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덕후의 기록, 책 좀 빌려줄래? [도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글 입력 2020.08.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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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콘텐츠가 있다. 영화감독, 정치평론가, 그리고 시인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책을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추천 도서 목록을 보다 보면 책과 그 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누군가가 좋아하는 책을 보면 그 사람까지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 책 좀 빌려줄래?>의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원제가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인 것으로 보니 말이다.

 

공감 가는 제목과 알록달록한 표지 때문에 이 책이 점점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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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그랜트 스나이더는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스스로를 '책 중독자'라고 이야기한다. 굳이 책 중독자라고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번 저서에는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 흘러넘친다.

 

총 14개 주제, 35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그랜트 스나이더가 책을 읽고 쓰며 했을 생각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에피소드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순간들을 다루고 있었다.

 

단순한 줄글이 아닌 카툰 에세이 형식도 한몫했다. 줄글이라면 그냥 스쳐갔을 수도 있을 내용들이 작가의 재치와 그림이 더해져 독특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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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는 책장



처음 만난 상대를 판단할 때 지표가 될 만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표정, 생김새나 옷차림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애독자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책'도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 같다.

 

매달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한 사람이 여러분의 책장을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가치관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비로소 드러나는데 그를 파악할 수 있는 지름길이 바로 '책 취향'을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비롯해 모임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책만 보고 누군가의 가치관을 미루어 짐작하는 게 일반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꽃아두는 책장은 분명 누군가의 관심사와 성격,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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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의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와 맞물리는 에피소드인 <타인의 책장> 에피소드를 즐겁게 보았다. 친구의 집에 초대 받는다면 자신은 파티를 적당히 즐기다 서재로 들어가 그의 책장을 살펴볼 것이라고, 그러나 마지막엔 자신의 책장을 보고 자신을 판단하진 말아달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이 공감 가기도 하고 재미있어 피식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꼭 고전을 읽겠다거나, 다양한 책을 읽되 보편성을 추구해보겠다거나 등등의 책 읽기 목표를 세우는 에피소드나 다양한 독서 유형 등 공감 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모든 에피소드에서 책의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가 얼마나 책에 진심인지가 드러났다. 스스로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랜트 스나이더의 책 사랑과 비교하니 내 책 사랑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랄까.


그래도 그가 책을 가까이 할 때 느낄 즐거움과 행복함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것 같았다. 책장 대신 그의 저서인 이 책을 보며 그랜트 스나이더는 정말 애독자를 넘어 '책 중독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책을 사랑하고, 유머러스하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지 않을까 짐작해보았다.

 



쓰기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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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지나 '글쓰기'에 대한 챕터를 읽을 때, 저자의 즐거움뿐 아니라 그가 했을 수많은 고민의 흔적들도 느껴졌다. 이 책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독서가의 변천 단계>에서도 드러나듯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다 보면 그와 비슷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는다. 그러나 읽기의 즐거움을 누릴 때와는 달리 글을 쓴다는 건 힘듦도 따라오는 행위이다.


저자는 글쓰기와 관련된 챕터를 '나는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을 찾고 있다'라며 시작한다. 처음부터 삐걱대며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열심히 쓴 글이 다음날 봤더니 형편없어 보일 때, 실패가 그림자처럼 따라와 불안할 때 등 공감 가는 에피소드들이 뒤를 이었다.


개인적으로 글쓰기를 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흰 페이지를 마주할 때이다. 무엇에 대해 쓸지 이미 구상을 마친 상태여도 처음부터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시작을 주저하게 되고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이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마감이 코앞인 걸 알면서도 '다음에 쓸까?' 주저하는 마음이 들어 마감 시간을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그래서 글 안써지는 병의 특효약을 찾고 있다는 저자가 이 책의 끝에서는 그 특효약을 찾아내길 바라고 무엇인지 귀띔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작가는 유레카를 외치며 글 안써지는 병의 특효약은 글을 쓰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기대했던 것보단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 있지만 그마저도 조금 귀엽게 느껴진다. 아마 이전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충분한 위로를 받은 덕분인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작가도 글을 쓰는 건 어렵다는 점, 글쓰기는 원래 힘든 거니깐 포기하지 말고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들이 그의 그림에 녹아 들어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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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쓰는 일이 설레고 즐거웠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동안 글쓰기를 계속 미루고 미루었는데 그의 특효약을 믿는 셈치고 앞으로는 우선 써보려고 한다.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를 떠나 흰 여백을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검은색으로 채워 간다는 것. 책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담긴 책, <책 좀 빌려줄래?>를 벗삼아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려 한다.

 

 


 

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규격
153*210mm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284-6 (03800)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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