 지금의 모습은 어떨까?

 

플럼필드 가족은 자신에게 작은 세상과도 같다는 조의 가르침받고,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도와주고 사랑할 거라는 조의 사랑을 받고 컸다면? 그런 나의 모습을 쉬이 상상할 수는 없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조 부부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축복이자 행운이라는 것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큰 욕심은 없어요, 아버지. 전 그냥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맞서 싸울 때 느낄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간단한 것들을 배울 집을 주고 싶은 거죠. 정직, 용기, 근면, 그리고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 대한 신뢰, 마지막으로 신에 대한 믿음. 제가 가르치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 - p.522-523"

 

"그게 전부란다. 아이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고, 남자와 여자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보내는 거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너희들의 노력, 내 사위와 딸의 노력을 기억하고 축복할거야 - p.523"

 

3부를 다 읽은 지금. 마치 조와 조의 남편 바에르로부터 축복을 받고 새로운 길로 가기 위한 출발선에 서있는 기분이 든다. 그들의 가르침을 받지도, 사랑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을 서리나 겨울 눈에도 굴하지 않고 어느 땅에서도 잘 자라는 사랑이라는 꽃이 플럼필드의 아이들과 이 책을 읽은 독자들 모두에게 만개하기를 절로 바라게 되는 마무리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인 4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계속하여 사랑스러운 일들이 함께할까? 읽을 수록 끝 이 다가오는 게 아쉽게 되는 책인 것 같다.

 

곽아람 기자는 추천의 글에 "운명을 개척하면서도 회피하지 않는 적극적이고 용감한 여성들과 그 여성들의 도움으로 꿈을 이루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고 적었다. 너무도 책과 잘 맞는 글귀란 생각이 든다. 아직 작은 아씨들이 1부만 있다는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서 이 흥미로우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용감하고 축복이 가득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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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아이들
- 작은 아씨들 3, 4부 완역판 -
 

지은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 김재용, 오수원

출판사 : 윌북

분야
해외 문학

규격
124*178*60mm

쪽 수 : 1032쪽

발행일
2020년 09월 10일

정가 : 17,500원

ISBN
979-11-5581-299-0 (04840)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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