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인데? [영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글 입력 2020.05.2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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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토끼굴을 타고 떨어져 도착한 이상한 나라에서 겪는 모험 이야기를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적인 고전 문학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떨어진다는 정도의 기본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던 터라 영화의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


단순한 판타지 영화인 줄로만 알았던 두 편의 앨리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문득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끈 토끼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꿈과 현실을 완전히 분리하기도, 또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하는 토끼굴이 나의 세계에서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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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넌 미쳤어, 이건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다 미쳤어.”


7살의 어린 소녀 앨리스의 꿈에는 멋지고 미친 것들이 가득했다.


회중시계를 들고 정장을 입은 흰토끼, 체셔 고양이, 미치광이 모자 장수 등등 기이하고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왠지 그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환상의 세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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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살의 앨리스가 우연히 다시 들어간 이상한 나라는 전의 그 이상한 나라와 달랐다. 어딘가 모르게 침침하고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이상한 나라는 폭군 붉은 여왕의 통치 하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붉은 여왕에게 지배된 이상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녀가 거느리는 괴물 재버워키를 무찔러야 하는데, 이상한 나라의 예언서인 오라큘럼에서는 그 영웅적 인물로 앨리스를 지목했다. 긴 시간 동안 영웅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던 이상한 나라 주민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앨리스를 보자마자 너 나 할 것 없이 “그 앨리스가 맞아?”라며 질문을 퍼부어 댔고, 압솔렘마저 “그 애랑은 거리가 멀어.”라는 답을 하자,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의 자신의 존재에 정체성 혼란을 느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스 본인조차도 이상한 나라를 꿈속으로 치부하며 그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되지 않는 이 세계도, 그 세계 속에 발 디디고 서 있는 자신도 모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딴 이상한 꿈 따위 믿지 않아!”라고 화를 내면서도 위기에 빠진 이상한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결국 이상한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오라큘럼 속 투사가 되기로 한 앨리스는 전투에 참여하기 전까지 혼란스럽고 두려운 마음을 버리지 못해 압솔렘을 찾아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한 앨리스에게 압솔렘은 말한다.

 

“먼저 너 자신을 찾아, 멍청아.”


“나 멍청이 아냐! 난 런던에 사는 앨리스라고! 엄마는 헬렌, 언니는 마가렛이고 아빠는 찰스 킹슬리야. 전 세계를 품는 꿈을 가진 분이셨어. 난 그의 딸, 앨리스 킹슬리야.”


멍청이라는 말에 욱한 앨리스는 압솔렘의 말에 반박하다 마침내 자신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았고, 이상한 나라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긍정하게 되었다. 앨리스의 변화를 눈치챈 압솔렘은 “그 앨리스가 돌아왔군!”하고 외쳤고, 압솔렘과의 대화를 통해 깨우친 앨리스는 전투에 참여하여 재버워키의 목을 자르고 하얀 여왕을 승리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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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후 현실 세계로 돌아온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괴물에 맞서 싸운 자신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약혼도, 사업도 모두 타인의 선택에 떠밀려 고민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선택을 믿고 따르기로 결심한다. 회피하던 상황에 확실한 거절을 할 줄 알고, 세상에 걸어 놓은 제약에 도전하는 당당한 여성으로 변화한 앨리스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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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법은

가능성을 믿는 것이죠!”


아버지처럼 멋진 선장이 된 앨리스는 세계 곳곳을 항해하다 3년 만에 런던에 돌아오고, 사업을 위해 참석한 연회에서 우연히 압솔렘을 만나 거울을 통해 다시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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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는 모자 장수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모자 장수를 찾아가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은 모자 장수를 마주한다. 모자 장수는 앨리스라면 가족이 살아 있다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고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불가능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앨리스조차도 죽음을 소생시키지는 못하기에 모자 장수의 말을 불가능으로 여긴다. 이런 앨리스의 모습에 실망한 모자 장수는 “넌 진짜 앨리스가 아니야.”라며 무서운 눈빛을 보이고는 그녀를 내쫓는다.


점점 심각한 상태를 보이는 모자 장수를 구하기 위해 앨리스와 하얀 여왕 일행들은 과거로 돌아가서 모자 장수의 가족을 살려내는 계획을 강구한다. 시간을 움직이는 것인 만큼 큰 위험이 따르기에 시간(‘시간’ 그 자체이자 시간을 의인화한 캐릭터)은 앨리스의 부탁을 거절하고 그녀를 돌려보내지만,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시간을 주체하는 절대시계의 원천인 크로노스피어를 훔쳐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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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피어를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앨리스는 자신을 뒤쫓아온 시간의 공격을 받고 원래 목적이었던 시간대 대신 다른 시간대로 떨어지게 된다. 모자 장수의 과거 시간대,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과거 시간대를 지나며 모자 장수 가족 일가와 붉은 여왕과의 연결고리를 찾은 앨리스는 마지막으로 모자 장수 가족 실종 사건이 일어난 ‘섬뜩끔찍한 날’로 가 이 모든 것이 붉은 여왕의 복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앨리스는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 모자 장수에게 진실을 말하며 그의 말을 믿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 앨리스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자 예전의 상태로 회복한 모자 장수는 그녀와 함께 붉은 여왕의 성으로 가족을 구하러 간다. 그들은 붉은 여왕의 방 안 개미집에 몸집이 작아진 채 붙잡혀 있는 가족을 발견하지만, 그와 동시에 붉은 여왕에게 크로노스피어를 빼앗기게 되고, 이상한 나라의 시간은 위기를 맞는다. 붉은 여왕의 잘못으로 순식간에 이상한 나라의 시간이 멈추어가고 모든 시간의 바다마저 굳어가기 시작한다.


모든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크로노스피어의 능력으로 이상한 나라는 다시 흘러간다. 크로노스피어를 되찾은 시간은 다시 이상한 나라의 시간을 정비하고, 모자 장수는 가족들과 재회를 하고,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은 화해를 하며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이상한 나라에서 시간의 의미를 깨우치고 현실로 돌아온 앨리스는 아버지의 흔적이라고 여겨 보내지 못하던 배 ‘원더호’에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집중하기로 한다. 영화는 엄마와 함께 ‘킹슬리 앤드 킹슬리’ 회사를 설립한 앨리스가 선장이 되어 다시 항해를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


여느 디즈니 영화와 마찬가지로 두 앨리스 영화 모두 눈으로 보이는 화려한 그래픽과 스펙터클한 줄거리로 관람객의 정신을 쏙 빼놓다가 마지막에 교훈을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정체성 확립과 시간의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너 그 앨리스가 맞아?” “얘가 그 앨리스라고?” “이제야 그 앨리스답군.” 같은 문답을 통해 자아와의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하고,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시간을 의인화하여 시간에게서 그의 심장과 같은 크로노스피어를 앗아간 행동이 초래한 무시무시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절대성을 설명하고 있다. ‘과거를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깨달음을 얻을 수는 있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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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너머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앨리스에게 모자 장수는 다시 또 만날 거라고 인사하지만, 앨리스는 꿈은 현실이 아니라고 답한다. 이제 다시는 이상한 나라에 못 올 것처럼 말이다. 그때 모자 장수가 앨리스에게 질문한다.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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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앨리스 영화가 영화 속 인물들과 각종 상황들이 내던진 질문에 앨리스가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면, 이제는 영화를 본 우리가 모자 장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 영화를 본다면, 마냥 유치한 판타지 영화라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 모두 각자의 토끼굴을 찾아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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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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