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깊은 밤을 날아서 [심리]

나도 몰랐던 내 꿈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
글 입력 2020.10.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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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면의 과학>의 한 장면

_꿈을 제조 중인 스테반

 


"오늘 밤 주제는 꿈이에요

사람들은 꿈의 제조과정이 간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생각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죠

복잡한 요인들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먼저 잡다한 생각들을 집어넣고

다음엔 과거의 추억과 뒤얽힌 오늘의 기억을 추가합니다

(…)

사랑 우정 같은 온갖 관계들과 감정들이

오늘 들었던 노래들이나

보았던 것들이 혼합되면… 개인적인 것들도요

잠깐만요, 다 된 것 같아요

그래, 성공이에요!”

 

영화 <수면의 과학> 中

 


 

오늘 밤 주제는 꿈이에요


 

영화 <수면의 과학> 중 꿈을 만들고 있는 주인공 스테판의 대사 중 일부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선명한 꿈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지배할 때가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꿈을 꿨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무슨 의미일까?’ 급기야 궁금증에 우리는 ‘꿈풀이 어플’을 클릭한다.

 

‘머리카락이 잘리는 꿈… 신변을 조심할 것, 잉어가 튀어 오르는 꿈은… 태몽이군. 돼지꿈, 재물이 들어올 수 있음…. 헐, 대박.’ 혹시나 해서 사 본 로또는 그러나 절대 맞지 않는다.

 

이와 같이 꿈의 요소들에 숨어 있는 징후적이거나 예언적인 의미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해몽의 방법은 꽤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지금 같은 21세기에 아직까지도 원시적이고 일차원적인 ‘꿈풀이’을 적용할 순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부터 좀 더 고차원적으로, 꿈의 부분 부분을 뜯어보며 그 의미를 알아보려 한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해몽’에서 벗어나 꿈을 ‘해석’해보자.

 

 

 

꿈의 해석


 

우리는 꿈 전문가가 아니니 우선 꿈의 대가로 불리는 프로이트를 만나보도록 하겠다. 그가 처음부터 꿈의 대가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실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을 자유연상법-기다란 의자에 환자를 비스듬히 눕혀놓고 그날 꾼 꿈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던 의사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꿈이 던지고 있는 수많은 메시지에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끼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그가 꿈의 대가가 되는 계기가 된다.

 

 

이 방법에서 근본적으로 유의해야 할 점은, 해석 작업을 할 때 꿈 전체가 아니라 꿈의 내용을 이루는 각 부분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래서 꿈은 마치 특정한 사명을 요구하는 부분들의 집합체처럼 보인다. 물론 암호 해독법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전후 관계도 없이 혼란스러운 꿈들이다.


- 프로이트 <꿈의 해석> 中

 

 

그는 환자가 이야기하는 꿈의 조각들을 마치 퍼즐처럼 맞춰서 환자를 괴롭히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맞추는 꿈의 부분들은 전후 관계도 없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꿈들을 암호 해독하듯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뭘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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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도 실제로는 알고 있는 정신적인 부분이 있다.”라고 말한다. 즉 무의식 속에서 알고 있는 ‘나’와 그것을 모르는 ‘나’의 갈등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것이 정상이다. 조금 쉽게 설명해보겠다.

 

당신은 오늘 낮에 이런 말을 들었다. “오늘 하루 종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피식 웃고 넘긴 채 그 말을 새까맣게 잊은 채로 일상적인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그날 밤, 당신의 꿈에 커다란 코끼리가 등장하게 된다.

 

이 예시를 프로이트 식으로 풀자면, 당신이 의식하지 않아, 잊은 줄 알았던 ‘코끼리에 관한 생각’이 바로 무의식의 영역이 된다. 당신이 당신도 모르는 무의식의 영역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의식의 주체인 자아(ego)가 코끼리 생각을 하려는 것을 초자아(super ego)가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내면 깊은 곳에서는 ‘코끼리 생각을 하고 싶다.’는 꿈틀거리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원초아(id)가 자리 잡고 있기에, 생각해선 안 되었던 코끼리가 꿈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id의 놀이터, 꿈


 

자아(ego)는 종종 억압하려는 자아(초자아, super ego)와 억압된 자아(원초아, id)의 갈등을 풀어주곤 하는데 그러기에 아주 적합한 공간이 있다. 바로 ‘꿈’이다. 꿈은 들킬 염려 없이, 마음껏 억압된 나를 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에서 실현된 원초아는 더 이상 도덕적인 초자아와 부딪힐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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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꿈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억압된 자아(id)의 파편들을 꿈을 통해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이 파편들은 초자아에게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방어기제를 쓰곤 해서 눈치채기가 아주 어려웠다. 프로이트는 억압하고 있는 무의식의 내용들은 대부분 ‘리비도’라 불리는 성적인 충동이나 결핍, 경험, 비정상적인 욕구 등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사이코패스는 꿈을 꾸지 않는다?


 

그런데 그 무의식을 통제 못하는 경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다. 윤흥길의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마 프로이트가 한 말일 겁니다.”

그는 병째 기울여 소주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성자와 악인은 종이 한 장 차이랍니다. 악인이 욕망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대신에 성자는 그것을 꿈으로 대신하는 것에 불과하답니다.”

 

 

이와 같은 ‘그’의 말과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모든 꿈을 꾸지 않는 이들이 사이코패스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꿈을 ‘정신적 휴식’이라고 부른다. 앞서 말했듯이 프로이트 역시 대부분의 사람은 꿈속에서 id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 그중에서도 특히 리비도를 표출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낮에, 즉 현실에서 꿈을 꾼다. 바로 그것이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사이코패스의 뇌파를 분석해보면,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수면 뇌파인 ‘세타파’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이코패스의 사례는 제대로 꿈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Self controller, 꿈


 

앞서 말한 이야기들에서 나아가 생각해보자. 어쩌면 이렇게 중요한 꿈을 활용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이런 발상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 영화 <인셉션>이다. 영화는 일명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여러 사람들의 꿈을 연결해 타인의 생각을 훔쳐올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급기야 타인의 꿈에 생각을 심는 ‘인셉션(inception)'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설정은 앞서 프로이트가 말했듯 꿈이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에 기인한다. 무방비 상태의 무의식이기에, 또 주로 감춰야 하는 그 사람의 욕망, 비밀, 치부 등을 발현하기에 쉽게 그 사람의 중요한 생각들을 훔쳐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셉션>에서처럼 꿈을 통해 타인의 욕망을 알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제 우린 꿈을 이용하여 나 스스로 정도는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는 내 욕망들을 꿈으로 풀어버리거나, 나를 찝찝하게 하는 고민들, 그리고 나도 몰랐던 내 무의식을 꿈으로 캐치하고 조치를 취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실제로 필자는 며칠 동안 광대에 관한 악몽을 꾸게 되었는데 꿈의 조각을 맞추고 보니 낮 시간 동안 잡다하게 미디어에서 얻은 정보들이 원인이었음을 깨달은 적이 있다. 이후로 자극적인 미디어 광고를 피하고 SNS 활동을 자제했더니 놀랍게도 악몽도 줄고 낮 시간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일어날 시간


 

꿈속 세계에서 우린 마음껏 나도 몰랐던 나를 발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언제까지나 자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늘 꿈꾸고 있어서는 안 된단 것이다. 앞서 말한 영화에서도 영원히 꿈에 갇혀버리는 ‘림보’ 상태를 늘 경계하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꿈에서 얻었으니, 이젠 깨어서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도 더 건강한 낮을 위해서 일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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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상가들> 中 - 꿈꾸는 것도 좋지만 언젠간 깨어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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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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