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성격이 뭐 어때서 [사람]

이게 나야!
글 입력 2020.08.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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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정말이지 이 말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 하는 말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너는 내성적인가 보구나?' 어릴 적부터 나는 성격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빠르게 친해지는 편이 아닌 것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내 성격에 대해 콕 집어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면 몹시 불안하고 불쾌해졌다.

 

세상은 밝고, 예쁘고, 화려한 것들, 이상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것과는 정반대라는 생각에 늘 숨고 싶었다. 새하얀 눈 밭에 구정물로 찍힌 발자국처럼 내 존재 자체가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오점처럼 느껴졌다.

 

성격은 유전적 요인과 경험에 의한 습관이 한데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먼저 이런 성격을 가진 나 자신을 미워했고 또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을 미워했다. 누구의 잘못도 없는데 스스로를 포함하여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의 의도를 의심하는 일은 피곤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편견과 오해에 대응하는 것 역시 의미 없는 에너지 소모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방어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로 지낸 지가 한참이었다.

 

늘 변명하고 해명하는 삶은 독이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점점 크기를 더해 두려워졌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꾸미고 연기를 해도 늘 한계 지점에 다다라서는 자책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일들에 싫증이 났다. 그동안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보지 않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를 관찰하는 일이었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특정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를 살폈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내 삶에는 많은 '눈'과 '귀'와 '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너무도 많은 '타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에게는 그것을 해명할 의무가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말이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가 되어 가는 듯했다. 그리고 나서야 내 삶을 지배하는 타인을 걷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 일상과 생각과 선택에 숟가락을 얹더라도, 나는 나의 식사를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구태여 원하지도 않았던 말 한마디로 숟가락 얹은 이에게 대접할 밥을 짓느라 내 끼니를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 후로 내가 한 일은 별거 없다. 일지를 꾸준히 썼다. 내가 겪은 상황과 대처를 적고, 그 과정과 결과가 온전히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끊임없이 살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변화가 체감되기 시작했다. 남이 보기에는 미미할지 몰라도, 스스로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조차도 용인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야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바퀴 달린 집>에 엄태구 배우가 등장하는 편이 화제였다. 평소 작품 활동으로 드러났던 강렬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수줍은 '현실' 캐릭터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엄태구 배우의 모습들을 보며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했고,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와 매력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나 역시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굉장히 재밌게 시청했다.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하고 작은 목소리로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사람들 틈에서 충분히 매력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느 누군가는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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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습을 보면서 소소하게 즐거운 마음을 느꼈다. 이제는 화려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럽지 않고, 나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잔잔하고 섬세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어느 하나가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어느 하나가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다. 각자의 개성일 뿐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나처럼 나서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지만, 그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괴로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꾸만 다그치고 있을 때, 나와 같지만 충분히 예쁘고 빛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조금, 정말 조금이라도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사실도 하나 알아챌 수 있었다. 실은 모두 다 비슷하다는 것. 나를 둘러싸고, 나를 두렵게 만들었던 사람들도 실은 나와 아주 많이 닮아 있는, 악의 없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그러니 누군가 나를 오해하더라도, 그리고 나아가 상처를 주더라도 그것은 나를 아주 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만큼' 무심하게 누군가를 정의 내리고, 알지도 못한 새에 상처를 주었던 것 뿐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이다. 거기에는 특별한 악의도, 의미도 없다. 매우 닮았지만 동시에 매우 다른 사람들끼리 부대끼고 살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더욱 다채롭고, 재미난 것이다.

 

 

나만 참는 줄 알았다. 나만 불편한 줄 알았다. 나만 눈치 보는 줄 알았다. 말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 말하면 미움받을 거라는 두려움. 비웃을 거라는 지레짐작. 그러고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무례하고, 난폭하고, 무신경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만했다. 나와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이다. 나만큼 불안하고, 나만큼 머뭇대고, 나만큼은 착한 사람.

 

- 청춘시대 1 유은재 독백 中

 

 

조금이라도 사람에 대해, 그리고 상황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생겨나면 마음속으로 되뇌는 마법의 문장이 두 개 있다. 하나, 이게 나야! 둘, 뭐 어때? 이 두 문장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말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믿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을 때 가장 나 다울 수 있다. 나를 미워하지 않고, 상대방을 원망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정말 괜찮다. 괜찮아진다. '충분하고 온전한 삶'은 그렇게 스스로를 안아주면서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게 나야,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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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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