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키아나

글 입력 2020.07.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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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친구. 영어 잘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언어 교환 파티에 갔다가 친해진 친구이다. 사실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친구에게 한국인이면서 외국인인척 하지 말라고 늘 장난을 친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텐션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는다. 너무 잘 맞아서 알게 된지 일주일만에 친구 집에 놀러가서 잔 적도 있다. 작년 3월에 봤었는데, 벌써 미국으로 돌아가다니.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야만 했다.

 

늘 그렇듯 보자마자 껴안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반갑다. 가끔 마주쳤던 클럽거리를 지나서 카페로 갔다. 웃음이 해맑은 친구. 신나서 근황이야기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만난 목적 - 그림을 그리려고 화구를 펼치자마자 바로 자신있게 포즈를 취했다. 역시 내 친구야.

 

"물론 내 마음대로 그릴 거지만, 어떻게 그려줬으면 좋겠어?"

"큐트하고 섹시하게! 왜냐하면 나는 키아나니까."

 

정말 함께 있으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친구다. 당당한 모습이 너무 좋다. 그림을 그리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난 1년간 실컷 놀았다.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취업을 하게 되서, 진짜 직업을 얻게 되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무슨 일 해?"

"사람들 도우는 일을 할 거야.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이민오면 겪는 어려움들을 도와줄 거야. 나는 한국을 떠나지 않아. (웃음)"

"역시 너는 한국인이라니까, 왜 자꾸 미국인인척 해. (웃음) 아.. 진짜로 가다니 너무 속상해."

"그러게- 언니가 대단해. 언니도 돈 벌잖아. 나도 이제 드디어 어른이야. 돈 벌러 가니까."

 

 

키아나1.jpg

 

 

자신있는 키아나 모습에 어울리게 주황색 볼을 먼저 그렸다. 그리고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인 머리를 그렸다. 하나의 색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양한 색을 칠했다. 자신있는 입은 약하게 그렸다. 나머지는 그리고 싶지가 않아서 바로 넘어갔다. 화려한 머리카락을 칠했다. 초커와 귀여운 타투, 자켓을 칠했다. 청자켓마저 색이 다양했다. 패턴도 다양하고. 한쪽으로 넘긴 머리까지 반짝거리는 친구였다.

 

"짠. 그림 어때?"

"언니는 정말 최고야"

 

영혼 가득 담긴 리액션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저 행복하게 그림을 보는 친구를 두고 나는 대화 내용을 메모했다. real job, help my people, do not leave korean, I'm a real adult 등등. 나는 한국어, 친구는 영어를 대부분 썼지만, 문맥상 한글이 어울려서 번역해서 올린다.

 

*

 

귀엽고 섹시한 키아나. 이번에는 '진짜 어른'의 모습을 그리기로 했다. 어떻게 그릴까 관찰을 하는데 보라색 분위기가 보였다. 그래서 먼저 보라색을 깔았다. 강렬한 보라색을 깔고 나서 파란색 머리와 주황색 얼굴을 그렸다. 콩테로 눈썹과 눈, 코와 입 반을 그렸다. 턱을 괴고 있는 모습. 역시 자주색과 에메랄드색, 주황색, 초록색 등이 섞인 자켓을 입고 있었다. 보라색 배경에 마무리로 노란색 포인트들을 나누어서 넣었다. 음, 좀 마음에 든다. 그 전 그림도 이번 그림도 둘 다 사랑스럽고 당당한 모습의 키아나였다.

 

 

키아나2.jpg

 

 

"이번 그림은 어떤 것 같아?"

"와.. 보라색이 슬픔을 뜻하잖아? 그렇게 보여. 자신감도 있어보이고."

"당연하지. 우리는 진짜 어른이잖아."

"맞아. 우린 어른이야. 그리고.. 파란색이 내 어린 시절을 나타내는 것 같아."

"왜?"

"이유는 모르겠어. 하지만 파란색이 어릴 때의 나를 표현해."

 

어릴 때의 자신을 나타내는 파란색이라며 한참을 바라봤다.

 

돈을 벌어야하는 사회, 주위 부자들의 이야기, 제테크 이야기 그리고 연애 이야기까지. 늘 그렇듯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친해진 계기는 '왜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못알아봐줄까? 우리는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내 말이 그말이야!' 라는 가득찬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렇게 공감하고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서로 실컷 노느라 보기는 힘들었어도, 결국 이렇게 떠나기 전에 만나서 그림을 그리게 되어서 다행이다. 꼭 다시 만나야지. 1년 동안 한국에서 실컷 놀아서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도 원격으로 열심히 놀라고 미러볼을 선물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사랑스러운 키아나. 늘 그렇듯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래. 우리는 당연히 또 볼 거니까 :)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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