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의 이면을 소설로 쓰다 - 개구리 [도서]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
글 입력 2020.06.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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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30년간 실행되었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의해 희생된 개인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많은 작가가 작품 속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듯 <개구리> 또한 저자인 ‘모옌’이 겪은 일화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 한국어판 서문에 붙여져 있다.

 

문호 개방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당국의 검열을 철저하게 거쳐야 하는 중국이기에 중국판 서문에는 저자가 이 소설이 ‘허구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했지 못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예민한 문제인 ‘중국 가족계획 정책’을 주제로 다루고 있기에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게 구성된 이유도 이 때문이며 결론적으로 <개구리>는 역사적 회고록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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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인 친구가 꽤 많은 편이다. 그들은 모두 외동딸 혹은 외동아들이었고 딱 한 번 오빠가 있는 친구를 본 적 있는데 둘은 쌍둥이였다. 약 30년 전 그들이 태어날 시기의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의한 결과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 어떤 개인적인 희생과 아픔이 있는지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고 관심을 크게 둔 적도 없으나 이 책을 읽고 국가에 의한 개인적인 희생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와 그 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부터 4부까지는 주인공인 ‘커더우’가 정체불명인 ‘스키타키 요시토’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글 형식이다. 1인칭 소설이되 실제 주인공은 '계획생육‘ 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의 모습을 담고 있고 5부는 전체적인 내용을 다시 구성한 극본으로 구성한 특이한 형식인데 서신체와 연극을 서로 결합한 것과 앞서 설명한 현실과 허구의 결합을 빗대어 볼 때 분량 문제를 해결하고 연극 속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 효과를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바라보게 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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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고모는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받는 ‘조산사’ 할머니들을 대신하여 신식 교육을 받고 온 산부인과 의사로 17살 때부터 아이를 받기 시작했으며 은퇴할 때까지 받은 아이만 해도 1만여 명에 달하는 베테랑 의사이다. 한편으로는 저주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데 중국 정부가 계획생육을 발표하면서부터 고모가 그 마을의 계획생육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고모는 당국에서 정한 법률 그대로를 이행하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신중절을 시켰다. 임신중절을 피해 다니는 여자를 찾기 위해 집을 부수는 물리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았는데 그 모습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날카롭고 강인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렇게 임신중절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사람도 생기지만 철학이 확고한 고모는 계속해서 과제를 이행했고 그 속에서 벌어진 마을 사람 개개인들의 아픔과 슬픔, 분노와 그 속에 피어오르는 기쁨을 담았다.

 

 

실제로 정책이 시행되던 30년 동안 중국 각급 정부는 ‘계획생육’ 정책 관철과 실행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간주했다. 지방 정부의 각종 과업이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고 할지라도 일단 생육 지표를 초과하면 간부들이 비판과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내 고모는 우리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가장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획 생육’의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p.8

 

 

책을 읽다 보니 그렇게 해서까지 자녀를 낳아야 할까? 라는 질문과 기필코 그들을 찾아 수술을 시켜야 했을까? 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이 소설이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이유는 국가의 강제적인 제도 아래 감춰진 수많은 희생과 문제점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게 했고, 개인에게 발생한 비극이 결국 국가와 사회의 폭력적 압박의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감정표현을 직접 읽어봐야 굵직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적지 않겠다.

 

책에서 이 책 제목을 개구리로 지은 이유를 정확히 묘사하는 부분은 없지만 자주 등장하는 앞뒤 맥락으로 유추해보건대 다산의 상징이자 갓난아이를 뜻하는 와(蛙)와 동음어이며 사람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고모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로 그리면서 고모의 나약한 이면과 고모 역시 국가의 희생자임을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옌 (1955~)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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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이며 본명은 관모예(管謨業) 이다. <붉은 수수밭>의 작가로 유명한 그의 소설 대부분은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출판되었다. 그는 스스로 한 군데 국한되기를 거부했지만, 현대 중국의 문학사조로 살펴보자면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선봉 문학 계열의 작가이다.

 

새롭고 다양한 실험적인 형식을 추구하며 다채로운 글을 쓴 그였으나 초기작들은 주로 한 시대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문학가로 평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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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영 개운하지 못하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개운한 마무리를 바라는 것이 모순일 수 있겠지만, 인과응보 사필귀정이 그대로 드러나나 싶다가 애매하게 표현하는 부분에서 적잖은 혼란이 왔다. 이것이 이 책 속에 전반적으로 보인 모옌 특유의 형식이긴 하나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지만, 당국의 검열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우회하듯 써 내려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의 인권변호사 천광청이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을 비판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불과 14년 전 일임을 볼 때 모옌에게 있어서 <개구리>는 거대한 도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계획생육’이 낳은 폭력과 비극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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