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아 숨 쉬는 예술을 느낄 수 있던,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글 입력 2020.08.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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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 4종 포스터.jpg

  

 

예술생태계의 대안을 제시하는 축제

 

자유로운 참여로 예술가와 작품을 독려하는 축제

 

경계가 없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축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주목하고 지지하는 축제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이번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느낀 게 있다. 페스티벌을 갈 때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갈 것. 나에게는 정말로 만족스러웠던 페스티벌이었지만, 같이 간 친구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아무래도 혼자만 즐긴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우리는 같은 공연을 봐도 감상평이 심각하게 갈렸다.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친구라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데려간 거였는데, 독립예술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보다. 그날 본 3개의 공연 중, 어느 하나도 만족스럽지 않아 보여서 미안했다. 친구가 공연을 보는 내내 당황스러워하니 나까지 당혹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야 예술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무엇을 봐도 되게 만족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신선하고 충격적인 독립예술을 접할 수 있음에 기뻤다.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이 가득한 공연에 빠져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나만 너무 신나게 즐겼던 걸까? 예술이 많이 발전해오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프린지 페스티벌을 함께하는 분들은 모두 만족스러워 보였다. 독립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인 자리여서 그런지 굉장히 난해하고 파격적이더라도 끝까지 진지하게 감상하는 태도를 보이셨다. 그리고 더운 날씨에도 고생하시며 페스티벌을 빛내주시는 스텝, 아티스트, 인디스트 분들에게 더욱 감사했다. 그들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예술가들의 축제니 말이다.

 

다음에 이 페스티벌을 가게 된다면, 혼자 혹은 진짜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과 함께 갈 것이다. 여러 페스티벌을 가다 보니 느끼는 건데, 페스티벌은 같이 간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에 따라 몇 배 이상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과 진정 즐기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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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갈피의 ‘남겨진 것들’ -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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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은 정말 실험적인 연극이었다. 하나는 자신을 갉아먹는 습관을 다룬 <여관방>,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을 다룬 <다각형 바퀴>였다.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이라 받아들이는 관객의 해석이 여러 방향으로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음에도 낯선 그 이야기가 좋았다. 다시 떠올려봐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으니 더욱 매력적인 것 같다.

 

<여관방>에 큰 인상을 받았다. 햇빛을 보고 남은 잔상을 그리는 화가. 영감을 얻기 위해 목메고 주마등을 느끼는 작가. 둘은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예술적 영감을 위해 노력한다. 극 중 실제로 목메는 장면을 묘사하여 깜짝 놀랐다. 연극에서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야외와 실내가 공존하는 공간이어서 그런지 주변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심지어 소리가 분산되어 배우들의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협소한 공간에서 최소한으로만 갖춰진 음향, 조명, 소품으로 극을 이끌다 보니 조금 아쉬웠다. 그렇기에 더욱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예술을 느낄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스튜디오 212의 ‘인곡 : 종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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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 앞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A의 이야기가 끝나면 B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조로 말이다.

 

야외에서 진행되어 그런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방이 뻥 뚫려있어서 배우의 행동반경이 더욱 자유로웠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몸을 잘 쓰는 분들이 모여선지 표현력이 엄청났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연약한 가지 같다가도 꼿꼿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처럼 움직이는 그들을 보며 감탄했다.

 

조명과 음향보다는 배우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연극이었다. 하나둘 미쳐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정말 소름이 끼쳤다.

    

 

 

민수민정 ‘어서오세요, 아름다운 나그네여.’ - 사운드 미디어아트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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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초로 접한 ‘사운드 미디어아트 쇼’. 이름도 생소한 이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들은 물속에 사는 생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행에 관해 토로한다.

 

미디어아트가 재생되는 와중에 여러 효과음이 들린다. 그리고 이에 스토리텔링과 기타연주가 더해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한다.

 

지나가던 나그네(우리)에게 깜짝 공연을 선보이는 것 같았다. 시청각적으로 만족감을 주니 하루 동안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예쁘다.”라는 말이 입에 맴돌았다. 벽과 계단을 이용하여 진행된 공연이라 더욱 색달랐다. 마치 버스킹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달까.

 

여름밤의 환상적인 공연. 그 짧은 시간 동안 흠뻑 심취했던 것 같다.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 와서 예술과 더 가까워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권하고 싶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예술이 있다고. 그저 있는 그대로 몸을 맡겨보자고.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그 감정 자체를 즐기자고 말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The 23rd Seoul Fringe Festival


일자
오프라인 08.13~08.23
온라인 08.24~08.31
 
*
오프라인 월, 화, 수 공연 없음

장소 :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온라인/오프라인 티켓
각 25,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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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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