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의 크리스마스란 어쩌면 트릭이 필요한 것일지도 몰라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9.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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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한지 2주차, 수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대면 수업도 종류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실시간, 다른 하나는 녹화다. 전자의 경우, 시간표에 적힌 수업 시간에 컴퓨터를 켜서 실시간 수업을 들어야 출석이 인정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1주일 안에만 들으면 그 주 수업은 출석 완료가 된다. 상대적으로 널널한 수강 기간 덕인지 녹화 수업이 있으면 마음도 함께 널널해진다.


다음은 녹화 수업만 있는 시간표를 가진 내가 보낸 하루의 일과이다.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보며 읽어주길 바란다.

 

Q. 글에는 정기 구독 서비스가 몇 개가 등장할까?

 

 
어제 녹화 수업을 하나 들은 나는 넷플릭스를 켜서 '보잭 홀스맨 시즌2'를 봤다. 혹시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보기를 추천한다. 미국의 성인 코미디 애니메이션인데 주인공인 보잭의 솔직함과 우울함, 자조섞인 말들이 코미디적인 요소와 섞여서 금방 30분을 채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트콤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30분 후면 다 괜찮아지기 때문에 편히 웃으며 볼 수 있다.

아무튼 '보잭 홀스맨'을 열광적으로 보다가 잠시 지루해지면 멈춤 버튼을 누르고, 유튜브 뮤직에 들어가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책 읽던 도중에는 인스타그램도 들어갔다.

팔로우 해둔 계정 중 러쉬에서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월 5만원을 내면 4~5개의 러쉬 아이템을 배송해주는데, 이미 투표를 통해 선호도가 입증되었던 아이템들을 포함한 숫자이다. 괜찮다고 생각을 하다가 문득 민음사의 격월간 문예지인 '릿터'를 구독해야지 마음만 먹었던 일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친다.

생각난 김에 민음사 사이트에 들어가 릿터 구독을 마쳤다. 다음달에 배송될 잡지를 생각하니 설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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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총 4개. 넷플릭스, 유튜브 뮤직, 러쉬, 릿터이다.

 

 

어제 녹화 수업을 하나 들은 나는 넷플릭스를 켜서 '보잭 홀스맨 시즌2'를 봤다. 혹시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보기를 추천한다. 미국의 성인 코미디 애니메이션인데 주인공인 보잭의 솔직함과 우울함, 자조섞인 말들이 코미디적인 요소와 섞여서 금방 30분을 채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트콤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30분 후면 다 괜찮아지기 때문에 편히 웃으며 볼 수 있다. 


아무튼 '보잭 홀스맨'을 열광적으로 보다가 잠시 지루해지면 멈춤 버튼을 누르고, 유튜브 뮤직에 들어가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책 읽던 도중에는 인스타그램도 들어갔다. 


팔로우 해둔 계정 중 러쉬에서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월 5만원을 내면 4~5개의 러쉬 아이템을 배송해주는데, 이미 투표를 통해 선호도가 입증되었던 아이템들을 포함한 숫자이다. 괜찮다고 생각을 하다가 문득 민음사의 격월간 문예지인 '릿터'를 구독해야지 마음만 먹었던 일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친다. 


생각난 김에 민음사 사이트에 들어가 릿터 구독을 마쳤다. 다음달에 배송될 잡지를 생각하니 설레는 기분이 든다.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많은 정기 구독 서비스를 가까이 두며 살고 있는지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들 역시 나처럼 매 달 여러 개의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구독하면 떠오르는 상품들이 우유, 요구르트, 계란, 신문과 잡지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구독 상품들의 영역이 많이 넓어진 듯 했다. 과연 정기 구독 서비스란 무엇이며, 이것이 우리 실생활에 매우 밀접해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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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구독이란?


 

월/분기/연 단위의 일정 금액을 내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정기 구독에는 구독료를 납부하고 일정한 날짜에 물품을 배송받는 '정기 배송' 모델, 일정한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구독' 모델, 품목을 빌릴 수 있는 '대여 모델' 이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뮤직의 경우 무제한 구독 모델, 러쉬와 릿터는 정기 배송 모델에 해당될 것이다.

 

구독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인 추세로 글로벌 조사 기관의 각종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그레디트 스위스는 세계구독경제의 시장규모가 2015년 474조원에서 2020년에 600조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기 구독을 하는 이유?


 

그렇다면 정기 구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기 구독을 신청하는 일반적인 소비자의 입장과 기업의 입장에서 나눠볼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2020년은 언택트(untact)가 도래한 시대다. 언택트는 컨택트의 반대로 비접촉이라는 뜻으로, 코로나로 인해 생긴 유의미한 변화다. 코로나 이후 북적이는 영화관을 보기 힘들어진 대신 넷플릭스의 가입률이 껑충 뛴 것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여행을 가지 못하고, 하물며 바깥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는 우리가 자꾸만 핸드폰과 노트북에서 재미를 찾으려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런 우리 앞에 나타난 다양한 구독 서비스는 마치 매달 선물받는 기분을 준다. 예쁘게 포장된 박스에 담겨온 여러 상품들은 받는 이의 기분을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무제한 구독 모델 역시, 한번 결제만 하면 내가 향유할 수 있는 미디어들이 화면 가득 나타난다. 빠르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풍부하며, 다양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들은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층에게 딱 알맞은 보상이 된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번에는 기업의 입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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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시스템은 기업 측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고객들의 변화를 거부하는 심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정기 구독은 자동 결제인 경우가 많다. 결제 금액이 크지 않고, 사이트 상의 취소 절차도 꽤 복잡하게 있다보니 (예를 들어 취소 버튼을 찾기 힘들다는 등) 소비자들은 첫 달에 시험판을 사용한 이후 해지 날짜를 까먹거나 취소방법을 몰라서 해지를 못하기 일수이다.

 

새로운 달에 결제가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리 큰 금액이 빠져나가진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 사실을 딱히 인지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정기 구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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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기업 모두에게 장점이 존재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는 밀레니얼, Z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세대들은 소유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며 이 경향에 맞추어 '공유'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다.

 

나에게 정기 구독 서비스란 매 달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매달 정기 구독 택배를 받는다. 내 돈 내고 받는 택배이지만서도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다. 택배를 열어 내 취향들로 이루어진 물건들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왠지 모르게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크리스마스는 3달이나 남았고, 그리고 산타클로스를 믿기에는 이미 커버렸는데도 말이다.

 

어른의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트릭을 써서 기분을 내는 것 아닐까? 크리스마스가 매달 찾아온다고 하면 나는 기분 좋게 속아 넘어가며 선물을 받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든 좋으니까.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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