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염에 대한 공포, '지금, 만화'

재난 속 현실, 지금 만화 6호 [재난+만화]
글 입력 2020.09.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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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소 재난영화나 재난 콘텐츠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코로나의 현실에 맞물려 풀어낸 책의 목차를 보며 나도 모르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책에 소개된 많은 만화가 이미 내가 본 것들이나 흔히 알고 있었던 것 들었음에 놀랐다. 사실 재난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을 뿐, 생각보다 언제나 우린 재난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잡지 <지금 만화> 6호는, 재난과 만화를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어떻게 보면 재난의 상황 속에 있는 우리가 읽기에 적절한가 싶을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만화 속 재난 현실에 공감을 할수 밖에 없었다.

 

 

지금만화.jpg

 

 

책은 재난 만화 콘텐츠들을 일관된 유형으로 묶어 풀어낸다. 마치 신화, 설화의 전지전능한 주인공 유형처럼 재난 만화 속에도 캐릭터 유형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형 재난 캐릭터 유형을 꼽으라면바로 '한결같은 가족애로 시련을 이겨내는 오디세우스'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대표 격으로 이윤창의 만화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이하 <좀비딸>)은 좀비가 돼버린 딸을 잔악무도한 인간들에게서 지켜내려는 아빠의 고군분투 이야기를 다뤘다.

 

사실 이 만화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늘 카카오톡에서 보던 애용이 캐릭터가 <좀비딸>의 캐릭터였음을 알게 된 것은 상당히 놀라웠다.

 

귀엽다고 생각한 고양이 캐릭터가 사실은 좀비류의 재난물 캐릭터였다는 것은 우리가 같은 것을 어떤 배경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애용.jpg

<좀비딸, 애용이>

 

 

어쨌든 이 애용이가 등장하는 좀비딸의 아빠 정환은, 좀비가 된 딸 수아를 괴물이 아닌 여전히 자신이 지켜야 할 딸이라 여기며, 보호자의 의무를 다하려 한다. 의외로 정환이 아빠가 아닌 외삼촌이란 반전이 숨어있지만, 외삼촌이든 아빠든 좀비가 된 딸을 지켜내는 것이 메인 스토리다.

 

흥미로웠던 점은 좀비딸이 감염에 대한 내부의 공포를 연대와 공존을 통해 모색하고 있다고 해석한 점이었다. 이는 지금의 코로나 사태와 별반 다를 것 없어보이는 만화 속 상황에서 감염된 딸을 대하는 아빠 정환의 태도는 어떠한가.

 

 

"정환은 좀비인 딸을 사회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 정환의 선택은 인상 깊다. 좀비를 인간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좀비 그 자체의 딸 수아를 인정한다. 정환은 친구이자 동물병원 원장인 동배와 함께 좀비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한다. 그들은 좀비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등을 기록한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지금 만화"


 

좀비가 된 딸 수아를 어떻게든 백신을 맞혀 인간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이 아닌 사회에서 공존하도록 가르친다니. 여타 좀비물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는 해석은, 만화를 읽지 않았던 내가 봐도 소름 돋는 부분이었다. 만화와 영화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은 재난 상황을 맞으면 그 상황 자체를 깔끔히 종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공존에 대한 방식은 상당히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런데 한 번 더 깊이 있는 해석이 이어진다.

 

 

"좀비딸을 읽는 독자에게, 공존은 아직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독자들이 보기에 정환은 위험천만한 바이러스 덩어리를 이리저리 옮기는 악의 축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것이 '픽션(fiction)'이기에 용인 가능한 것일 뿐, 만약 '리얼(real)'이었다면 극강의 이기적인 부성애를 가진 민폐일 뿐이라는 다소 현실적인 댓글이 눈에 띈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지금 만화"

 

 

책의 해석을 읽으며 드라마 <언내추럴>에서, 메르스에 걸린 첫 번째 확진자를 일본 전역에서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을 풍자한 스토리가 떠올랐다. 재난의 상황에서, 완치자를 프레임 씌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사건들이 스쳐 지나갔다.

 

역시 같은 부성애라도, 어떤 배경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감염.jpg

<언내추럴, 1화>

 

 

어쨌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파에 가까운 좀비물에 핵심 가치였던 모성애, 부성애를 새로운 각도로 해석해낼 수 있음에 신기했고, <좀비딸>의 연출이 더욱 궁금해졌다. 어떤 비평은 꼭 해당 작품을 읽지 않아도 이미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이 외에도, 책 '지금 만화'는 다양한 재난 상황의 만화를 제각기 다른 구성으로 엮어 새로운 해석을 펼쳐낸다. 재난 영화를 처음부터 다 완주하기엔 조금 엄두가 안 난다면, 지금 만화를 통해 지금 정주행할 만화를 골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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