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난 신이 아니니까요, 연극 '팜 Farm'

외로운 오렌지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6.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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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Farm"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렌지가 걸어 나온다. 슬로우 모션이다. 주변의 인물이 그의 걸음을 방해한다.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의 새 남자친구와 그의 조력자라고 불리는 마담, 강아지 케이타를 사랑하는 할머니. 노래가 흘러나온다. 'Frank Sinatra'의 'My way'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계획한 자신의 길을 모두 걸어왔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후회할 일이 있었지만 굳이 입 밖에 낼 정도는 아니라고. 연극 "Farm"은 그렇게 시작한다.

 

 

 

줄거리


 

이혼을 준비 중인 오렌지 부모님 이야기는 오렌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렌지가 태어난 배경과 오렌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모두 설명한다. 오렌지는 GMO, 유전자 변형으로 태어난 아이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유전자 검사를 받고 모든 것이 우수하도록 만들어졌다. 오렌지는 Farm이기도 하다. 타인의 신체를 부작용 없이 이식할 수 있어 장기를 배양하는 땅 역할을 한다. Farm의 유일한 단점은 타인보다 노화가 빨리 온다는 것이다. 실제 나이는 초등학생이지만 신체 나이는 33살에 가깝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오렌지는 종교를 꾸리듯 동급생에게 다른 동급생을 괴롭히도록 명령한다. 왜 그랬냐고 묻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신이기 때문이다, 라고 답한다. 그러나 극에서 표현되는 상황은 오렌지의 말과 다르다. 오렌지는 중앙에 서 있고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인형을 마구 던져 오히려 오렌지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아버지는 자식을 연구하기 위해 3년 연구소에 틀어박혔고 이게 문제가 되어 어머니는 이혼을 요구한다. 3년 사이 일하는 마트 지점장과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는 자꾸만 이혼 서류에 도장 찍는 것을 미루고 남자친구는 계속해서 성관계를 요구한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니 떳떳하게 이혼 후에 재혼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에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는 상담가 겸 마담을 찾아가 심리 상담을 받는다. 할 수 있다고 외치고, ‘My way’를 부르거나 다시 죽음 요법을 사용한다. 죽음으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요법인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안타까우나 결론적으로는 성관계로 끝난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친구와 상담사는 극구 부인하며 어디까지나 치료, 진료였다고 말하지만 신뢰를 모두 잃은 어머니는 남자친구와 헤어진다. 한편 아버지는 자신의 유전자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 아이를 배양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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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렌지는 암에 걸린다. 타인의 장기를 키우다 보니 몸이 고장난 것 같다고. 오렌지는 자신의 몸에 배양하던 케이시의 눈을 떼기 위해 보호자를 부른다. 케이시는 오렌지가 배양하던 눈의 주인인 강아지 이름이다. 영문을 모르고 불려간 케이시의 보호자인 할머니는 오렌지와 케이시의 일부분이 계속 같이 있길 소망한다. 케이시는 친구가 없이 외롭게 살았기 때문에 오렌지가 계속 친구로 남아있길 바란다. 오렌지가 위암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위를 떼어주겠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렇게 하면 케이시와 오렌지, 자신이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결국 위를 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오렌지와 결혼을 해 외로움을 이긴다. 오렌지는 암 수술을 받는다.

 

몇 년이 지나 오렌지의 암이 재발힌다. 오렌지의 생일을 맞이해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난다. 그러나 오렌지가 죽는 순간까지 누구도 오렌지 자체를 보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 각자의 사정을 말하며 마이크를 쥐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렌지가 죽고, 할머니는 임신한 아이 레몬에게 유전자 조합을 해서 태어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좋겠냐고 물으며 극이 끝난다.

 

 

 

만화적 과장


 

시작할 때부터 눈에 띄는 점은 만화적으로 과장한 행동이다. 오렌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노란색 가발과 미치광이 과학자용 회색 곱슬머리 가발을 착용한다. 말투를 딱딱해 현실 대화와 거리감을 두거나 우스꽝스럽게 과장한다. 때로 꼭 필요한 말만 가발을 벗고 말하는데, 그땐 말투도 진지해진다.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혼 요구를 주장하는 대화에서 둘은 탁구, 야구, 볼링 등의 운동을 접목한다. 단순히 탁구 치는 흉내를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트라이크, 직구 등의 말을 반복하는데 빠른 대사와 섞여 오히려 대사에 집중력이 떨어지긴 했으나 둘의 대화가 얼마나 팽팽하게 진행되는지 느낄 수 있다.

 

어머니와 그의 남자친구와 오렌지가 삼자대면할 때도 이런 과장이 재미있는 요소로 쓰인다. 오렌지가 사실을 근거로 남자친구를 괴롭힐 때 남자친구는 반복해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느적거린다. 어머니가 공에 풍선을 넣는 것 같은 시늉을 하면서 ‘기를 살려주는 말’을 하면 점점 공기가 채워지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자신감 넘치는 포즈에 미소는 덤이다. 몇 번을 그렇게 시도하니 대사를 정확하게 듣지 못하더라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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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 과장은 공연 내내 반복된다. 어머니와 오렌지의 대화에서, 오렌지는 실제 나이와 무관하게 성장한 신체를 보며 내가 정말 어린 아이가 맞느냐고 묻는다. 오렌지와 떨어져 서 있던 어머니는 계속해서 허공에 아이를 안고 보듬어주거나 손을 잡고 흔드는 시늉을 반복하며 내 눈에는 언제나 아이라고 말한다.

 

이런 만화적인 과장은 내용을 가벼운 분위기를 자아내 즐거움을 주지만, 다소 산만하기도 하다. 관객이 극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극의 내용을 곱씹게 하는 좋은 장치로 쓰이지만, 극의 내용은 현실적이고 진지한 부분이 있는데 풀어내는 방식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우니 물과 기름처럼 어색하다. 반면 동작으로 상황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인 만큼 오히려 공연에 몰입하고 깊게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장치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투는 동안 오렌지는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동작을 취한다. 오렌지가 그만하라고 외친다. 그만하고 싶어. 둘 사이에서 휘둘리는 거. 대사를 직접적인 동작으로 표현해 시각적 효과를 확대한다. 케이타의 보호자가 자신의 위를 주겠다고 말할 때는 커다란 의자에 서로 앉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한다. 오렌지가 일방적으로 의자에서 밀려난다고 볼 수도 있다. 오렌지는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고 의자에 앉으려는 할머니에게 소리친다. 그만 좀 하세요. 어떻게 다른 사람 생각은 안 하세요? 끝에선 의자에 나란히 걸터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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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건 성관계를 묘사하는 부분이었다. 자극적이거나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나란히 서거나 관객을 바라보고 팔을 크게 흔드는 것으로 대체했다. 뒤에서는 대본 지문이 나왔고, 대본을 다 읽고 나면 팔을 떨어뜨린다. 충분히 상황이 묘사되면서도 온전히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표현하기 나름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건 놀라운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극에서 성관계를 묘사할 때엔 아무리 자극적이지 않게 묘사하려고 해도 신체 접촉을 했기 때문이다.

 

 

 

오렌지 이야기

 

"Farm"은 오렌지가 주인공이지만 실제로 오렌지의 비율은 높지 않다. GMO로 태어난 아이가 장기를 배양하는 능력을 갖춘 대신 남들보다 빠르게 늙는다는 설정은 특이하고 흥미롭다. 오렌지는 요새 기술이 발전해 사람 형태의 Farm이 없고, 팔이면 팔, 다리면 다리를 따로 배양한다고 말한다. 생각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머리 없는 동생들’이라고.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자신과 같은 존재는 물건 취급을 당한다. 같은 살과 피를 가지고 있지만 배양지 역할만 한다. 오렌지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지 않는 사람 사이에 사는 그를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오렌지는 죽음을 앞두고 마담이자 상담사에게 자기에게도 슈퍼 직원에게 그랬듯이 죽음을 체험하는 요법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오렌지는 사는 내내 남의 장기를 길러주는 Farm, 땅 역할을 해왔다. 삶 자체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휘둘려지기만 하고 또래 아이보다 더 성장한 신체나 머리로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자신과 똑같은 존재는 날 때부터 신체의 일부만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니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죽으면 분명해질 거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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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은 Reborn 요법, 즉 자신이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의 부모,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 또 그 부모로 되돌아가 다시 탄생하는 요법이 있다며 말해준다. 뿌리를 찾는다면 자신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마담은 줄곧 입고 있던 크고 화려한 치마와 가발, 윗옷을 벗는다. 이 세상에 자신과 같은 존재는 없기에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오렌지에게 일반인이라 불리는 Non-GMO 역시 본인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숨기고 살아간다고 말하는 듯하다. GMO와 Non-GMO의 차이는 있지만 오렌지는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고민을 한다고.

 

오렌지의 특이성은 유전자 조작 아이라는 점보다 뿌리내릴 곳이 없는 아이라는 점에서 찾아온다. 타인보다 노화 속도가 빠르고, 부모님은 이혼을 준비하고, 몸에서 기르던 장기는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가고, 학교는 관둔 지 오래되어 친구도 없다. 부모님은 그가 특별하다, 평범하다로 싸우면서 아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물어보지 않는다. 오렌지가 주인공이라 말하기엔 이상할 정도로 극 내용에서 오렌지가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 때문에 오렌지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 아니란 느낌이 더욱 커진다. 오렌지가 태어난 계기는 당연하고,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나 Farm이란 특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렌지가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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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혼자인 오렌지가 외로운 케이타 주인과 결혼하는 건 이상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케이타는 친구가 없고, 케이타의 주인 역시 친구가 없으며 무척이나 외로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둘은 가족이 되어 뿌리를 내린다. 오렌지의 입장이나 감정이 나오지 않으니 오렌지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나누어 준 걸지도 모르겠다.

 

학교에 갈 때엔 자신을 신이라 설명하던 오렌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은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뛰어나 장기를 배양할 능력, 생명을 길러줄 능력이 있는 오렌지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암에 걸리고, 재발하며 그는 태어날 때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오렌지까지 어머니에게 가버리면 외로울 자신을 위해 스스로 자식을 만든 아버지처럼.

 

 

 

성적 도덕성의 결여


 

공연을 보고 나와서 타인의 감상평이 무척 궁금해졌다. 극 구성이 기찻길처럼 일직선인 게 아닌 데다가 많은 동작과 대사로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극 중 성적인 이야기가 무척 많이 나오는데, 편견에 사로잡혀 말하고 싶지 않으나, 일본 특유의 분위기라고 말하게 되는 장면 장면이 몇 년 전이면 자극적이고 새롭다고 생각했을 것 같으나 지금에 와서는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 느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그의 남자친구 삼자대면에서 불륜임을 확인하고자 둘이 성관계를 했느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떳떳하게 재혼하고 싶어 성관계를 극구 거절했음에도 남자친구는 했다고 답한다. 자신의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욕구가 무척 강했기 때문에 실제로 하지 않았으나 한 것과 마찬가지고, 그러나 정말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욕구 해소를 위해 다른 사람과 했는데, 심지어 가끔은 세 명이 함께 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인형 세 개를 겹친다. 인형을 두고 세 명이서 섹스를 한다는 걸 암시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음률도 붙여 흥얼거린다. 어느새 아버지가 다가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사랑과 무관하게 성관계 유무가 불륜의 유무로 직결된다고 말하는 점은 제쳐두고, 세 명이 같이 성관계를 한다는 점을 굳이 인형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남자친구의 성격은 이미 마담과의 대화나 딸 아이에게서 인형을 빼앗아 짓밟았다는 말로 충분히 표현된다. 유머로 소비하기 위한 장면이었다면 몇 년 전에 사라졌어야 할 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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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으로 오렌지를 낳기 위해 검사를 할 때도 비슷한 장면이 지나간다. 어머니가 대학 시절 사귀었던 남자와 섹스를 했는지, 했다면 피임을 했는지 집요하게 묻는 아버지의 질문 속에는 낙태했느냐는 물음이 담겨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모님의 질병 여부나 성관계 여부까지 나오는 것은 과학의 발전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반복해서 묻고 의심하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오렌지가 마담에게 죽음을 체험하는 요법, Reborn 요법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할 때, 오렌지가 말한다. 씨발! 존나 하고 싶어 죽겠네!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은 인간 모두에게서 나오는 공통된 욕구다. 그러나 그것과 성욕에 대한 찬양은 결이 다르다. 자신의 결함을 충족하고 싶은 오렌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결함이 꼭 GMO와 Non-GMO를 가르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적인 욕구가 인간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인가, 성적인 욕구가 존재하지 않거나 적은 사람은 인간답지 않은 사람인가. 무성애자가 현실에 존재하는데.

 

GMO로 태어난 아이, 몸에서 땅처럼 장기를 키워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신체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표현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버지가 자신의 유전자로만 만들어낸 죽은 동생의 성기를 붙여 성관계해달라고 말했을 때, 이 장면에 담긴 의미를 찾는 시간보다 괴기함을 견디기 위해 생각을 돌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런 자극적인 성적 표현이 예술의 일부처럼 느껴졌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오렌지가 동생의 성기로 섹스하면서 동생을 느끼고 한 몸이 되는 장면은 ‘머리 없는 동생들’의 존재를 슬퍼하던 것과 대비된다. 평생 남을 위해 일했고 살았던 오렌지가 동생을 물건처럼 사용하며 남을 위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모순이 생긴다. 그나마 다행으로 극 중 성관계 묘사는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체하고, 자극적인 대사는 영상을 통해 글귀로 보내며 순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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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곳곳에서 의도한 불쾌를 야기한다. 그 덕분에 관객은 공연을 한 발 멀어져서 지켜볼 수 있으나, 한 발 떨어져 지켜보기에 느껴지는 부분이 적어도 내게는 없었다. 불쾌감을 야기하고 끝난다. GMO로 태어난 아이, 타인보다 노화 속도가 빠른 아이, 남의 장기를 배양하는 아이, 이혼하는 부모 사이에서 휘둘려지는 아이, 이혼과 새로운 사랑, 자신감과 삶 등 소재는 무척 다양하고 흥미롭다. 실제로 공연을 보러 가기 전까지 기대를 가득 품게 한 이유기도 하다. 이런 다양하고 매력적인 주제, 소재를 불편한 장치가 심도 있는 극 관람을 방해한다. 텍스트에 존재하는 의미나 뜻이 표현되지 않는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팔만, 다리만 존재하는 새로운 Farm의 모습을 떠올리면 생명 경시 풍조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필요한 부위만 만들어 판매하면 생명은 물건 취급을 받는다. 이미 많은 생명이 물건 취급을 받고 있으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반갑다.

 

남을 위해 사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오렌지, 오렌지의 탄생과 반대로 그의 아들 레몬은 유전자 조작을 할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할머니를 보며 인간의 결정권에 대해 생각한다. 어려운 질문이다.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며 가장 좋은 것을 준다. 완벽한 아이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지만, 아이를 위해 완벽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결정에 아이 의견은 없다. 어느 부모도 아이에게 태어나고 싶냐고 묻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극은 질문하는 동시에 My way를 지속해서 틀어준다. 그런데도 잘 살았다, 후회 없이 살았다,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살았다고 말하기 위해선 살아가야 한다는 듯이.


 

팜 포스터.jpg

 

 

팜 Farm

- 2020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

 

 

일자 : 2020.06.05 ~ 2020.06.14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협력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전문 김혜원.jpg

 

 



[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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