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생산된 인간'에 대한 SF - 팜 Farm [공연]

글 입력 2020.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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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아이를 디자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리하고, 얼굴도 부모님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빼닮고, 성격이 착한 아이. 되도록이면 장애인이 아니고, 동성애자가 아니고, 성 정체성 혼동이 없으며, 하여튼 평균보다 약간 더 뛰어나며 여러 부분에서 소수자가 아닌 아이.


흑인보다는 백인을 닮는 것이 유리하고, 통통하기보다는 날씬한 체질이 좋을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에 까지 욕심을 부려보자면, 역시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로 사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스러운 아기'를 가지는 것을 상상한다. 상상은 죄가 아니지만, 인간의 탄생을 설계하는 시점부터 철학적 문제가 제기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목표 아래에 탄생한 인간이, 정말로 '삶에 갑자기 던져진 인간', '무의미한 탄생 속에서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알파, 베타, 감마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더이상 디스토피아로 그려지는 SF세계만의 일이 아니다. 목적 아래 만들어지고, 돈으로 거래되는 것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다.


감히 선과 악을 판단하려 한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아났고, 신의 영역에 도전한 지킬은 하이드에 의해 파괴되었다. 필자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실존을 잃어버린 인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과정 자체를 시스템에 내던져버린 인간 문제를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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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팜(Farm)>에는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해오다 외롭게 죽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SF적 상상 속에나 등장할 법한 우스꽝스러운 인물들과 엉뚱한 순간들이 어지럽게 펼쳐지는 동안 아이는 외롭게 소외된 채 늙어가고 마침내 죽음을 통해 평안을 찾는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몸짓들과 상황들 속에 문득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얼굴들. 김정 연출가는 "SF적인 특별한 소재에서 출발해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종적을 보여주는 것이 이 공연의 가장 중요한 의도"라 말했다.

 

인간의 의도적인 생산을 위한 노동지로서의 땅, 농장(Farm)을 가리키는 연극의 제목에서 연극의 전반적인 내용을 추측할 수 있다.


본 연극의 각본가 마츠이 슈는 <팜(Farm)>에 대해 "유전자 재조합으로 디자인된 아기가 작품 발상의 시초였다.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 과연 부모는 아이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작품을 집필했다. 처음 작품을 집필할 때에는 아직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유머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아이가 실제로 태어났기에 더욱 진지하고 절실한 주제를 가진 공연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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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스틸컷의 연극의 비쥬얼이 인상적이다.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미술팀은 키치하면서 다채로운 미장센으로 일상의 순간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확실히 알록달록한 포장지를 입은 배우들의 옷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9년 10월 일본 페스티벌 도쿄(F/T) 초연 당시 일본 관객들로부터 "배우의 신체 움직임과 화려한 비주얼에 매료되어 120분이 순식간에 지났다.",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정서가 연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연출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개인적으로 <처의 감각>을 연출한 김정 연출가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인간의 삶과 신화의 변주를 놀라울정도로 아름답게 엮어낸 연출가 솜씨가 비일상적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본 작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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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Farm

- 2020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

 

 

일자 : 2020.06.05 ~ 2020.06.14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협력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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