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먹방이 반가운 이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6.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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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든 콘텐츠는 유튜브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3순위는 바로 ‘크리에이터(유튜버)’로 줄곧 인기 직업이던 ‘의사’의 순위를 제쳤다. 진지하게 방송인을 꿈꾸는 이들은 유튜브 개인 채널로 영상 경험을 쌓기 시작했으며, 기성 방송국들은 방영되었던 시트콤이나 예능을 유튜브 특유의 짧은 호흡에 맞게 편집하여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는 영상에 전문적인 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플랫폼들과 차별점을 지닌다. 모두에게 개방적인 구조 아래에서 ‘일반인’들은 자신이 집밥을 먹는 모습, 장 보고 카페에 가는 사소한 생활, 출퇴근 준비 등 본인의 색깔을 묻힌 평범한 일상을 영상에 담아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평성은 콘텐츠 제작의 주류를 이루는 청장년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실버 유튜버와 키즈 유튜버가 청장년 유튜버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보이며 주목 받는다는 사실은, 유튜브가 내재한 평등함을 단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사례였다.

 

 

 

 

본업이 어떻든, 어느 대학을 나왔든, 나이를 얼마나 먹었든지 상관은 없다.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굴하고 거리낌 없이 드러내면 되는 유튜브의 시대가 나는 반갑다.

 

 

 

애매한 재능은 잔인하다


 

몇 해 전 ‘애매한 재능’이라는 어구가 등장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물론 재능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척도는 없지만, 우리는 이미 안다. 굳이 따지려 노력하지 않아도,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새인가 나는 주변의 몇몇보다 무엇을 좀 더 잘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 지 알게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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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속내에 있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입과 목이 풀어졌을 때쯤 각자의 후회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후회’ 혹은 ‘미련’으로 카테고리 지을 수 있을 법한 그 대화 주제의 다른 이름은 ‘애매한 재능’이었다.

 

레퍼토리는 다들 비슷했다. 대략 중학생 무렵 치기 어린 아이들은 자신이 학교 친구들보다 ‘월등히’ 잘했던 무언가를 발견하기 시작했고, 그 재능이 지금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성공을 견인하는 계기가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할수록 즉 생각보다 너무 작았던 우물을 벗어날수록 자신의 재능은 ‘재능’이라 이름 붙이기에도 초라한 것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한때 자랑해마지 않았던 그 재능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장점 비스무리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애매한 재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재능의 종류를 손에 꼽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직접 만난 사람들과 내 경우를 놓고 따지자면 단 세 가지였다. 공부, 미술, 음악. 이 같은 분류는 우리가 중고등학생 시절을 기점으로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하여 주어진 선택지와 많이 닮아 있다. 작은 몸만큼이나, 머리도 작았고 아는 것도 없으며 꽤 순진했던 그 때의 우리가 ‘이게 좋을 것 같아. 재밌을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하게 된 선택은 진학을 하면서 지나온 경력이 되었고, 앞으로의 진로가 되었다. 이렇게 큰 영향력을 미칠 줄은 몰랐었는데, 내 정체성을 표상하는 가장 큰 줄기가 되었다.

 

우리는 당연히 내 삶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에 많은 시간을 할당하고, 또 가장 깊게 마음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경쟁 구조의 사회에서 공학이든, 문학이든, 경영학이든, 사회학이든 공부를 하기로 선택한 이들은 이 사회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 내가 남들보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인지 가늠해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미약한 부분을 발견하고 좌절하곤 한다. 예체능을 하기로 선택한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주 사소할지라도


 

그런데 우리의 재능이 단 세 가지 -더 세 봐도 열 손가락 안에는 꼽힐 것만 같다- 단어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일까? 머리가 좋거나, 그림을 수준급으로 그리거나, 모든 이의 심금을 울릴 노래를 작곡하거나 부를 수 있는 사람 이외에도 나는 참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진심으로 칭찬을 보낸다.

 

이를 테면 컵받침, 식탁보, 수세미부터 니트 조끼, 가방까지 척척 만드는 우리 엄마의 뜨개질 솜씨, 또박또박 공들여 정갈하고 반듯한 친구의 손글씨, 더운 날씨에도 무너지지 않는 탄탄하고 조화로운 언니의 화장술 등등... 배워본다고 해서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이것들을 우리는 ‘재능’이라 지칭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하다 못해 일 인분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사회는 쉽게 ‘재능’이라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뜨개질, 손글씨, 화장술은 ‘잔재주’에 불과하다. 이런 완고한 구조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사회 내에서 재능의 질을 알아왔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이 이를 수긍한다.

 

이러한 ‘잔재주’들은 유튜브 플랫폼을 만나면서 ‘재능’의 지위를 되찾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유튜브의 시대를 반가워하는 이유이다. 사회가 제안한 일정한 선택지에 따라 결정된 내 재능의 종류와 어쩔 수 없는 그 애매함을 가지고서는, 어영부영 사회에 적응하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른다. 분명 나는 손글씨도 잘 쓰고 음식 솜씨가 좋으며 그 음식을 복스럽게 먹을 줄도 알지만 ‘애매한 재능의 저주’를 받았다면서 적당하게.

 

 

 

 

하지만 장벽 없이 카메라와 와이파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며, 또 모든 이들에게 노출 가능한 유튜브 플랫폼을 만나면서 내세우기에 멋쩍었던 내 ‘잔재주’는 비로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PR의 성격도 내포한 유튜브 활동은 방송 진출이나, 콘텐츠의 사업화를 이끌며 보다 전문적으로 대중에게 소구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기도 했다. 샌드박스, DIA TV, 비디오빌리지 등 크리에이터 엔터테인먼트 회사, 이른바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가 여럿 설립된 것도 유튜버 개인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위시할 만한 재능이 없다는 것. 이는 참 슬픈 사실이다. 재능을 뜻하는 영단어는 바로 우리가 선물이라는 의미로 잘 알고 있는 ‘gift’라는 단어다. 즉 재능은 하늘이 주는 선물,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재능이 확연히 두드러지는 사람을 만나면 무력감에 빠져버리고는 한다. 나에게도 저런 특출난 재능이 하나쯤 있었다면. 그러나 시각을 달리 해보면 우리에게 재능이 없는 이유는, 관습적인 기준에 따라 스스로 이미 주어진 재능을 저평가하는 시각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잘 먹고, 게임을 잘 하고, 글씨를 잘 쓰고, 말을 재밌게 하는 등의 아주 사소한 행위가 어엿하게 콘텐츠 주제가 되고, 더 나아가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기업 연봉을 웃도는 세상이 도래했다. 유튜브가 일상을 깊이 침투하면서 자연스레 재능을 바라보던 사회의 엄격한 시각은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 물론 그 관용을 스스로에게 베푸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능을 평가하는 완고한 기준을 조금 허물어본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알고 있던 것보다 꽤 많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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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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