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변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글 입력 2020.08.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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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 페스티벌


올해 처음 가는 '페스티벌'이라 기대를 가득 안고 먼 길을 달려 행사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눈앞에 나타난 것은 휑한 주차장과 그저 펄럭이기만 하는 깃발뿐이었다. 분명 꾸며놓은 것을 보면 여기가 맞는데 매표소도 안 보이고 전시 부스도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켜고 살펴봐도 여기가 맞길래 우선 깃발이 펄럭이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커다란 돔이었다. 아니, 돔이라기보다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원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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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녹슬고 낡은 원통은 과거 서울의 산업을 책임지던 석유탱크였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받아 문화비축기지의 부지로서 시민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1.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 귀로나 20
 
산업부지답게 공간이 독특했다.

 

도착해서 뭐가 있나 둘러보는 중에 길을 잃고 헤맬 정도이니 말이다. 원통을 중심으로 내부 공간은 물론 외부의 계단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샛길들이 많았다. 그 구석구석 숨겨진 공간을 프린지에서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였다. 덕분에 상설전시를 찾아가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공간 역시 전시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복잡한 공간을 탐색하며 공간을 느끼고 전시를 찾아가는 재미, 전시를 공간에 맞춰 설계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그중 하나가 상설전시 '귀로나 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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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세워져 있는 입간판, 4개의 칸으로 구분되어있는 공간. 이어폰을 착용하라는 문구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이끌려 간 곳에 세워진 전시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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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첫 번째 칸에는 의자, 두 번째 칸에는 널브러진 종이컵이 배치되어있고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QR코드 스캔을 해보니 유튜브 영상과 음성 녹음을 들을 수 있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코로나 시대 예술인들은 설 곳을 잃었다. 특히 사람을 만나서 기획하고 준비하고 사람에게 보여야 하는 특성을 가진 연극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음악은 영상을 녹화해서 볼 수 라이브로 보게끔 대안을 찾았지만 연극은 무대와 음향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선택한 것은 온라인,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오디션을 본다.


참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형태이다.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에 적응하여 각계각층에서 적절한 형태로 대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코로나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미루고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연극이라 함은 단순히 관객이 배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무대를 구성하고 소품을 배치하고, 음향과 조명을 이용하여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표현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벗어난 연극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순하게 메시지만 전달받으면 끝인 걸까? 그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시원한 집에서 책을 읽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우리가 연극을 보는 의미는 무대를 느끼고 배우와 함께 호흡하기 위함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로나 20은 변화하는 시대에 예술인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한다. 분명 언젠가는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기술에 발달과 형태에 따라 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홀로그램으로 시연할 수도 있고, vr로 보다 더 실감 나게 구현할 수 도 있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한다. 언젠가 찾아올 변화가 막연하면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2. 확신할 수 없는 위험 - 희희
 
프린지 페스티벌은 상설전시와 시간별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상 전시하고 있어 원하는 시간에 찾아가 볼 수 있는 상설전시와 다르게 프로그램은 지정장소에 정해진 시간에 시작한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프로그램이 겹치지 않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희희'이다.

 

히틀러의 환생이 나타났다. 인류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히틀러의 환생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이를 두고 6명의 위원들이 회의를 한다.

 

30분의 짧은 연극 동안 위원들은 서로 협력하는 듯하면서도 다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 처음에는 3대 3으로 편을 먹고 정해진 대본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화를 진행하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그렇게 투표를 했지만 결과는 동점. 재투표를 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심적 여유도 없어서 집행관에게 최후의 한 표를 맡긴다.


연극을 보며 sf 영화들이 떠올랐다. 시스템에 의해 범죄를 예측하고 예방한다.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는 모르지만 시스템이 판단하면 인간은 거기에 따라야 한다. 단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예상'만으로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은' 예비 범죄자를 잡는다. 그리하여 사회는 안전하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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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 역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저 히틀러의 환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펼칠 가능성을 막아버린다. 찬성도, 반대도, 누구 하나 순수한 아이로 바라보지 않는다.

 

위험을 사전에 배제하거나 능력을 인류를 위해 사용하자는 주장밖에 나오지 않는다. 설령 아이가 처분을 피했다고 해도 아이가 보고 느낀 자신에 대한 편견은 평생 기억에 남아 스스로를 괴롭힐 것이다. 이러한 행위야말로 아이를 히틀러로 만드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그 어떤 역사 속 인물의 환생이 나타나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본다면 인류에 대한 환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보는 것인데, 그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은 보다 더 편리하고 고도화된 기술 속에서 살고 있다. 하나하나 입력해 인풋과 아웃풋이 명확하던 기술에서부터 딥러닝을 통해 AI 스스로가 학습하고 변화하는 기술까지.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는 더 이상 허구가 아니게 되었다. 자율 주행을 하는 자동차,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자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서울과 부산을 갈 수 있는 기술까지. 무궁무진한 기술들이 세상을 향해 나올 준비가 되어있다.


기술의 발전은 좋지만 그럴수록 sf영화가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움이 생긴다.


극에서 나온 히틀러의 환생. 이 아이는 자라서 히틀러가 될까? 아니면 착한 세상을 위해 일하는 착한 히틀러가 될까? 결국 프레임은 '아이'에 맞추지 않고 '히틀러'에 맞춰진다.


진정한 미래를 바란다면 재판이고 뭐고 할 필요 없이 현생을 살아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3. 아쉬움
 

프린지 페스티벌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작년 사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참 좋았다. 연극, 음악, 미술 등 여러 예술분야에서 자유롭게 등록하고 준비하여 소통하는 축제라니, 얼마나 생산성 있고 발전적인가. 다양한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건 황량함 그 자체였다. 석유탱크를 개조하여 복합 문화공간으로 쓰는 바람에 더욱 황량해 보였다. 아마 사람도 많고 여건이 괜찮았으면 석유탱크는 오묘한 느낌을 주며 참여한 작품의 예술성을 끌어올려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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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된 프로그램도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페스티벌 공간을 채우는 건 관객과 아티스트의  에너지 넘치는 소통이 아니었다. 관객보다는 스텝과 아티스트들이 서로서로 자리를 채워주며 상호작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행사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넓은 공간을 활용하는 페스티벌 특성상 체계적인 통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어디서 어떤 공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 실제로 몇몇 전시물은 전시물임을 가리키는 태그조차 없어서 이게 전시물인지조차 모르고 지나갔을 정도였다. 아무리 첫날이고 오픈 시간대라고 해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행사를 준비하고 함께 꾸려나갔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폭 축소 개최해야 하는 이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준비한 규모에 비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합리적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웠던 프린지 페스티벌이었다.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게, 코로나라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내년에는 여러 요인을 이겨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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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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