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백과에서 설명하는 트라우마의 정의는 ‘강력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 건강 질환’이다. 정의로만 본다면 트라우마도 정신 질환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내 친구는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한 조별 과제에서 발표를 담당했다가 크게 실수를 한 이후로, 졸업반인 지금까지 발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로 그 친구는 발표자를 맡지 않기 위해 자료조사부터 PPT까지 발표를 제외한 모든 것에 열심히 참여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같은 조원들이 곤경에 빠졌고, 나아가 조 전체가 기대했던 성적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친구가 가진 트라우마를 굳이 사전에 정의된 항목에서 찾아보자면 ‘공적인 실수’와 ‘극심한 중압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것들로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성격과 특성을 설명할 수 있거나 극복할 기회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 속 인물과 달리 행동의 인과관계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극심한 중압감’의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로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심지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다’를 제안한다. 그 친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또 발표자를 맡게 된다면, 과연 발표에 대한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이야기 속 캐릭터가 일관성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그 캐릭터를 주축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고 이내 독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그런 이야기의 특성을 생각해보자면, 100페이지가 넘는 서문에서 캐릭터 구축의 전반적인 이론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작가들을 위한 자기관리법과 당부의 말까지 잊지 않고 전하는 이 책은 이야기를 창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어떤 이야기 속 ‘캐릭터’로 치환하여 생각했다. 그리고 나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저자가 정의한 트라우마 항목을 찾은 나는 사전에서 설명하는 트라우마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훼손당하는 욕구, 생길 수 있는 잘못된 믿음 등을 나의 경우와 비교했다. 자연스럽게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까지 읽게 되었다.
나는 무신론자로서 사실은 전지전능한 누군가 나를 움직이고 있다거나, 결국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전에 나와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나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누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창작하지 않는 사람도 이런 방법으로 <트라우마 사전>을 활용해 볼 것을 권유한다. 앞서 말했듯 그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가 현실 세계를 비추는 거울인 것처럼 트라우마를 극복한 캐릭터가 이전에는 없던 내적인 힘을 얻게 되듯이,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도 앞으로 수없이 다가올 역경을 뚫고 건강하게 전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