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숨어있던 무의식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인간의 무의식, 저 어딘가로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20.07.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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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숨어있던 무의식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퍼핏 애니메이션, 사람의 손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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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 형제는 대표적인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는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퍼핏과 도미토리움 외에도 드로잉과 싱글필름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이다.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퍼핏 애니메이션'은 사실 <윌레스와 그로밋>, <핑구> 등의 친숙한 작품으로 추억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가 담고자하는 모든 장소와 등장인물을 연출해 한 편의 애니메이션 필름으로 담아보내는 기법은 작은 소품 하나까지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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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상)

ⓒTim Burton(하)

 

 

퀘이 형제의 작업 세계는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느와르 성향이 강해, 팀버튼의 퍼핏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킨다.

 

퀘이 형제와 팀버튼이 공통적으로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겸 작가로 활동하면서, 에니메이션, 실사영화,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작품 세계를 펼쳤다는 것과 팀버튼이 퀘이 형제의 작품을 극찬했다는 것에서 두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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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좌)

ⓒTim Burton(우)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이 타이포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작업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킨 것이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퀘이 형제의 실험적인 포스터와 그래픽 작업을 볼 수 있으며, 굉장히 예리하고 섬세한 수작업이 가능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이 도미토리움 작품에 있는 모든 선들은 퀘이 형제의 수작업으로 그려진 것으로, 펜 촉의 필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작품 전면에 돋보기가 설치되어 있으니 실물로 그 생생함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도미토리움(Domitorium)이라 불리는 디오라마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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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of Crocodiles Tailor`s shop

ⓒ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나, 퍼핏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날로그 감수성을 아우를 수 있는 퀘이 형제만의 특징은 디오라마 박스 형태의 세트장이다. 퀘이 형제는 상상 속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이 조형물의 이름을 라틴어에서 본따 '도미토리움(Domitorium)'이라고 칭한다.

 

퀘이 형제에 의하면 이 도미토리움은 '방과 잠'으로서, 야간 놀이방이나 잠의 상태를 함축한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보조하기 위한 배경으로서의 공간이 아닌, 공간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시이자 시간을 담은 존재로 본 것에서 형제의 작품관이 두드러진다.

 

전시엔 싱글채널로 다수의 애니메이션 필름이 상영되고 있으며, 작품에 쓰인 퍼핏과 도미토리움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실제로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 속에서 영화적 공간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기회로, 시선을 천천히 옮기며 퍼핏과 태고의 물질적 형태를 온전히 관찰하고 탐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퀘이 형제

 

 

퀘이 형제 또한 관람자들이 전시를 통해 '온전히 관찰'할 수 있기를 바랬는데, 도미토리움을 유심히 관찰할 수록 많은 정보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나 이 작품은 천장을 구성하는 유리 부분에 쌓인 먼지와 때 묻고 낡은 양복점의 가구들에서 퀘이 형제가 공들인 연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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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그들의 작품은 산업사회의 이면의 부조리와 불안, 초현실주의와 에로티시즘 같은 철학적 주제를 다룬다. 실제로 모든 필름은 마치 초현실주의 특유의 자동기술적인 성향처럼 느껴져 서사를 추측하기가 쉽지 않다.

 

전시 도슨트 Q의 설명에 따르면, 퀘이 형제의 퍼핏에 뼈대를 공동 작업해 주었던 한국 작가마저 퀘이 형제의 작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작가 본인들 뿐일것이라고 했다니, 작품을 따라 자유롭게 흘러가듯 감상하는 것이 퀘이 형제의 잠과 꿈의 연상을 훔쳐보는 것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엿보는 것의 즐거움, 관람의 영역을 확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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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퀘이 형제의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작품 곳곳에 돋보기, 작은 장막, 가려진 벽면과 틈 등이 있던 것이다. 특히 <하인 여행의 관>은 까치발을 들거나 계단을 밟고 올라가 망원경처럼 튀어나온 구멍을 통하여 영상을 보아야 하는데, 이 모든 연출들은 공통적으로 온전히 작품을 '관람'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퀘이 형제는 자신들의 작품이 보편적인 작품들처럼 사람들로부터 빤히 관람되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시야를 방해하고, 작품을 관람하고자 몸을 숙이거나 빼꼼히 훔쳐보는 등의 장난스런 행동을 유도하며 작품과 관람객 간의 거리를 좁히고, 전시장에 생동감을 채우고자 했는데, 이를 무척 현대적인 시도라고 느꼈다.

 

퀘이 형제가 도미토리움을 단순한 공간으로 보지 않았고, 퍼핏을 단순한 주인공으로만 보지 않았던 것을 유념해볼 때, 전시장 전체는 퀘이 형제의 도미토리움으로 확장되며, 관람객들이 그들의 의도대로 작품을 엿보는 퍼핏이 되어버리는 기이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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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감상하는 내내, 1988년 영화인 <트루먼쇼>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 전체가 인기 채널에 송출되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먹고, 자며, 사랑하고, 생활한다.

 

이 영화를 퀘이 형제의 작업 세계에 빗대본다면, 거대한 도미토리움과 퍼핏으로 치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깨닫고서야 잠에서 깨어나듯 르네 마그리트 풍의 초현실적 구름 세트장을 빠져나가는 영화 속 명장면처럼, 퀘이 형제의 전시를 보러온 관람자들은 고요하게 정지된 도미토리움, 전시장 안에서 그들의 작품을 엿보고 움직이는 퍼핏들이 된다.

 

그래서인지 유독 퀘이 형제의 전시에서는 전시장을 빠져나와 아트샵을 마주했을 때 드는 '이제 전시가 끝이구나.'하는 기묘한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퀘이 형제의 퍼핏들이 잠자고 있는 묘소, 도미토리움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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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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