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의 이야기가 연극이 될 때 - 팜 Farm [공연]

가장 발전되거나 가장 먼 곳에서도 인간은 완벽하지 못해 괴로울 것이고 외로울 것이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간적이고’ 싶어 할 것이다.
글 입력 2020.05.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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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공연 사진(1).jpg

 

 

알록달록한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파스텔의 부드러운 포스터와 다양한 색이 등장하고 있는 무대 사진들을 보면 얼핏 어린이 연극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연극은 관람객을 만 16세 이상으로 제한해두고 있으며 여기서 연극의 무게를 조금 기대하게 된다. 2019년 페스티벌 도쿄 공연 후 2020년 6월 한국 초연을 하게 된 해당 공연은 120분이라는 절대 짧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팜(Farm)>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해오다 외롭게 죽어가는 한 아이 ‘오렌지’의 이야기이다. SF적 상상 속에나 등장할 법한 우스꽝스러운 인물들과 엉뚱한 순간들이 어지럽게 펼쳐지는 동안 아이는 외롭게 소외된 채 늙어가고 마침내 죽음을 통해 평안을 찾는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가 왜 남을 위한 땅 역할을 해야 했을까? 유전자 조작을 생각하면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이라 천하무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최고를 위한 재조합에 문제가 있었거나, 아니면 날 때부터 특별한 모습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땅(farm) 역할’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을 지탱해주는 것인가 아니면 동시에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것일까. 실제 땅은 흔히 만물의 어머니로 표상된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며 모든 것이 자라나는 기반이다. 주인공 ‘오렌지’는 왜 땅 역할을 하며 외로워야 했으며, 오히려 죽음에서 평안을 찾게 되는 걸까.


주인공의 불행은 대지의 흐름을 거부한 유전자 조작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바뀐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인류와의 벌어진 사이에서 발생한 것일까. 벌써 궁금한 점이 많고 이야기가 꽤 묵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 어긋난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마츠이 슈의 텍스트로 엉뚱하게 풀어질 예정이다. 일본의 작가 겸 연출가 마츠이 슈는 방황하는 사람들을 그리며 여러 관계의 경계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해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의 시선 아래서, 주인공의 죽음까지 달려 나가기 때문에 무거워 보이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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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힘은 무대 위에서 직접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에게 있다. 무대 위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말을 뱉어내는 배우들의 생명력 자체가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무대에서 구현되며 이야기는 새로운 결을 가지기도 하고 에너지가 더 강해지기도 한다. 또한 공연마다 배우의 감정과 당일의 분위기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것 역시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이기도 하다.


이제 <팜(farm)>은 무대 위에서 신체를 통해 극대화된다. 강렬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따라 몸짓 역시 만화처럼 개성 있게 표현된다. 무대에서 언어는 신체로 이동하며 해체된다. 이재영 안무가는 “일상의 행동들을 집요하게 관찰하여 하나의 행동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구성하는지 파악하고 그 모든 과정들을 나눠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비일상적 무대 언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땅을 딛고 살아가며 무한한 지지를 받는다. 이 공연의 이야기에서 느껴질 생명체의 고독과 신체의 움직임으로 느껴질 생명력이 기대된다. 정서는 더욱 강렬해지고 주제의 무게는 조금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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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의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2014년 결성된 젊은 연극인 집단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연극만의 강렬한 체험의 순간을 모색하며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팜(farm)>은 만물을 지지해주는 ‘땅’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해 유전자 재조합으로 디자인되는 인간으로 나아가며 이야기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지적한다. 김정 연출가는 "SF적인 특별한 소재에서 출발해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종적을 보여주는 것이 이 공연의 가장 중요한 의도"라 말했다.


무한한 상상력과 현재가 맞닿아 인류 보편으로 확대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큰 감동을 준다. 가장 발전되거나 가장 먼 곳에서도 인간은 완벽하지 못해 괴로울 것이고 외로울 것이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간적이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팜 포스터.jpg

 

 


 

팜 Farm
- 2020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


일자 : 2020.06.05 ~ 2020.06.14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협력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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