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안의 분노와 화해하기 - 감정도 설계가 된다 [도서]

글 입력 2020.07.2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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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내 마음이 아닐까 싶다. 머리를 긍정적인 생각으로만 가득 메우고 싶어도 부정적인 감정은 참 끈질기게도 머리와 마음을 지배한다. 내 마음 하나를 다스리는 것도 어려운데, 하필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수많은 마음들과 부대껴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갈등을 대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이런 사람 앞에서는 이렇게, 내 기분이 이럴 때는 이렇게. 다만 내가 가진 노하우에 비해 당황스러운 사건들이 지나치게 많이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남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조차 생각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감정도 설계가 된다’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가수 아이유가 “기분이 나쁠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답했던 영상이 떠올랐다. 요지는, ‘이 기분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 만에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몸을 바쁘게 움직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내 감정의 주체로 자리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보게 된 영상이어서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우울한 기분에 관한 이야기는 7분 36초부터 등장한다.

 

 

이 책은 부정적인 감정, 특히 분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해 다룬다. 1장에서는 내가 자각하지 못한 새에 내 마음을 소란하게 만든 분노에 관해 다루는데, 사례와 함께 설명이 이어져 가볍게 읽기 좋았다. 이어지는 챕터에서도 사례가 자주 등장하는 덕에 나의 생활이나 습관을 함께 떠올릴 수 있기도 했다.


이 책은 감정에 관해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나의 분노를 이해하고, 이 분노를 어떻게 다스릴지 조언을 주는 참고서와 같았다. 특히 평소 분노와 자주 씨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아도 좋을 책이다.


나는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이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분노는 단순히 한 사람을 향한 ‘화’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불안정한 감정의 총체와도 같았다. 우울이나 무기력, 낮은 자존감 등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파헤치며 감정의 안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침을 알려준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있지 말 것’이다. 잊을 것은 잊고, 버릴 것은 버려야 건강한 고요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요지에 많이 공감을 했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툭툭 털고 일어나기’가 참 안 되는 사람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해도 이따금씩 과거의 경험이 머릿속에 튀어나올 때면 감정의 늪으로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더욱 깨어나고 온전해지고 성장한다. 그런 사람들은 분노와 복수심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대신 삶의 다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들은 자신에게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될 만큼 깊은 상처를 입지 않는다. 그들은 사는 동안 다양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현실을 인정하며, 그런 사건을 자신만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는다. 즉, 그 일은 그들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어서 벌어진 것이 아니다. (105쪽)
 


시련을 성장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온전하고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수 없듯이, 세상에는 시련을 겪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 시련과 실수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더욱 중요한 법이지만 이를 알면서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책에서는 너무 깊게 침잠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또 이를 분노로 승화하지 말 것을, 화가 날 때면 나의 감정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기록할 것을 일러둔다. 부정적인 감정을 곱씹고 또 곱씹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감정에 중독되어버린다. 설령 그 감정이 우울한 감정이라고 할지라도,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습관적으로 우울해지는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다소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요지에는 공감하나, 조금 더 자세한 방법들이 적혀 있었다면 훨씬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울한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것, 현실 도피를 위한 중독을 경계하는 것, 화를 무조건 분출하기보다 나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것 등, 일상에서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해결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수학 공식처럼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해소될 수 없기에, 우리는 이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방법을 최대한 나의 삶에 맞추어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다. 부정적인 생각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감정의 주체가 되는 지름길이다. 결국 내 삶을 괴롭히는 부정적 생각들도 내 안에서 피어난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내 마음처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지만, 내 마음대로 다스리도록 연습해야 하는 사람도 나다. 좋든 싫든 이 마음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다. ‘감정도 설계가 된다’를 통해 나의 마음과 조금 더 친해지는 길이 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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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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