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별 과제 잔혹사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6.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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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하자마자, 3개의 조별 과제가 생겼다. 나는 전공 특성상 조별 과제를 할 일이 없어 교양 수업에서의 조별 과제가 처음이었다. 악명 높은 조별 과제답게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분노를 억누르며 겨우 과제를 하던 중, SNS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지구 환경 캠페인이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70억 명이 함께 하는 조별 과제”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놀랍게도 그 글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 글에 납득하였다. 조별 과제의 악명이 얼마나 높으면, 모두 “인정!”을 외치게 되었을까.

 

 

 

부족한 사람끼리 모이면 더 부족해지지 않나요?



[크기변환]부족한 사람끼리.jpg

 

 

조별 과제는 왜 생겼을까? 아마,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십과 든든한 팀워크, 조원들의 개별 능력을 살려 지·덕·체를 완벽히 한 드림팀을 만들려고 한 걸까?

 

슬프게도 실제 조별 과제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는다. 원하는 사람끼리 한다고 한들 대부분 비슷한 전공과 익숙한 사람들이 함께하며, 무작위로 조원을 만들어도 조금 더 어색한 사이로 활동할 뿐이다.

 

전문가가 아닌, 막 대학생이 된 사람들이 모여 전문적인 지식을 결합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스쳐 지나간 지식과 배경지식을 끊임없이 파고들지만, 조원들이 모두 알 법할 대중성이 있어야 하며 그들을 이해시킬 자신의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결국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난항을 겪으며 부족한 사람들끼리 덜 부족해 보이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우리 조원은 마마무예요. “음, 오, 아, 예”


 

[크기변환]음오아예.jpg

 

 

그러나 함께 토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의견을 내볼까요?”라고 외치지만, 모두가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

 

 

“~것이 어떤가요?”

“음...”

“오...!”

“아...!”

“예...;;”

 

 

이런 대화가 이어지면서 과연 이것을 조별 토의라고 불러도 되는지 자괴감이 든다.

 

 

 

죽음의 사다리 타기


 

[크기변환]나.jpg

(▲ 필자가 오늘 당첨된 사다리 타기.)

 

 

겨우 주제를 정하고 나면, 다음 단계가 기다린다. 조별 과제는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자료조사, 영상 편집, PPT 제작, 발표자까지. 각자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역할이 존재한다. 그러나 만약 지원자가 없다면, 우리는 사다리 타기로 들어간다.

 

“사다리 타기”란, 예전부터 벌칙 게임으로 종종 했던 놀이를 카카오톡 앱에서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사다리 타기는 대게 팀플에서 역할을 나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사다리 타기를 선택할 경우,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온전한 각자의 운에 따른 결과로, 대부분 ‘이건 진짜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한 직책을 맡게 된다.

  

역할을 나눈다고 해서 조별 과제가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어디를 가든 또라이가 있으며, 만약 또라이가 없으면 당신이 또라이다.)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약속까지 정하고, 대부분의 조원이 직접 만나거나, 혹은 행아웃 등으로 토론을 할 때 항상 전원 참석이 되지 않는다. 분명 약속을 정할 때까지만 해도 대답을 하던 그분은, 당일이 되면 아무도 모르게 기척을 숨긴다. 휴대폰이 망가진 건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왜 모든 전자 기기의 고장은 조별 과제 당일에 발생하고, 모든 사건 사고가 약속 날에 일어나는지. 머피의 법칙을 정통으로 맞아버린 순혈 머피인가? 행방이 묘연해진 그들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제 곧 종강 시즌이 온다. 슬프게도 나의 종강일은 실기로 점철된 과목 속에서 까마득하지만, 결국 종강일은 다가오게 되어있다. 하루하루 힘든 조별 과제 속에서 지금까지 버틴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종강만을 기다리도록 하자.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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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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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짱
    • 멋진 글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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