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상처 받은 아이들의 이야기 - 연극 '위대한 놀이'

글 입력 2020.06.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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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로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간 적이 있었다. 전시실을 돌아다니다가 한쪽 벽을 빼곡히 메운 수감자들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사이 앳된 얼굴들이 있었다.


국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일제의 감시 대상 인물 4,857명 중 60여 명의 독립유공자들이 만 20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투옥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유관순 열사도 그중 하나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시락 폭탄으로 유명한 ‘윤봉길 의사’는 겨우 스물다섯 살에 일제에 폭탄을 던지고, 스스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결심을 하였다.


스물다섯이면 지금 현재 나와 같은 나이다. 오늘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어두웠던 그 시대로 돌아가 그들처럼 행동할 수 있겠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망설이는 나와 달리, 그 시절의 소년과 소녀는 기꺼이 나라를 위해 스스로를 내던지는 선택을 했다. 연륜이 지긋한 어른들도 이런 마음을 먹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은 선택했다. 도대체 어떻게? 무엇이 그 아이들을 그렇게 선택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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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은 지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 말이 주는 여진을 가만히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상처 받은 아이들은 일찍 커버릴 수밖에 없는 걸까. 그 상처를 누군가 감싸준다면 아이들은 그대로 아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어쩌면 상처 받은 아이들이 일찍 클 수밖에 없는 건, 아이들을 품은 이 세상이 이미 상처 받았기 때문인지도 몰라.그래서 아이들의 상처를 감싸 줄 여유가 없는 거지.“

 

 

상처 입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주어진 현실로부터 도망쳐 스스로를 판타지 속에 가두거나, 주어진 현실을 목도하고 일찍 어른이 되어버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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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에서 오필리아는 스페인 내전과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새아버지를 피해 ‘판’이 안내하는 특별한 판타지 세계 속으로 도망친다. <고지전>에서는 두 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이제 막 신임 병사로 전입해 온 성식과 악어 중대의 임시 중대장을 맡고 있는 일영은 오늘도 목숨을 걸고 전쟁에 임한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응당히 소년들을 폭력적인 그곳에서 구출하여 보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거대한 상흔 앞에서 시대는 오필리아에게도 그랬듯이 철저하게 무기력하다. 어른들은 지도 위에서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 두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서둘러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번 여름, 또 다른 상처 받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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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문화체육부장관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베스트 7' 수상 등 연극계를 뜨겁게 달궜던 극단 하땅세의 연극 <위대한 놀이>가 오는 6월 18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위대한 놀이>는 세계적인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베스트셀러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극단 하땅세만의 '연극 만들기'로 풀어낸 수작이다. 원작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을 피해 국경지역 할머니의 집에 맡겨진 두 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비밀노트’,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고독’으로 이루어진 3부작 소설로 폭력과 고통으로 점칠 된 어른들의 전쟁터 속에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쌍둥이의 이야기를 리얼하고 과감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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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서 쌍둥이는 전쟁이 가져다준 거대한 혼란 속에서도 우편배달부와 신부를 협박하고, 우는 탈영병을 달래주고, 당번병에게 전쟁을 일으킨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면에서 보다 강해지기 위해 서로를 학대하고 폭언을 쏟아내는 쌍둥이를 보면 참혹한 오늘을 견디기 위해 그렇게라도 서둘러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두 소년의 사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놀이의 형태로라도 현실을 마주하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처연해진다.

 

이번 <위대한 놀이>는 소설 원작의 전체 이야기 중 쌍둥이 형제의 작문 노트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소년들의 순수한 시선에 포착되는 전쟁의 맨 얼굴과 이를 고통 속에서 마주하는 소년들의 모습이 연극으로는 과연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하땅세의 연극 <위대한 놀이>는 대학로예술 극장 소극장에서 6월 18일부터 28일까지 평일 8시, 토요일은 3시와 7시, 일요일엔 3시에 공연될 예정이다. 월요일엔 공연이 없다. 관람료는 30,000원, 관람연령은 만 14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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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놀이

- 2020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 -


 

일자 : 2020.06.18 ~ 2020.06.28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극단 하땅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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