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감정의 빛깔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글 입력 2020.07.0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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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잊어버렸던 시간이 있다. 말 그대로 행복이 어떤 감정인지 ‘잊어버렸다.’ 나는 기분이 좋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로 몇 년을 보냈다.

 

하다못해 평온함이라도 내 곁에 있었으면 좋으련만. 평온함이라는 감정도 나를 두고 멀리 떠났다. 그때는, 그랬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우울해졌다.’라는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감정은 언제나 일정하게 저조했고, 우울이라는 단어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우울함의 울타리에 안에서 정도의 변화만 있었을 뿐, 내가 기억하는 시간 내에서 나는 언제나 우울했다.

 

내가 살면서 실제로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있을 리 없으니까. 나에게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늘 기록을 통해 깨닫곤 했다. 어렸을 때 썼던 일기, 편지... 그 속에 나를 웃음 짓게 했던 사람들과 사건들, 그리고 장소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내가 한때 행복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기록되어 있었으니까. ‘웃었다.’, ‘즐거웠다.’, ‘기분이 좋았다.’라고.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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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기록이라는 것을 잘 하지 않았다. 내 감정 상태가 위험하다는 걸 스스로 인지한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는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 감정들, 생각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새롭게 배운 것들에 대해서. 또한, 내가 우울의 도피처로서 많이 의존하고 있었던 뮤지컬들에 대한 이야기도 기록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핸드폰 메모장이나 손글씨로 기록을 하다가, 용기 내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작은 공감 표시나 댓글을 남겨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반응들은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내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의 기록을 봤을 때, 나는 푸른 빛 우울함 말고도 다른 빛깔의 감정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짙은 심해밖에 그릴 수 없을 것 같았던 나의 감정 팔레트에, 조금씩 다른 색깔들이 채워지고 있다는 걸 기록들을 통해 알았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때는 연두색,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얻어 차분할 때는 보라색. 가까운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면 옅은 다홍색의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기록이란 나에게 색칠을 하는 것과 같다. 내 감정과 하루의 희미한 빛깔들을 사라지게 내버려 두지 않고, 색칠하여 선명하게 남겨두는 것. 이제 나는 기록을 통해 어두운 검푸른 빛 하루 속에서도 다른 색채의 감정들을 기억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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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색칠이라면, 아트인사이트는 내가 색칠한 그림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장 같은 공간이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하며 오피니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초대에 대한 리뷰를 쓰며, 나는 이전보다 정말 다양한 색채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생각이 내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경험과 함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아트인사이트는 내게 다양한 색채의 물감을 선물해줬고, 더불어 자신감과 용기를 함께 주었다. 가벼운 붓 터치도 남들에게 보이기 꺼렸던 내가, 이제는 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아트인사이트라는 거대한 전시장에 내놓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그림, 즉 내가 썼던 모든 글에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정성을 덜 들인 글도 있고, 아쉬운 글도 정말 많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보다,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분명히, 에디터 활동을 하며 작성했던 모든 글은 나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며 나는 나의 생각을 이전보다 더 자신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를 표현할 기회를 준 곳. 내가 성장할 기회를 준 곳. 그리고, 별거 아닌 나의 상념들이 하나의 결과물로, 작품으로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도와준 전시장. 아트인사이트는 내게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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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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