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린 여러 형태의 가족 [영화]

글 입력 2020.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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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봉준호부터 시작해 데이미언 셰젤, 오기가미 나오코 등 수많은 이름들을 말할 수 있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딱 한 명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바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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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하던 내게 극영화를 해도 괜찮다, 이분법적으로 작품의 장르를 구분하지 말라는 생각을 심어준 사람이다.

 

앞선 글(2020년 8월 1일 작성한 한 번쯤 꼭 봐야 할 영화 – 액트 오브 킬링)에서 말했듯이, 나는 다큐멘터리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인 듯한. 그 구분이 불명확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 역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가진 연출적 특징 역시 너무도 대단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러 작품을 통해서 ‘진짜로 하고 싶은 하나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 ‘가족’에 대해 찬찬하고 세밀하게 그려왔다.

 

내가 속한 나라, 대륙의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가족의 이미지와 달리,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여러 가족의 풍경을 그리며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

 

 

 

1. 어느 가족



어느 가족(700).jpg

 

 

2018년 개봉한, 그 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원제 : 만비키 가족, 좀도둑 가족)>은 그가 해왔던 가족 이야기의 가장 정점에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각자가 품고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는 줄거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느 가족>은 우리가 쉬이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어쩌면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위 영화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전통적인 가족관,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연 가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단순히 피를 물려받고 성을 물려받는다는 게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할 수 있었기에, 많은 분이 보시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시면 좋겠다.

 

 

 

2.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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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중 <아무도 모른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을 남긴 엄마를 기다리는, 아빠가 다른 4명의 아이들만이 가족으로서 존재하고 함께 살아가는 내용의 영화다.

 

위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일본의 스카모 아동 방치 사건을 소재로 영화로 제작된 <아무도 모른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단정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쉽게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점들이 있는데 위 영화에서는 이들만이 살아가는 세상을 천천히 따라가며 ‘‘슬프다’ ‘나쁘다’ ‘어떻게 저럴 수 있냐’는 식의 정의는 내려지지 않는다. 그저 보는 이들에게 판단을 맡길 뿐, 특정한 이미지를 규정짓지 않는다.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는 것, 한 가족으로서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엄마를 그저 ‘엄마’로서 말하지 않는다는 것 등 영화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스테레오타입이 많이 깨질 수 있었기에, 많은 분께 추천드린다.

 

 

 

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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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위 영화는 친자식인 줄 알았던 아들이 병원에서 바뀐 아이이며 정작 핏줄인 아이는 삶의 방식이 너무도 다르다는 점에서 갈등에 빠지는 한 남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가장 주된 메시지는 ‘가족을 잇는 것은 피인가, 시간인가.’이다. 내가 낳은 자식이 나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관계를 맺어온 남의 아이가 나와 비슷한 면모를 지닐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부모와 자식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가족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 제목처럼, 영화는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성장을 다루며 관객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보다 약간의 극적인 면이 있지만, 보는 이들이 판단할 수 있게끔 하는 작품이기에, 꼭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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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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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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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이외에도 이복 자매가 함께 살아가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혼 가족을 그리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걸어도 걸어도>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만의 시선이 담긴 여러 가족 영화가 있으니 많은 분께서 찾아보시고 관람하시길 바란다.

 

 

[김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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