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디어로 승부하기 [도서]

책 「광고천재 이제석」을 읽고
글 입력 2020.05.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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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총.jpg

 

“대기오염으로 한 해 6만 명이 사망합니다.”

 

굴뚝이 있는 건물 벽면에 부착되는 배너/현수막 디자인.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한해 6만명 이상의 인명 사상을 낼 수 있음을 경고하는 작품. (2007 당시 통계)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jpg

 

“뿌린 대로 거두리라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총을 든 병사가 그려진 가로로 긴 포스터를 기둥에 감으면 총구가 스스로를 향하게 된다.

폭력의 결과는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간다는 전쟁 반대 포스터.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다들 위 이미지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건물 옥상 위로 삐죽 솟은 굴뚝과 총알이 튀어나가는 총열의 결합으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린 ‘굴뚝 총’과 폭력의 결과는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반전 포스터’는 모두 광고 천재로 잘 알려진 이제석의 광고다.


그의 광고를 처음 접한 후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만큼 기발한 광고를 본 적은 없는 듯하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하고 강렬한 광고를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머릿속은 어떤 것으로 가득한지, 아이디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며, 광고는 어떻게 완성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아이디어 뱅크’를 엮어 놓은 책 「광고천재 이제석」을 읽게 되었다.

 

 

 

이제석의 기발한 광고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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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A 홍보물 디자인 “Think”

 

창의력을 중시하는 SVA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홍보물

일상용품을 메모지처럼 디자인해 늘 생각하고 메모하라는 취지를 담았다.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이 SVA에 재학할 당시, 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재학생에게 학교 홍보물을 의뢰했다. 주제는 “Think”로, SVA의 생각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석은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하고, 메모하고, 스케치하고, 냅킨이든 뭐든 손에 걸리는 것은 다 메모지로 탈바꿈시키는 자신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메모가 가능한 모든 사물(냅킨, 화장지, 쟁반 깔개 등)에 노트가 그려진 작품을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생각하고 메모하는 창의적 태도를 격려하는 이 작품은 “Think”라는 슬로건과도 의미가 맞아떨어져 결국 학교 홍보물로 채택되었다.


위 홍보물 디자인을 보고 놀랐던 것은 일회성 홍보용 작품의 가치를 넘어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디자인은 곧 아이디어고, 아이디어 실현의 첫 번째 단계는 메모인데, 아이디어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활용품으로도 제격일 것 같아 실제 패키지 디자인으로 제작했어도 좋은 효과를 거두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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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 광고 디자인 “우유에 찍어 먹어야 더 맛있어요.”

 

뉴욕 맨해튼 쇼핑센터의 엘리베이터에 스티커 두 장을 부착해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오레오가 우유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오레오 TV 광고를 보면 오레오가 우유에 퐁당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이 있다. 광고 모델이 바뀌고, 배경, 스토리가 다 달라도 해당 장면은 항상 광고 속에 들어 있다. ‘오레오는 우유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오레오는 우유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라는 메시지는 영상으로 표현하면 쉽다. 말 그대로 우유에 오레오를 찍어 먹는 영상을 찍어 송출하면 된다. 그렇다면 TV 광고가 아닌 비전통 매체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이제석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오레오가 우유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오레오 모양 스티커와 우유 컵 스티커 두 장만으로 오레오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오레오 광고는 이제석만의 ‘쉬운’ 광고를 잘 보여주는 예시다. 광고의 ㄱ자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봐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광고다. 이제석은 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하루 세 끼 오레오만 먹었다고 한다. 본인이 광고할 제품의 본질을 파악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이해할 때 비로소 빵 터지는 광고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금연 성냥갑 (1).jpg

 

미국 폐건강 협회를 위한 홍보물, 성냥갑 디자인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생일잔치는 줄어듭니다.”

 

흡연자들에게 흡연이 생명 단축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성냥갑 디자인.

성냥을 하나 뜯을 때마다 케이크 위에 있는 초가 사라져간다고 경고했다.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위 이미지를 보고 현재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담뱃갑이 생각났다. 흡연이 불러일으키는 각종 질병들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현재 담뱃갑은 시각적으로 자극이 되기는 하나, 흡연자들의 심리에 자극을 주지는 못했다.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병으로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일은 매년 돌아온다. 생일날 케이크에 꽂혀 있는 촛불을 불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그들은 계속 흡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내가 흡연자라면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개비 뽑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귀여운 패키지에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이 아이디어는 폐 건강을 넘어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귀엽지만 날카로운 의미를 지닌 초 성냥갑이든, 자극적인 질병 이미지의 담뱃갑이든 흡연과 금연이라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는 건 흡연자 본인이지만, 비흡연자인 내가 이 광고를 보고 마음이 움직였던 것처럼 흡연자 역시 담배를 피우기 전 한 번쯤은 광고의 의미를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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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입니다.”

 

장애인 편의 시설을 더 많이 확충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지하철 및 공공장소 계단에 설치되도록 디자인된 작품.

 

출처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 광고는 이미지 작업으로만 보면 전혀 어려운 게 없다. 지하철역 계단 사진과 산 이미지를 합성한 후, 문구만 적으면 끝이다. 중요한 것은 이 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다.


이제석은 한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고 10시간 동안 포토샵 하는 것과 10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고 한 시간 스케치하는 것을 비교하며 어떤 것이 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했다.


5분짜리 연설과 30분짜리 연설을 준비할 때, 5분 안에 핵심을 담아내는 내용을 구성하기가 더 힘든 것처럼 광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이미지가 모든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재배치하고, 재창조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고작 한 시간뿐이라면 과연 그것이 좋은 광고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제석은 좋은 광고란 단순하고 명쾌한 것, 간결하고 강렬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서 링크가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즉,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점차 단순화시켜나가야 하고, 그 과정이 허술하다면 아무리 포토샵으로 치장을 해도 결코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없을 거라는 말이다.


이처럼 이제석은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

‘광고는 강렬하고 간결하게.’


마치 전교 1등에게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법을 물었을 때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와 같은 정석의 느낌이 물씬 나는 그만의 광고 비법이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기본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납득이 된다.


광고나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창의력을 발산하고,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법을 공부할 수 있어 가볍게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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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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