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하세요, 빛나는 샤이니입니다! [사람]

글 입력 2020.05.25 23: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샤이니를 좋아하던 시간들을 떠올리곤 한다.


어느 짧은 순간이나 하루가 아니다. 나는 내가 12살일 때, 그러니까 2010년부터 샤이니를 좋아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전체가 나에게는 환하게 빛난다.


*


샤이니는 2008년 5월 25일에 데뷔했다. 내가 샤이니를 좋아한 이후 5월 25일은 내 생일보다도 훨씬 특별한 날이 되었다. 5월 25일이 되니 그들의 데뷔일을 기념해서 이맘때쯤 열리곤 했던 ‘SHINee Day’ 팬미팅이 생각난다. 또,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콘서트, 팬싸인회, 다양한 행사들...


내가 샤이니를 실제로 보고 있든, 보고 있지 않든 그들을 향한 마음을 키워가던 모든 시간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콘서트에 갔던 날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80343653_1361238933063_1_600x600.jpg

 


언젠가부터 샤이니의 단독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항상 ‘Runaway’라는 노래가 나왔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의 콘서트장은 그 노래가 나오는 순간 주의가 집중되고, 모두 같이 야광봉을 켜며 떼창을 했다. 그러다 보면 공연장이 어두워졌고, ‘Runaway’가 끝나면, 공연이 시작됐다.


샤이니의 공식 색깔은 펄 아쿠아 그린, 초록빛이 도는 민트색이다. 사진을 찍으면 주로 하늘색처럼 찍혀서 늘 실제로 보는 순간들이 너무 좋았던 그 민트빛으로 온 주위가 물들었던 콘서트장. 공연 이름과 팬클럽 이름처럼, 정말 ‘샤이니월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80493639_1418210840153_1_600x600.jpg



샤이니 콘서트에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공식 콘서트 이름은 늘 ‘SHINee World 1, 2, 3...’였지만, 팬들이 각 콘서트마다 별명 같은 이름을 따로 지었다. 첫 번째 콘서트는 ‘떡국콘’, 두 번째 콘서트는 ‘해부콘’, SM 아티스트들의 릴레이 콘서트였던 ‘싸우나콘’ 등등..


세 번째 단독 콘서트인 ‘팝콘’은 공연 도중에 샤이니 멤버들과 함께 이름을 정했다. 여러 후보가 나왔는데 멤버 태민이 ‘통통 튀니까 팝콘!’이라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갑자기 정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는 멤버들끼리 공연 전에 미리 아이디어를 내고 그중에서 이름을 정해서 콘서트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팝콘은 내가 처음으로 같은 공연을 두 번 관람했던 공연이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여러 번 봐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이야 같은 뮤지컬을 열 번도 넘게 볼 때가 있으니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게 정말 대단하고 특별한 일처럼 느껴졌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 전주에 살았던 나에게는 샤이니를 보러 서울로 오는 하루들이 꽤 특별했다. 아빠가 자동차로 먼 길을 데려다주시기도 하고,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나서 그 티켓을 잘 보관해두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똑같은 공연을 두 번 보니 두 번째 날에는 공연의 세트리스트를 대강 다 알고 있는 상태였다. 첫 번째 공연 때는 어떤 노래가 나올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는데, 두 번째 공연 때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정말 각을 잡고 뛰어놀 준비가 되어있었다.


샤이니 콘서트에서는 1층부터 3층까지, 중앙부터 사이드까지, 그리고 신나는 노래부터 잔잔한 노래까지 모든 팬이 일어서서 관람했다. ‘팝콘’은 두 번의 공연 다 3층에서 관람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던 이유이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80396313_1389684521358_1_600x600.jpg



원래 일본어로 발매된 곡을 한국어로 번안한 ‘3 2 1’ 무대, 그때가 '팝콘'의 가장 신나는 구간이었다. 두 번째 공연 날 야광봉을 들고 샤이니 멤버들과, 팬들과 함께 콩콩 뛰는데, 그 무대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서, 그래서 울었던 것 같다.


샤이니와 샤이니 팬들은 ‘오래 보자’는 말을 많이 주고받곤 했다. 나는 우리의 약속을 믿으면서도, 영원한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은연중에 알고 있었나 보다.


나는 그날 마음껏 울었다. 지나간 후에야 소중했다는 걸 알게 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그것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샤이니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 나에게 소중했고, 나는 그것을 언제나 정확히 알고 있었다. 순간을 잡아둘 수 없다는 사실이 늘 아쉬웠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순간들을 잡아두지 못했다는 게 너무 서럽다.


그런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lI8Yza5.jpg



이후 오랜 시간 우울증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나의 하루에, 일 년에, 기분 좋음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왜곡되고 암울한 생각에 빠지지는 않았다.


샤이니와 함께했을 때 행복했다는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으니까. 내가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나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지, 하며.


나의 캄캄한 시간 속에서 선명히 빛나는 빛을 주었던 그들에게 너무 고맙다. 아직도 또렷한 다섯 명의 인사말이 그립다.

 

 

“안녕하세요, 빛나는 샤이니입니다!”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