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의 취향일지, 세가지 [사람]

취향과 정체성
글 입력 2020.05.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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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서술하시오(1000자 이내). 뜬금없이 무슨 질문이냐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곧바로 성격에 대해 떠올린 사람도 있고 인생의 성과에 관해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정체성에 관해 딱 부러지게 정의 내리는 건 어렵다. 스스로도 그렇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고민은 십대부터 황혼까지 이어진다.

 

나의 혼란스러운 정체에 대해 꼭 알 필요는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때 책부터 티비까지 온갖 매체들에서 떠들어대는 ‘나를 알고 사랑하자!’ 라는 식의 슬로건에 어떠한 반항심을 가지기도 했다.


자존감이 만능이 아님에도 이런 매체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과 그로 인해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주객전도의 상황을 보니 어쩌면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말대로 자존감은 중요한 요소이고 그와 별개로 나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행동을 해석 해줄 수 있는 좋은 가이드임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어렵고, 또 궁금하다. 이런 나에 대해 알고 싶었다.


정체성을 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다짜고짜 어린 시절에 대해 분석하기는 어렵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리 쉬운 일이었다면 심리 상담사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단히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것과 싫은 것. 그 중에서도 좀 더 명확한 좋은 것.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나의 취향에 관해서.

 

취향은 말 그대로 끊임없이 바뀌어 간다. 과거에는 심취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관심 없는 분야도 많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늘 현재의 내가 아닐까. 요즘의 취향을 기록해본다.


 

 

1. 인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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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붙이고 곧바로 후-불어서 끈다. 연기가 막대의 끝자락에서 솔솔 올라온다. 인센스는 쉽게 말해 ‘향’이다. 제사를 지낼 때 혹은 절에 가면 피우는 그 향을 말한다.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집 구조상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함께 장만하였다. 최근 몇 년 간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져 인도와 일본은 물론 국내 제품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일단 태우는 재미가 있다. 불규칙적인 연기의 흐름은 잡생각을 없애준다. 집안의 음식냄새를 잡을 때도 좋고 분위기 전환에 아주 탁월하다. 분위기도 향도 이국적인 외국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면 정 반대로 평화롭고 고요한 절에 온 듯도 하다. 나를 위한 행위를 하는 느낌에 괜시리 든든해진다. 기분내기에는 최적이다.

 

 

 

2. 자연을 경험하기


 

 

 

 

 

뜬금없이 자연의 경험이라니, 산이라도 탄다는 말인가 싶겠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다. 유튜브로 전세계를 여행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Nature 4k, nature sound 등으로 검색하면 정말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웅장한 영상부터 잔잔하고 소박한 풍경까지 정말 없는 것이 없다. 요즘은 이런 영상들을 보며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특히 빠져있는 것은 풍경과 그곳의 소리를 함께 녹화한 영상들이다. 밀림에서 내리는 스콜, 캐나다 어느 호수의 설산과 그 속의 물소리과 새소리, 밤의 숲 속의 부엉이와 개구리 소리 등등. 필요 없는 생각들이 너무 많이 찾아올 때, 특히 밤에 영상과 소리는 아주 효과적이다.


의자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놀랍게도 생각들이 스르르 옅어져 간다. 방구석에서 갈 수 없는 곳들을 가는 기쁨은 덤이다. 때로는 평소 잊고 지내던 자연의 존재를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3.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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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이 없는 날, 요즘의 저녁 일과는 산책이다. 숲처럼 나무가 우거진 길과 은근히 감싸는 아카시아 향과 우연히 마주치는 고양이들. 호수를 빙 둘러 감싼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있다. 음악을 들으며 아직은 선선한 밤 공기와 함께 걷다 보면 답답했던 하루여도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다 걷고 나면 마지막엔 꽤나 다리가 아프다. 이 산책의 순기능 중 하나는 잠이 잘 온다는 점이다. 산책과 자연의 소리와 함께라면 훨씬 잠에 빨리 드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집에만 있는 날들이 많은 요즘 잠시라도 한산한 길을 걸으면 숨통이 트인다.


요즘 한창 빠져있는 것들은 이 정도이다. 언제 흥미가 떨어지거나 생길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다. 이들만으로는 나에 대해 어떠한 정의도 내릴 수 없지만, 이런 취향들을 모으고 모으면 어느 한 부분 정도는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어떤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 할 수 있으리라.


그 정도면 꽤나 만족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취향이 생길 때면 기록을 쌓아나가려 한다. 후에 뒤돌아볼 미래의 나를 위해서 말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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