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엇을 담고있는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8.06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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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 것 아닌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이 있다. 더 비싸고 더 좋은 것을 새로 사더라도 나만의 추억이나 의미가 깃든 것이라면 오래되고 조금 낡은 것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몇 년전 이삿날이었다. 창고 한켠,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상자 안에 초등학생 때 내가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 샀던 아이리버 MP3가 들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충전을 하고 플레이리스트를 보는데 새삼 그 MP3를 사용했던 시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서 이삿짐을 정리하는 내내 그 MP3에 담긴 노래를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노래는 언제든 다시 다운 받을 수 있는데도 열살도 더 먹은 그 MP3는 아직 내 방 서랍에 고이 잠들어있다. 지금도 작동하는지는 모르겠다.


그 아이리버 mp3는 나만 가지고 있던 제품은 아니지만 다른 이에겐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일 수도, 나에게 그랬듯 그 쓸모를 다하고 나서도 무언가의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존재 자체가 가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초'나 '한정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들이 특히 그렇다.) 내가 생각해도 엉뚱한 이야기지만 먼-훗날 어느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어 귀중한 사료로 쓰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나.

 

이제는 제품의 제작 의도와 그 제품에 담긴 가치, 그 자체가 마케팅의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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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방수포 등을 재활용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FREI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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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은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업사이클링 기업으로 꼽힌다.

 

 

같은 색의 립스틱을 사더라도 동물실험을 하진 않았는지,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 이 립스틱을 광고하는 모델의 성별/인종은 무엇인지에 따라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그 제품이 개발되고, 생산되고, 홍보되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선택지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 선택지, 그 가치가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한다.


대표적인 예가 MD, 즉 굿즈라고 할 수 있겠다. 굿즈의 범위는 굉장히 넓기에 그만큼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캐릭터, 나에게 감동을 준 작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유니세프 호프링이나 위안부 희움팔찌처럼 후원과 연대의 의미를 담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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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온라인 굿즈샵

 

 

희움공식홈페이지.jpg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희움의 공식 홈페이지

팔찌 뿐만 아닌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이가 보기에는 하찮거나, 그저 예쁘기만 하고 쓸모가 없는 물건일지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게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라면 그 물건은 그만큼의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서툴게 그린 엄마 아빠의 얼굴. 누군가가 보기에는 엉망진창인 그림이라도 그 엄마 아빠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술이 그렇다. 무형적이고 주관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 예술이기에 그 아무리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 있고, 세상에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들도 누군가에게는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품과 작품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가치는, 그리고 취향은 당신만의 것이니까.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마케팅 전략 또한 개인의 취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신이 지금 장바구니에 담은 것은 그저 하나의 상품인가, 아니면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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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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