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담감과 죄책감에 대하여 - 도서 '장녀들'

글 입력 2020.07.0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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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어깨는 무겁다.

 

첫째가 모범이 되어야 동생이 뒤따라서 열심히 한다고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말씀하셨다. 일어나기 싫어서 밍기적거리다가 자신이 일어나자 동생이 모두 뒤따라서 일어났던 적이 있다고 했다. 언니는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이 정말 바르게 살아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유독 장녀의 무게는 사회의 여러 면모때문에 더욱 무겁다. 엄마와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 서로 서운한 것도 많은, 어쩌면 애증의 관계일 수도 있다. 소설 <장녀들>은 사회 속 장녀들의 역할과 부담감뿐만 아니라 모녀간의 감정 또한 섬세하게 다룬다.

 

소설 속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게 자신이 사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장녀들_입체표지1.jpg

 

 

책제목: 장녀들

원제목: 長女たち

지은이: 시노다 세츠코

옮긴이: 안지나

발행처: 이음

발행일: 2020.5.29

정가: 14,800원

쪽수: 340쪽

판형: 135*200

ISBN: 978-89-93166-09-5


차례

1. 집 지키는 딸

2. 퍼스트레이디

3. 미션

해제_고령사회, 장녀들은 잠들 수 없다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 사회와

코로나19가 초래한 '돌봄 공백'

그 자리에 장녀들이 있다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딸들의

'하이퍼리얼리즘' 간병기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돌봄’ 능력 또한 중요해진다. 문제는 이 ‘돌봄’의 역할이 특정 성별에만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딸, 특히 장녀의 경우 부모님이 가장 의지하면서도 가장 엄격하게 키워진다. 그리고 당연하게 자신의 효도를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별이 달라진 경우 딸의 경우만큼 심각하지 않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해 반드시 타인의 손을 빌려야만 살 수 있는, 오로지 의료비와 복지 비용만 증가시키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혐오하는 바로 그 노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장녀들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 옮긴이 해제 중

 

 

소설 <장녀들>의 여성은 대부분 억눌려있다. 어딘가로 분출될 것 같지만 분출되지만 튀어나오지 않는다. <장녀들> 속 첫 번째 이야기 <집 지키는 딸>의 나오미를 예로 들 수 있다. 혼자 돌봄 노동을 하면서 나오미는 지칠 대로 지치게 된다.

 

사실 <집 지키는 딸>의 결말과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실제 장녀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엔 나오미가, 장녀들의 힘듦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머니를 이해하고 자신 또한 돌봄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현실을 더 살아보겠다는 선택은 어쩌면 아쉽기도 했다. 결국 효도를 하는 것이고 원래의 삶에서 벗어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소설 속 윤리와 맞지 않기도 하니까.

 

또한 치매이신 엄마의 말과 촉 모두 결국 맞았다는 결말이 묘했다. 다시 효도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엄마를 버리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떠한 분출도 없이 그냥 끝내버리는 것이 숨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장년인 나오미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엄마와 치매와 자신을 같이 살아가게 된다. 그 어떤 엔딩도 행복한 엔딩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다시 숨을 막막하게 하는 것이 이 소설에서 정말 원하는 결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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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들>은 모녀간의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선을 잘 드러낸다. 엄마는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다가 오롯이 딸만이 있을 때 자신의 속마음과 안에 억눌려있던 것들을 모두 분출시킨다.

 

그것은 딸이 자신을 모두 이해해줄 것이며 딸을 가장 편하게 여긴다는 생각의 반영이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을 딸에게 쏟아붓기에 딸은 힘들 수밖에 없으며 모든 부탁을 자신만 들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과 짜증을 같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다른 형제를 향한 재산 분배일 때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고리는 세대를 거듭해도 비슷한 양상으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여러 가지 질문에 『장녀들』의 여성들이 해답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의 선택을 한다. 『장녀들』은 따뜻한 가족소설이 아니고, 소설 속 여성들이 살아가는 오늘날 더 이상 효녀 이야기는 유효하지 않다. 과연 이 장녀들은 각자의 지옥 속에서 어떤 길을 찾았을까.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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