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관계에 지쳤다면 -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

글 입력 2020.08.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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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의 제목이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이어서, 나는 사실 그림으로 되어 있는 책인줄 알았다. 펼쳐서 읽어보니, 다른 여러 그림책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심리와 감정에 대해 적어놓은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책이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잘읽혔다. 책은 마치, 내 2n년간 생활에 cctv를 달아놓은 것 마냥, 마치 내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만 같았다. 그러다보니 읽고, 공감하고, 느끼고, 곱씹는데에 오래걸렸다.

 

내가 상당히 많이 지쳐있었구나를 느꼈다.

 

 

 

2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사람을 피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속으로는 다시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한다. 웃기게도 그게 나다. 도서에도 적혀있어서 왠지 부끄럽기도 했다.

 

내 자존감은 학창 시절 좋지 않은 기억과-이제 질려서 그만 얘기하고 싶지만서도 감정 얘기가 나오면 뺄 수가 없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집, 가정에서도 깎여나갔다. 집에서 사랑을 받지 않은 것이라면 아니다. 내가 학대를 당하거나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한 것을 느끼고 자란 것도 아니다. 다만 가족, 특히나 엄마에게서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지 못 했다.

 

그렇게 느끼게 된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 중학생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기말고사 시험을 100점을 받았고,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잘봤네"가 끝이었다. 대학 입시 시절, 논술 시험에 최초합으로 합격해서 원하던 대학교에 붙었다. 그 사실을 엄마에게 알렸고, 엄마는 그때도 "잘됐네" 한 마디 뿐이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중학생 시절 왕따를 당한 일을 엄마에게 얘기했을 때, 엄마 반응은 "그러게 너가 잘 했어야지."였다. 그 반응이 서럽고 진짜 엄마가 맞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밥을 먹는 도중이었는데 마다하고 방문을 걸어잠그고 숨넘어가듯이 울었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었다. 초등학생, 또래 친구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었을 법한 킥보드나 힐리스 등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비싸서"이다. 중학생때까지만 해도 치킨과 피자같은 배달 음식은 내 생일때만 먹어볼 수 있었다. 그 이유도 "비싸서"였다.

 

고등학교, 꼭 필요한 문제집을 사기 위해 엄마에게 돈을 받아갈 땐 "무슨 문제집이 이렇게 비싸" 소리를 달고 사셨다-차라리 내가 용돈을 많이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허락해주셨다면 이런 얘기도 안썼을텐데-. 그렇게 커버린 나는, "절약하는건 좋은데, 너무 비싸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온갖 곳에서 자존심과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당하니 더 이상 사람 대하는게 무섭고 피곤하기만 한 사람으로 자라게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카카오톡 친구창에서 가족과 회사 사람들을 빼면 친구가 5명도 채 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애써 힘을 들이는 것이 너무 싫었던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걸 못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얼마 있지도 않은 몇 명의 친구들에게 더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사람들만이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고 힘들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여기며 매달리게 된다. 웃기게도 이렇게 신경쓰다보니 상대방이 조금만 말투가 바뀌거나 행동이 바뀌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한참을 끙끙 앓고 오히려 에너지를 더 소모하게 된다.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상처가 잘 아물었다면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지 않을텐데. 끝이 안 날 것 같으니 이만 줄여야겠다.

 

 

 

3


 

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은 마치 1:1 대면 정신과 선생님처럼 나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캐치해냈다. 위에서 나열한 내 과거사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진 나의 낮아질대로 낮아진 자존감, 지칠대로 지친 감정들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여러 책을 만나면서 내 심리 심정을 적어놓은 글들을 여럿 보았지만, 이번 책처럼 거의 모든 내용이 나를 겨냥해서 적은 것 같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도서가 정말 나라는 사람을 한정지어 적혀낸 책이 아니기에, 한 편으로는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요즘에는 사람 대하는게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는 거다. 어느정도 내성이 생기고 노련미가 생긴걸까. 아직 내 친한 사람들 한정으로 피곤함을 느끼는건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많이 좋아진 듯 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예전 버릇이 나오고 또 다시 감정과 관계에 피로를 느끼게 되겠지. 그때 다시 한 번 이 책을 꺼내 찬찬히 정독하다보면 집 나간 내 감정을 다시 불러내 다듬어주고 쉬라고 얘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부터 안아주세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온 나를 토닥여주고, 격려해주고, 인정해주세요. 수고했다고, 사랑한다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진정으로 나를 위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입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은 없습니다."
 


표지 입체.jpg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
- 내 감정은 소중하다 -


지은이 : 송귀예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인문>심리학

규격
153*225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7월 31일

정가 : 15,500원

ISBN
979-11-88545-89-6 (03180)





저자 소개


송귀예
 
상담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서치료와 개인 상담 및 집단 상담, 코칭 등으로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10년 전 처음 경험한 마음공부로 세상을 향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꾸준히 심리학 공부와 명상 등으로 일상 수련을 실천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흔에 나타나는 삶에 대한 허무와 내면으로 향하는 감정에 대한 성찰을 위해 경험과 지식을 한데 모은 책 《마흔의 마음공부》가 있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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