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대는 페미니즘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도서]

'그대들' 각자의 페미니즘을 찾기 위한 첫걸음
글 입력 2020.09.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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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의 사회 이슈들을 살펴보면,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미투 운동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이 가장 큰 화두에 올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 연예인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한마디,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페미니즘 문구가 적힌 소지품만으로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왜 이런 사소한 것들이 ‘논란’이 되는 것일까. 과연 이들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항상 궁금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란들은 그 용어와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채 비생산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것의 불과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는 페미니즘을 그 정의부터 궁극적인 지향점까지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마주하게 된 ‘그대들’을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남성을 혐오하며 여성 우월을 주장하는 여성중심주의로 곡해된다. 하지만 저자는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페미니즘은 자명하고 단일한 것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페미니즘은 다양한 시대적, 정치적, 철학적 분석이 필요한 복합적인 이론이자 운동이다. 특히 저자는 페미니즘을 ‘여성주의’로 번역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여성주의라는 말은 젠더가 아닌 성이라는 생물학적 본질에 국한된 여성중심주의로 오해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저자는 페미니즘, 성차별, 여성 혐오가 흔히 받는 오해와 비판을 뒤집으며 섬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결국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인 사상”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

 

책의 곳곳과 챕터 끝에는 ‘Key Ideas Box’가 있어 중요한 개념을 복습할 수 있고, 탈자연화나 뿌리물음과 같은 중요한 개념은 책 전반에 걸친 반복되는 설명으로 자연스럽고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게 했다. 되풀이되는 설명과 친절한 용어 정리는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 더 깊고 심화된 논의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앞에 처음 선 이들에게는 페미니즘의 입문서이자 교과서로 손색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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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페미니즘을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복합적인 이론으로 정의한 후, 다양한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휴머니스트 페미니즘 등 페미니즘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름, ‘표지’를 가진다. 이 ‘페미니즘들’에는 서로 겹치는 지점들도 존재하고, 상반되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페미니즘들을 배타적으로 구분해선 안 된다. 절대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극단적인 이론일지라도, 그 페미니즘이 주목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 문제를 분명히 직시할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페미니즘이 주는 통찰을 이해하고, 그 한계까지 짚어 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표지의 페미니즘을 들여다보고 ‘표지-너머의 페미니즘’을 봐야 한다.

 

저자를 따라 페미니즘의 세계를 하나하나 밝혀 나가다 보면 결국 페미니즘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다다르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페미니즘의 도착점은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인간이라는 주장을 위해 공부하고, 실천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의 종식과 젠더 정의의 실현을 지향하지만, 인간은 ‘젠더’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저자는 세계시민성을 강조하는 정치·윤리적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주장한다.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은 젠더뿐만 아니라 계층, 인종, 국적, 성적 지향, 장애 등과 관련된 모든 조건에 상관없이 개별적인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저자는 앞서 제안했던 페미니즘의 정의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인 사상”을 “‘모든’ 사람이 인간이라는 급진적인 사상”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이런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정의와 평등을 확산하는 일에 함께 연대하는 ‘다름의 연대’를 강조하고, 침묵이 아닌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실천을 권고한다.

 

혹자는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이나 저자의 주장들이 다소 이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설명한 페미니즘은 자신이 이해하고 해석한 ‘강남순의 페미니즘’이라고 칭한다. 각각의 ‘표지’를 가진 다양한 이름의 페미니즘 이론이 있듯이, 페미니즘은 하나로 단정될 수 없는 복합적인 개념일뿐더러, 개개인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페미니즘 또한 각각 다르다. 누구도 페미니즘에 대해 모두 안다고 할 수 없다. 끊임없는 성찰과 사유의 과정으로 나와 타자,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갈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강남순의 페미니즘’이 탐탁지 않아 비판을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공감 가는 페미니즘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페미니즘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 친절한 페미니즘 도서가 ‘그대들’ 각자의 페미니즘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상이한 해석들 사이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지는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페미니즘을 알기 위해 여러 이론가들이나 운동가들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대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과제는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페미니즘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페미니즘이라는 '연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구성하는 과정이다.

 

- p.309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
 

지은이 : 강남순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여성학

규격
136*205

쪽 수 : 324쪽

발행일
2020년 02월 20일

정가 : 17,000원

ISBN
978-89-356-6337-8 (03100)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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