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인생의 여정, 연극 '렁스'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7.0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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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극을 봤다.

 

2020년 <연극열전 8>의 첫 번째 작품인 <렁스>가 바로 그것이다.

 

심플한 무대 위에서 두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는 사진이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연극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무대 메커니즘 속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을 주로 보던 나에게, 모든 미장센을 최대한 절제한 연극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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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렁스>의 무대는 하얗고 길게 뻗은, 그리고 약간은 높게 솟은 런웨이 같은 길이 전부다. 긴 정육면체의 박스 위에서 연극이 펼쳐진다. 너무도 단순하고 심플한, 그래서 조촐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무대가 전하는 의미에 있다.

 

<렁스>는 한 연인이 아이를 가질지 말지 고민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대화를 보여준다.

 

여자와 남자는 무대 위에서 다양한 일을 겪고,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대화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순간마다 신발을 갈아 신고, 벗은 신발을 무대의 가장자리에 놓아둔다.

 

연극이 이어지는 90분 동안 둘은 수십 년의 인생을 살아가고, 극의 마지막에는 길게 뻗은 무대에 수 켤레의 신발이 놓여있다. 길게 뻗은 무대는 인생을,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신발은 인생의 발자취를 뜻한다. 두 사람의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무대와 그 위의 신발로 압축해 보여준다.

 

<렁스>는 지구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 같지만, 사실 사람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이다. 자신들이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며 ‘지구에 좋은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극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런웨이 같은 무대와 그 위의 신발들로 보여준다. 인생의 길에 놓인 여자와 남자의 발자국은 계속해서 가까워지지 못했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 순간에 여자가 남자의 마지막 신발 바로 뒤에 자신의 마지막 신발을 둠으로써, 둘의 발자국은 비로소 가까워진다. 끊임없는 대화와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랑으로 생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둘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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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길게 놓여있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지구에, 공동체에,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는 대화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연극 <렁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좋은 연극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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