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라는 카드 게임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즐겨하는 게임이다.
포커의 룰은 간단하다. 플레이어들은 한 게임에 총 7장의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이 중 5장의 카드를 조합하여 족보를 만드는데, 이 족보의 등급이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이기는 게임이다. 한 게임의 승자가 결정되기까지는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패를 숨기거나 혹은 보여주어야 하고, 상대의 패와 나의 패를 비교해가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확률을 계산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표정과 행동, 언행 등을 살피며 심리적인 흐름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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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드 게임을 주제로 한 노래가 있다. 영국 가수 스팅(Sting)의 곡인 ‘Shape Of My Heart’. 게임의 승리보다는 게임 속 숨겨진 무언가를 찾는 데에 더욱 가치를 두는 한 포커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여기까지는 원곡자가 인터뷰를 통해 알려준 정보. 그렇다면 노래 속 포커 플레이어가 찾고자 한 무언가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노래가 주제곡으로 쓰인 영화가 있다. 1994년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레옹’. 마틸다가 레옹의 분신과도 같던 화분을 심는 장면과 함께 이 노래가 흘러나오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아름다우면서도 음산한, 몽환적이면서도 적적한 이 곡은 영화의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잔잔한 통기타 선율에 얹힌 덤덤한 보컬은 레옹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듯하다. 그렇다면 레옹의 그 마음은 무엇이었으며 포커 플레이어와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의 한 장면.
포커 플레이어들의 심리전이 잘 드러나 있다.
포커 플레이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칩을 모아 승리하는 일일까? 돈을 걸고 하는 도박판이라면 결국 돈이 목표일 것이다.
그렇다면 레옹의 직업인 살인 청부업자의 목표는 무엇일까? 사람을 죽이는 일일까? 이 역시 돈 때문이니 돈이 맞겠다. 하지만 ‘Shape Of My Heart’에서의 포커 플레이어는 승리와 재물엔 관심이 없다. ‘레옹’ 역시 그저 살인과 금전 거래 영화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포커는 먼저 두뇌 싸움을 해야 한다. 자신이 완성할 족보를 위해 필요한 카드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상대방의 오픈된 패와 비교하며 계산해야 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러한 계산에 허를 찌르기 위해 오픈하지 않을 카드를 잘 선택해야 하고, 칩을 의도적으로 많이 혹은 적게 배팅하기도 한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것은 바로 심리 싸움이다.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The mask I wear is one
플레이어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흐름을 뺏기지 않기 위해 표정과 말투, 몸짓 등 모든 것을 숨긴다. ‘포커 페이스’라는 말 역시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노랫말은 ‘난 많은 얼굴을 가진 남자가 아니고, 내가 쓴 가면은 단 하나’라고 표현했다. 역시 게임의 승리와는 거리가 먼 화자의 입장이 드러난다.
레옹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는 살인 청부업자다. 하지만 그를 상징하는 화분과 우유, 그만의 특이한 행동들은 가끔 마틸다보다도 어리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살인 청부업자로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그가 마틸다를 대하는 모습 그리고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그의 모습은 하나이다.
And if I told her that I loved you,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내가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라는 가사가 있다. 포커 플레이어와 살인 청부업자에게 사랑이란 본래의 목표보다 뒷전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래 속의 포커 플레이어는 누구를 사랑하는 것이며 레옹은 마틸다를 정말 사랑한 것일까?
극 중 마틸다는 레옹에게 계속하여 사랑을 표현한다. 마틸다는 레옹 역시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해주길 요구한다. 하지만 레옹은 이러한 마틸다의 요구를 거듭 거절한다. 레옹의 이러한 모습은 마틸다를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사랑은 이성 간 로맨틱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레옹이 마틸다를 사랑한 이유는 마틸다가 이성적으로 다가와서가 아닌, 그녀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의 모습과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레옹은 마틸다로부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살인 청부업자 레옹에게 사랑이란 낯선 감정이었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역시 느낄 수 없었다.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Shape Of My Heart’ 가사에도 나와 있듯이, 포커 플레이어가 찾고자 한 것 역시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속여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잃어갔을 것이다.
다이아몬드 잭과 스페이드 퀸, 그리고 킹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숨겼을 수도 있다. 본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동안. 포커 플레이어는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었을 것이고, 이것을 노래에는 사랑이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마틸다를 향한 레옹의 사랑은 잃어버린 본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과정이었다.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Sting 'Shape Of My Heart' - Scene from 'Leon'
마틸다가 레옹의 분신과도 같던 화분을 심는 장면과 함께
이 노래가 흘러나오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포커 플레이어는 스페이드와 클로버, 다이아몬드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승리를 위한 계산적인 모습이 자신의 마음속 모습은 아니라고 했다. 레옹 역시 총과 칼의 의미, 죽음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옹의 개인적인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레옹의 마음속 모습은 아니었다.
또한, 마틸다의 사랑에 거리를 둔 레옹에게 마틸다는 사랑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레옹이 마틸다를 지켜준 것은 그 의미를 지키기 위함이었고, 일부러 거리를 둔 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