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안의 다양한 부캐를 찾아서 : '놀면 뭐하니?' [TV/예능]

새로운 부캐를 만나는 일, 나의 새로운 자아를 만나는 일.
글 입력 2020.09.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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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일상 속으로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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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애정을 가지고 시청했던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끝난 후,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조합으로 시작된 <놀면 뭐하니?>. 이 프로그램의 첫 화를 기억한다. 유재석이 메인이 되어 그 주변 지인들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는 ‘릴레이 카메라’ 포맷은 신선했으나,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힐 만큼의 재미는 다소 아쉬웠다.

 

그 이후 다시 <놀면 뭐하니?>를 보게 된 계기는 유재석의 부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였고, 릴레이 카메라가 아닌 유재석의 부캐 릴레이가 시작됨과 동시에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도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해왔다.

 

‘부캐’라는 단어는 원래 게임용어로, 본캐릭터(본캐)가 아닌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현재는 TV 프로그램 혹은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용어가 되었다. 이 ‘부캐’라는 단어의 트렌드화에는 <놀면 뭐하니?>가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본캐릭터를 두고 다른 정체성인 부캐릭터를 보여주는 현 포맷이 안정화 되면서 <놀면 뭐하니?>의 프로그램 컨셉은 명확해졌다.

 

김난도 교수가 2020 트렌드로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를 제시한 바가 있는데, 2020년 한 해 방송가는 본업을 두고 부업에도 능한 사람들의 활약으로 채워졌다. 유재석이 유고스타, 유산슬, 유르페우스, 라섹, 유두래곤, 지미유라는 부캐를 소화하는 동안, 김신영의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가 크게 활약했고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와 비가 함께한 ‘싹쓰리’라는 혼성그룹을 통해 유재석뿐만 아니라 두 사람 역시 새로운 역할과 이름을 부여받으며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다.

 

 

 

'부캐' 속 성장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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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트렌드뿐만 아니라 현재는 일상 트렌드가 되어버린 ‘부캐’.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본업뿐만 아니라 부업으로 하는 일 또한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의 다양한 캐릭터를 ‘부캐’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이 단어는 과거에 자주 쓰이던 ‘멀티 엔터테이너(혹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단어와 유사한 어감을 가진다. 하지만 엄연히 두 단어는 다르다. 이 어감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유재석이 제작진 측에서 던져주는 새로운 역할을 처음에는 황당해하다가도 이내 마지못해 수행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유재석이 부캐로 도전하는 일들은 모두 그에게 낯선 일들이다.

 

지난 방송 생활 동안 누군가에 웃음을 주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던 그는 부캐를 통해 색다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고, 누구에게나 다 그렇듯 처음은 서툴 수밖에 없다. 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재석은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낯설어할지라도 도전하는 시간을 통해 이내 성장한다. 종국에는 자신의 부캐를 즐기고 잘 해낸다.

 

이러한 부캐의 성장 과정은 게임에서 본캐를 두고 새로 시작하는 부캐의 캐릭터 성장을 이뤄내는 게임 유저의 뿌듯한 마음처럼 시청자들에게 성장의 결실과 기쁨을 대리 충족 하게끔 만든다.

 

멀티 엔터테이너라는 단어와의 어감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탐색의 시간을 통해 이뤄내는 성장의 스토리텔링이 ‘부캐’라는 단어에는 포함된다. 부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부캐’가 가진 성장 스토리텔링과 이로써 단순 TV 속 인물을 보는 것을 넘어서 자신에게까지 새로운 자아 탐색의 기회를 꿈꾸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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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55회, ‘싹쓰리’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비룡이 한 말은 우리가 ‘부캐’ 탐색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예능프로그램 첫 고정이자, 첫 혼성그룹 도전이 그에게 처음엔 부담으로 다가왔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유두래곤: <놀면 뭐하니?>하면서 너 스스로에게 많이 놀라지 않았어?

비룡: 네 많이 놀랐어요.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위 둘의 대화처럼 부캐 ‘비룡’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게임 속 세계에서 부캐를 만드는 것, TV 속에서 다재다능한 연예인의 활약상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부캐를 생성하고 키워가는 재미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부캐를 통해 또 다른 나의 자아를 탐색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가뿐만 아니라 유튜브 시장까지. 우리의 주변에는 이미 자신의 부캐를 탐색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튜브 시장에서도 본업을 두고 부업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다. 과거에는 그저 그 유튜버들이 ‘대단하다’라는 감상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힘, ‘부캐’의 스토리텔링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놀면 뭐하니?>의 부캐 포맷의 성공이 대중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부캐'를 찾아서


 

어린 시절부터 한 길만 보고 달려온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장 어디로 갈지 선택해야 하지만 여러 길 앞에서 방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지겹도록 ‘자아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자라왔지만, 정작 나만의 자아를 찾는 일은 오롯이 나 자신의 몫이라서 나만의 정체성은 뭐지?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라는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네가 흥미 있는 일들을 여러 가지 해보는 게 어때? 라고 조심스레 제안하는 편이었는데 <놀면 뭐하니?> 속 부캐의 세계를 바라보며 친구에게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던져야 하는 말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아내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 안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해내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야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이 단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품는 것은 내 안의 미처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일과 같다.

 

단 한 가지의 가능성과 미래에 자신을 매어 놓게 만드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아직 열어보지 못한 부캐의 세계는 얼마나 넓을 것인가. 부캐의 세계가 넓어지며 사람들의 다양한 자아를 찾기 위한 탐색의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유재석의 다음 부캐를 기다리고 궁금해하는 것처럼, 자신의 부캐는 무엇일지 내 안의 다양한 자아의 세계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려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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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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