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있는 그대로의 몸 [사람]

대상으로서가 아닌, 독립된 기능을 하는 여성의 신체
글 입력 2020.10.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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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주변에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용이 아닌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 무리에 나도 함께하고 있다.

 

꽤 꾸준히 운동을 해오며 느낀 것이 있다. '우리 몸은 아름답기 위해 존재하는 외양이 아니라, 기능하는 신체'라는 것. 특히 여성의 신체의 경우, 무언가를 수행하는 운동능력을 가진 모습보다 그저 그 형태와 양감으로 존재하고 그것으로 가치를 재단받는 일종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가.

 

그것도 아주 오랜 역사에 걸쳐,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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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와 같은 미술사 속 수많은 화가들은 누드화를 남겼다. 남녀모두 할 것 없이 전라를 드러내며 인체의 이상적 비례를 조형미로 구상하고 싶어했다. 다만 어떤 작품에서도 남성 모델의 눈빛이 은근하고, 요염하게 꼬인 동세로 화면 밖의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신화 속의 영웅이나 그 시대 가장 권세있던 가문의 아들이나 이름을 날린 장수의 전라를 우람하고 신격화해서 표현한 조각이나 그림은 많지만, 그들의 무용담을 본뜬 듯한 모습과 달리 역사가 증언하는 여성들의 신체는 관람의 대상, 관음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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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걸스의 1989년 작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벗어야 하는가?>는 이러한 편협된 시야와 여성의 신체에 대한 고질적인 악습을 현대미술가들의 불균형한 성비의 수치로서 지적한다.

 

여성이 특정 분야의 필드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급자로서가 아닌 소비되는 대상으로서 들어가야 하는가. 또한 그 대상은 왜 여성의 육체같은 외양으로 소비되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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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사빌은 '살덩이'처럼 보이는 육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속옷의 자국, 살의 틈,정돈되지 않은 살갗의 재질. 주름. 접힌 살. 세월이 담긴 기능하는 신체, 홀로 독립해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신체는 아름답지 않다. 그것의 비율을 근육과 지방으로 따져보며 무엇이 더 조형적인가?를 따지는 것은 현대에서 그리스 시대의 이상미만을 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체는 기능하기 위해 존재한다.

 

여성의 몸은 오랜 시간 대상으로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누드화에 주로 와상이 많은 것은 무언가의 운동을 수행하고 있는 동적인 육체는 관람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저 정물과도 같이 늘어져있는 포즈인데도 다듬어진 살과 매끈한 피부로 존재할 때 화폭에 옮겨질 수 있던 것이다. 이제는 날 것의 신체, 기능하는 육체를 지향해야 할 때이다.

 

운동을 하면, 남성과 여성의 신체구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수행능력의 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구조와 기능의 범위가 다를 뿐 여성의 신체 또한 동일하게 무게를 받치고, 감당하고, 단련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현대사회의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몸을 직시할 때, 우리 몸은 더 이상 아름다워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건강한 수행능력을 위한 신체로서 존재한다. '몸매'가 아닌 '몸'으로서 육체를 대하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시선들에 옥죄여지던 신체는 자유로움을 얻는다.

 

우리는 끝없이 자문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신체를 인식하는 시야는 구시대의 이상적 조형미만을 으뜸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그 시야가 판단하는 주된 대상이 하나의 성별에 편중되어 있지 않은가. 스스로의 몸이 건강하게 기능하고 역동하는 것과 늘어져 누군가의 아름다운 관상이 되는 것 중 무엇을 원하는가.

 

과연 몸이라는 것은 아름다워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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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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