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코드] 레이블에서 옥수수를 판 이유

콘텐츠를 물건으로 파는 법
글 입력 2020.08.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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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레이블에서 왜 옥수수를 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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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블이 옥수수를 팔다



지난 6월, SNS에 흥미로운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라는 제목의 판매 글이었다. 옥수수 제철인 여름철, 초당 옥수수 광고가 올라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제주도의 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자란 옥수수라니, 흔한 스폰서 광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책방무사가 함께 판매하는 초당 옥수수’라고 적혀 있었다. 레이블에서 갑자기 옥수수를 판다고? 정말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맞는지 프로필을 확인했다. 선우정아, 십센치, 옥상달빛의 사이에 당당히 노란 옥수수가 있었고, 영상은 고퀄리티였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레코드 레이블이고, 책방무사는 독립서점이다. 이들이 뜬금없이 본업과 먼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보통 음반사나 서점은 굿즈를 판매했지만, 옥수수와 같은 농산물을 파는 일은 드물었다.


농업과 관련 없는 레이블이 어떤 이유로 옥수수를 팔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름이 초당 옥수수를 직접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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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주문하니 며칠이 지나 감귤 박스가 하나 도착했다. ‘특상’ 품질에 표시된 박스를 열어보니 초당 옥수수 10개와 안내지가 있었다. 귀여운 안내지에는 딸기, 옥수수, 책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법, 쪄 먹는 방법, 보관 방법 등이 적혀 있었다.


안내지에는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에 대한 짧은 정보가 있었다. 옥수수 판매는 요조가 운영하는 서점 ‘책방무사’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책방무사 옆 카페 공드리에서 키우는 애완견 아름이의 이름을 따라 지었으며, 수산리 청년회장이 직접 농사지어 기른 옥수수였다.

 

옥수수를 익혀 먹어보니 달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초당 옥수수였는데, 일반적인 찰옥수수 품종과 많이 달라 신기했다. 레이블도 옥수수를 맛보고는 ‘어머! 이건 꼭 팔아야 해’라는 생각이었을까? 직접 먹어보니 레이블, 책방, 제주도의 묘한 콜라보가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무사, 그리고 책방무사가 있는 제주도의 콜라보였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 남았다. 왜 본업인 음악을 두고 옥수수를 팔았을까? 단지 옥수수가 맛있기 때문이었을까? 혹은 레이블이 식품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2. 옥수수도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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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옥수수를 파냐고요?
재밌잖아요~!!
 

 

사실, 음악 레이블이 옥수수를 판 진짜 이유는 ‘재미’ 때문이었다. 레이블에 따르면 옥수수 판매는 재미있는 콘텐츠 기획에서 시작했다. 의외의 행동으로 재미를 보여주기 위해 느닷없이 고퀄리티 옥수수 영상이 올라오거나, 직원들이 본업을 제쳐두고 제주도로 내려가 옥수수 수확을 돕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음악 회사의 기행(?)에 당황했지만, 일부는 호기심에 옥수수를 구매했다. 큰 인기에 힘입어 옥수수는 일주일 동안 10,000개라는 엄청난 수량이 팔렸다. SNS상의 반응도 뜨거웠다. 구매자들의 반응은 ‘의외다’, ‘재밌다’가 대부분이었다. 구매자들은 옥수수 인증샷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올리고,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다시 스토리에 퍼가며 반응을 수집했다.

 

음악 회사의 첫 옥수수 판매는 성공적이었다.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에게는 레이블과 아티스트를 직접 구매하고 즐길 새로운 기회였다.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는 농산물이 아닌 음악 회사의 새로운 콘텐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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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서 식품은 종종 콘텐츠로 사용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루시드폴의 ‘귤이 빛나는 밤에’가 있다. 2015년 12월, 안테나 뮤직 소속 가수 루시드폴은 7집 음반 프로모션을 위해 CJ홈쇼핑에서 ‘앨범 + 귤’ 상품을 판매했다. 루시드폴은 귤 탈을 쓰고 나와 신보의 타이틀 곡을 불렀고, 안테나 뮤직 동료들은 뒤에서 열심히 귤을 먹었다. 새벽 2시에 진행한 기습 이벤트였지만, 10분 만에 귤 1,000박스가 모두 팔리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대형 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2016년, SM 엔터테인먼트는 이마트와 협업을 통해 자체브랜드 상품을 제작했다. ‘엑소 손짜장’, ‘소녀시대 팝콘’, ‘샤이니 탄산수’처럼 아티스트의 이름이 붙여진 상품이 나왔다. 이마트에 따르면 SM 콜라보 상품은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64만 개 이상 팔렸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또한 스타벅스와 협업해 BTS 콜라보 메뉴와 굿즈를 제작했다. 블루밍 퍼플 뱅쇼, 퍼플 스타 컵케이크, 퍼플 베리 치즈케이크 등 BTS의 보라색을 테마로 한 디저트들을 내놓았다. 또한, 디자인과 마케팅에 별 아이콘을 활용하던 스타벅스는 BTS의 의미를 ‘Beyond The Scene’에서 ‘Be The Bright Star’로 확장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언급한 사례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물건을 콘텐츠로 판매했다는 점이다. 음악은 귤과 옥수수가 되었고, 아티스트는 음료와 즉석식품이 되었다. 이들은 음식, 생활용품과 콘텐츠를 결합했고, 음악과 관련 없던 영역에도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전달했다.

 

기존 콘텐츠 재활용, 확장하는 방식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방정식이다. 소설, 웹툰이 영화가 되고, 같은 회사의 캐릭터들은 하나의 세계관으로 등장한다. IP 활용, OSMU(One Source Multi Use)와 같은 방법론이 등장했고, 콘텐츠 간의 확장은 흔한 전략이 되었다.

 

다른 종(種)의 결합으로 탄생한 콘텐츠, 이종콜라보 콘텐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는 이제 음식과 라이프스타일까지 건너가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전달한다. ‘제주도 아름이 초당 옥수수’는 농산물을 통해 음악을 전달한 음악 회사의 이종콜라보 콘텐츠다.

 

 


3. 재미있는 콜라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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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브랜드도 아무런 음식과 콜라보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티스트, 브랜드의 이름만 붙여 판매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단순히 이름만 가져온 상품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도 없고, 재미를 줄 수도 없다. 성공적인 이종콜라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팬덤의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팬덤에게 굿즈는 아티스트, 브랜드와 일상을 연결하는 수단이다. 팬덤은 노트북 스티커에도 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와 굿즈의 개연성보다 상업성이 더 크다면, 굿즈의 소속감은 찾기 어려워진다. 드라마 속 뜬금없는 PPL에 어색함을 느끼듯이, 브랜드, 아티스트와 완전히 분리되어 상업성만이 남은 상품은 인기를 끌 수 없다.


따라서 이종콜라보 상품은 개연성이 있다. 개연성은 기존 콘텐츠의 경험이 굿즈, 콜라보 상품까지 이어졌을 때 발생한다.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는 책방무사와 요조의 경험을 연장한 상품이다. 가수 요조는 서울생활을 잠시 멈추고 제주도로 내려가 책방무사를 열었다. 팬들은 요조의 제주도 생활을 함께 경험하기 위해 책방무사를 찾았고, 여유롭고 투박한 제주도 생활을 경험했다.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는 서울에서도 책방무사의 제주도 생활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개연성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종콜라보 상품은 의외성이 있다. 최근에 유행한 곰표 밀가루 굿즈처럼, 재미있는 의외성을 가진 이종콜라보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분야로 건너간 시도는 ‘이 조합 뭐야?’라는 반응으로 흥미를 끈다. 게다가, ‘본업’만큼 정성스럽게 만든 상품이라면, 의외성은 더 커진다. 이종콜라보 상품의 재미는 의외성에서 나오며, 제주도 아름이 초당 옥수수 또한 본업과 다른 새로움으로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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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슈머(Fun+Consumer)의 시대라고 한다. 대중들은 이종콜라보에 환호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계속되는 인기에 이종콜라보는 대중문화 저변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던킨도너츠의 경우, KFC, 서울우유, 싹쓰리, 뽀빠이 등 주기적인 콜라보가 이루어지며, 신상품의 대부분이 이종콜라보 상품에 해당한다. 이종콜라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기획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종콜라보는 새로운 시도가 끝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단일한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영역에서 시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공연만을 만들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옥수수를 성공적으로 판매했듯이, 새로운 기회가 정착되어 다채롭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한다.

 

 



 

씨코드, 문화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주목합니다.

 

8월의 씨코드, Contents -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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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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