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연함에 질문 던지기,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0.05.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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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보다 이미지를 더 중요시했던 르네 마그리트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복제품 또한 원작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특별한 해석 없이 자유롭게 즐기기를 바랐다.

  

이런 마그리트의 소망이 반영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을 관람하고 왔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 160여 점 이상을 다양한 영상과 멀티미디어 체험 등 최신 매체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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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 영향을 준 다양한 사건와 요인들, 그리고 기법의 변화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그리트는 처음엔 추상미술운동인 미래주의와 입체주의에 입문했지만, 곧 흥미를 잃게 된다. 이탈리아 작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라는 작품을 보고, 마그리트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보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임을 깨닫는다.

  


"사물의 특성을 살려 그들의 존재를 강조하려고 했던 제 의도는 결국 제가 만든 추상적인 이미지들로 가려졌습니다."


- 르네 마그리트


  

추상예술에서는 사물의 존재를 강조하려고 했던 그의 의도가 오히려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마그리트는 이후 추상예술의 이론적인 고민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보이는 일상생활 속 소품들을 디테일하게 그리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단어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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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와 이미지에 관한 작품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단어와 이미지> 시리즈는 물론, 마그리트의 대표작 '이미지의 배반'도 그렇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이 작품이 단어와 이미지의 불확실한 관계만을 표현한다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통해 이 작품이 이미지가 가진 환상에 대한 의미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그리트는 이 작품이 파이프의 '이미지'일뿐이지 아무도 이것으로 담배를 피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실과 묘사의 근본적 차이를 강조하며 이미지는 현실이 아닌 일종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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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와 이미지> 시리즈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오브제는 결코 자신의 이름이나 이미지와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간이 '사용'하고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오브제뿐이다. 그렇다면 단어와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리고 똑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오브제-단어-이미지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나는 단어와 대상 간의 연관성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물은 왜 물이라고 불릴까?'와 같은 생각들. 그리고 '외로움'과 같이 추상적인 것에는 어떻게 이름을 붙일 수 있었을까. 단어의 뜻을 찾아 사전을 여행한다면 그 끝이 어디인지 늘 궁금하다.


얼마 전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잠을 잘 때 꾸는 '꿈'과 이루고 싶은 '꿈'이 동일한 단어라는 것. 영어에서도 둘 다 dream이듯이 말이다. 단순히 한 사회 안에서 약속한 결과물로만 언어를 바라보기엔, 너무 다른 사회 간에서도 언어의 유사성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의사소통 시스템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서로를 밝히는, 대조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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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는 공허와 풍요, 낮과 밤, 빛과 어둠 같은 대조적인 장면들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에 매료되어 있었다. <빛의 제국> 시리즈, <침묵의 소리>, <회귀> 등의 작품이 그렇다.

  

빛이 있기에 어둠을, 그리고 어둠이 있기에 빛을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서로의 존재를 밝혀주는 정반대의 것들을 함께 표현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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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는 <빛의 제국> 시리즈를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낮과 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작품. 나는 영상을 통해 만난 <빛의 제국> 작품들에서 시적인 힘이 느껴졌다.



"이처럼 밤과 낮이 함께 공존하는 풍경으로부터 우리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힘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힘을 '시'라 부른다"


- 르네 마그리트



마그리트는 자신의 작품이 전하려는 것은 한 편의 시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작품을 해석해내려 하기 보다는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집중했다.


학창시절 지겹도록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을 외웠던 일이 기억난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단지 예술적인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향유하고 싶다. 마그리트가 바랐듯 나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이 담아내고 있는 한 편의 시를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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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세계'에 주목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 달리, 르네 마그리트를 포함한 벨기에 초현실주의자들은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인식에 더욱 집중했다. 그들은 인간을 강제적으로 구속하는 구식의 관습과 가치관, 그리고 모든 규칙과 전통을 거부하고자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어서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계속 '왜?'라는 질문이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 물음은 나에게 혼란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이미지가 담아내고 있는 대상 그 자체를 똑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일상적인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지만, 사물을 올곧이 바라보고 다양한 감각의 환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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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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