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정에서 사랑까지 - 마티아스와 막심 [영화]

글 입력 2020.07.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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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의 끝없는 자의식 과잉


 

영화 내내 나를 몰입하게 한 건 마티아스의 심리변화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까지 홀로 북 치고 장구 칠 건지 궁금했다. 마지막까지 마티아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를 탄식하게 했다.

 

마티아스는 영화 내내 본인이 헤테로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은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내기 벌칙으로 마티아스와 막심이 키스신을 찍게 되면서 마티아스는 그 이후로 막심을 과하게 의식한다. 마티아스의 반응은 당연할 수도 있다. 뼛속까지 헤테로인 마티아스가 평생을 친구로 지내던 동성과 키스를 하게 되다니!

 

그러나 막심만 보면 지나치게 삐거덕거리는 마티아스와는 다르게, 막심의 이야기에서 마티아스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다. 막심에게는 당장 어머니를 돌봐야 하며, 곧 호주로 가기 위한 준비가 급했다. 본인 앞가림으로도 급한 막심과 그저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로봇처럼 삐거덕거리는 마티아스의 모습은 이질적이다.

 

영화 속 내내 마티아스는 마치 객관적으로 잘났지만, 재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본인이 했던 언행을 부정하고 인정하지 못하며 막심과 키스를 한 이후로는 유독 막심에 관한 문제에 예민하게 군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새벽부터 수영하다가 길을 잃어 정신없이 수영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 ‘수영씬’에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정신없이 수영하는 마티아스의 모습은 급변하는 그의 심정을 나타내는 장면이라 추측된다. 그러나 내게 마티아스의 수영은 마치 상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혼란스러워 샤워기 물을 맞으며 샤워하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같았다. (여기서 샤워기는 무조건 해바라기 샤워기여야 한다. 코브라 샤워기는 폼이 안 난다.)

 

게임 중에 다른 친구와 귓속말로 대화하는 막심을 의식하다가 게임 분위기를 망가트리며, 설상가상으로 막심의 얼굴 흉터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 좋아하던 친구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일부러 심술궂게 대했던 아이와 비슷한 행동이다. 막심 한정으로 치졸해지는 마티아스가 언제까지 옹졸할지 궁금해지며 이는 결말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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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의 이야기


 

막심의 상황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 간 과정 중 하나라고 느껴진다.

 

종적을 감춘 형제, 홀로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지만 끊임없는 모자 갈등 속에서 지쳐버린 것.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영화로 비칠 만큼 막심의 상황이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에게 ‘홀어머니를 모시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갈등과 방황’ 서사는 익숙하다.

 

그러나 <마티아스와 막심>에서는 서사적 특수성 보다는 가장 보통의 존재의 혼란으로 바라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오랜 친구들과 어울리며 웃지만, 집에 돌아가면서는 불행하다. 막심이 유창하지도 않은 영어 실력으로 굳이 호주 행을 선택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막심은 마티아스와의 문제까지 겹쳐 벼랑 끝에 선 위태로운 청년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마티아스처럼 자신의 마음을 부인하려 하지는 않는다. 마티아스가 막심을 ‘점박이’라고 조롱하고 나서 파티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졌다. 사과 없이 이어지는 막심과 마티아스의 키스에서 막심은 마티아스에게 몰입한다.

 

이어지는 마티아스의 행동은 어이가 없다. 본인이 먼저 시작한 키스에서 막심을 저지하고는 그 공간을 빠져나가고 만다. 결국 마티아스와의 관계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심의 출국일은 빠르게 다가왔다.

 

 

 

어떤 우정은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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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우정은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하다
 

 

영화 포스터에서는 마티아스와 막심을 ‘어떤 우정은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내게 마티아스와 막심은 ‘사랑’으로 보였다. 물론 키스를 하기 전까지 그들은 친구 관계였다. 그러나 키스 이후 그들의 관계 변화는 우정의 변화보다는 사랑의 탄생으로 보였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마티아스는 막심과의 키스를 그저 벌칙 해프닝으로 봐야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지는 마티아스의 어이없는(?) 행보를 지켜보면 사랑에 빠진 미성숙한 인간이었다.

 

필자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마티아스를 보며 웃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 방황할지 모르는 어리숙한 남자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두 사람의 끝없는 삽질이 보고 싶다면 <마티아스와 막심>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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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막심
- Matthias & Maxime -
  
 
감독 : 자비에 돌란
 

주연

자비에 돌란

가브리엘 달메이다 프레이타스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7월 2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20분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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