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퍼핏으로 가득한 전시 -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글 입력 2020.07.15 01: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년 전 이때쯤, '월레스와 그로밋' 제작사 아드만 스튜디오 전시를 보러 갔었다. 클레이로 한 컷, 한 컷을 만들고 찍고 이어붙여 하나로 연결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보니 어찌나 경이롭던지.

 

귀찮음은 둘째치고 결과물 하나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 집중력 따위를 한눈에 느꼈던 것 같다. 이런 노고를 들이는 사람이 또 있을까.



IMG_8799.jpg

 

 

그런데 이미 비슷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사람들이 있었다. 퀘이 형제.

 

그들의 장르가 완벽히 같다곤 말하기 어렵지만, 퀘이 형제의 퍼핏 애니메이션과 아드만 스튜디오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큰 공통점이 있다. 직접 매 컷을 만들고 찍고 이어붙여 하나의 영상처럼 잇는다.

 

무엇이 더 복잡하고 세밀한지 따지는 건 어렵겠다만, 분명한 건 누구나 쉽게 이해할 만한 스토리를 담아낸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과 어둡고 난해한 퀘이 형제의 작품은 다른 듯 같다는 거다.

 

 

8. 얀 슈반크마예르의 캐비닛_프라하의 연금술사.jpg

The Cabinet of Jan Švankmajer "The Alchemist of Prague" PhotographⓒKIM yeonje

 

 

퀘이 형제가 구현해내는 기괴함과 난해함은 체코 출신 작가인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동유럽 대부분은 소련의 위성 국가가 된다. 공산주의 치하에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시작되었지만, 소련의 방어로 실패하고 만다.

 

이로 인해 사회는 전보다 더 위축되고 억압되었다.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던 예술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품 속에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퀘이 형제도 마찬가지로, 동유럽을 여행하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된 전쟁과 학살의 참혹함을 작품에 녹여냈다.

 

 

IMG_8806.jpg

 

 

퀘이형제는 지금까지 약 40년간 애니메이터로 활동 중이다.

 

퍼핏 애니메이터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그들의 예술은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도미토리움(*퀘이형제가 붙인 이름; 영화 세트장 같은 박스 형태의 입체 공간, 라틴어로 방 房을 뜻한다),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까지 뻗어 나갔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난해한 요소가 적지 않기에 오디오 가이드를 필수로 추천하고 싶다. 물론 사전 정보 없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때로는 이 방법이 풍부한 감상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밝고 경쾌하다거나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이해할 수 없는 예술쯤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스탑모션으로 퍼핏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던 퀘이 형제는 음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일찌감치 음악이 지닌 힘을 알던 그들이었기에 자신들이 느낀 한계를 뛰어넘고자 본격적으로 영화의 형태를 닮은 퍼핏 애니메이션을 꾸려간다.

 

작업 방식도 독특했다. 원하는 음악을 먼저 의뢰해 준비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영상을 채워갔다. 흔히 음악을 영상의 재미를 돋우는 포인트 요소로 생각하는데, 퀘이 형제의 지적대로 음악이 영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영상의 분위기, 감정, 흐름, 느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음악으로 표현된다.

 

 

11. 고요한 밤 I -잠의 내벽_팔복.jpg

ⓒ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이 점이 돋보인 작품은 '고요한 밤 시리즈'였다. MTV의 의뢰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인데, 방문판매원들이 탁구공, 양말, 고환 한 쪽에 총알이 박힌 순록 등을 소개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꼭 형상화되지 않은 음악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어떤 스토리를 갖춰야 하는 건 아니다. 인물, 그러니까 여기서는 퍼핏이겠다. 퍼핏들의 행동과 사물의 움직임, 배경 등 영상을 이루는 요소들 자체가 소리의 일부 혹은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계이름과 이 음계들이 어우러진 멜로디가 컷마다 어우러진 것이다. 음악을 먼저 선정하고, 그 음악을 즐길 줄 알고, 음악이 가진 힘을 인지하고 있기에 나올 수 있던 결과가 아니었을까.

 

예전에는 '난해함'을 꺼렸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늘어뜨려 놓으며 어디 한 번 파악해 보라고 시험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이제는 난해함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 오브제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그 의미와 메타포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를 비우고 관찰한다. 이런저런 모양새, 색, 명암, 구도, 분위기, 무엇보다 중요한 내 느낌. 어렵고 낯선 장르처럼 보이는 퀘이 형제 전시도 이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꽤 유쾌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포스터.jpg

 

 

전시일정

2020년 6월 27일 ~ 10월 4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관람료

성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유아 8,000원

 




[박윤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6840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