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 책 좀 빌려줄래? [도서]

글 입력 2020.08.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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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어줄래?’의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표지에 작은 구멍을 뚫어 책들 틈을 비집고 고개를 빼꼼 내민 아이를 표현한 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 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라는 설명을 읽고 책을 펼치기가 망설여졌다. 나는 ‘책 덕후’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릴 땐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독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요즘은 최근에 읽은 책이 뭔지 한참 생각해야 할 정도로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유튜브 보며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조금만 줄여도 책 한 권은 금방 읽을 수 있기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하지만 한때 ‘책벌레’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으로서 이 책을 외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이 날 다시 ‘책 덕후’로 만들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 속에 책에 대한 온갖 지식과 깊은 통찰, 그리고 ‘덕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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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는 책과 글의 힘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다. 재치 넘치는 문장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기발한 생각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글까지. ‘책 좀 빌려줄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책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사회에서 '책 좀 빌려줄래?'의 존재는 더 특별하다. '책 덕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책 생각만 하며,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책 덕후'들과 함께 얘기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

 

 

 

나에게 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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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5

 

 

책은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간다.

 

저자는 책의 의미를 열두 가지로 나눠 표현했다. 책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고, 힘든 현실을 이겨내게 해주는 버팀목이 된다. 때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도약대가 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용한 구석이 된다.

 

나에게 책이란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경험하게 해주는 마법의 양탄자다. 책을 읽으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를 경험하고, 가보지 않은 곳의 풍경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여행은커녕 집 밖에 나가기도 힘든 요즘, 비행기 대신 책이라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글이 안 써질 땐,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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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1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 막힘없이 글이 잘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봐도 쉽지 않다.

 

노래를 듣기도 하고, 일어나서 잠깐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다른 글을 쓰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글이 술술 써지게 만드는 약이 있다면 아무리 비싸도 잔뜩 사고 싶은 심정이다.

 

저자가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을 알려준대서 기대했는데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글쓰기’였다.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이 결국 글쓰기라니, 허무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이다. 글이 안 써져도 글을 계속 쓰는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글을 쓰며 ‘글 안 써지는 순간’을 벗어났던 것 같다. 뒤죽박죽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이라도 적어놔야 하고,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문장이어도 일단 써놔야 더 나은 문장으로 다듬어진다.

 

 

 

이 세상 모든 '작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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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15

 

 

두 그림은 멀리서 보면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왼쪽 사람은 가만히 종이와 펜을 바라보고 있지만, 오른쪽 사람은 펜을 잡고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작가 지망생’이라 칭하는 ‘작가’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모든 페이지 중 제일 단순한 페이지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다. 단 두 컷의 그림이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니.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지 않는다고, 공들여 쓴 원고가 거절당한다고 해서 작가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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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는 책의 매력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책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위로가 있다. 내가 책을 좋아했던 이유가 떠올랐고,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 덕후’는 물론, ‘책 덕후’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책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 역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규격

153*210mm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284-6 (03800)






저역자 소개



그랜트 스나이더 Grant Snider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만화는 《뉴요커》, 《캔자스 시티 스타》 등에도 소개되었으며,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 나날을 촘촘히 그려 넣은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재치 있는 글과 그림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그가 이번에는 읽고, 쓰고, 그리면서 겪은 이야기를 《책 좀 빌려줄래?》에 녹여냈다. 시적인 문장과 위트 넘치는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책과 보낸 우리의 삶도 함께 환하게 빛나는 것만 같다.

 

 

홍한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나와 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쉽게 읽히고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옮긴 책으로 《인듀어런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인간의 흑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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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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