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질문의 향연, 그 끝에 예술이란 - 예술과 나날의 마음 [도서]

글 입력 2020.05.0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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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책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괜히 들고 나가고 싶어지고, 자꾸만 들춰보게 된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봄바람을 타고 나를 찾아온 너무도 예쁜 책이었다. 첫 만남 당시 나는 중간고사 기간으로 상당히 암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중간고사, 중간고사 대체 과제, 중간고사 준비 자료, 모든 것들이 지겨웠고, 액정 속 교수님이 원망스러웠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그런 나에게 작지 않은 위로가 되어 줬다. "얼른 시험을 끝내고 첫 장을 펼치리라."는 마음으로 책상 위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이다.

나는 미학을 잘 알지 못하고, 배워본 적이 없지만, 오래전부터 미학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학문"이라는 바로 그 수식어가 너무도 유혹적이었다. 미학에 관한 책들은 표지부터 내용과 언어까지 은은하게 예뻤으며, 하나같이 탐스러웠다. 하지만, 역시나 쉽게 이해가 가거나, 술술 읽히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늘 언젠간 꼭 제대로 공부해보겠다는 다짐만을 남겨둔 채 책장으로 보내주어야 했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잘 알던 사람도 있었지만, 처음 마주한 사람들도 있었다. 화가에서 시작해서 음악가, 철학자, 문학가 등 자연스럽게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간다. 마치 애초에 장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여러 이야기가 섞인다. 그리고 그 모든 장르를 잇는 교점에서 계속해 이야기가 이어진다. 여러 예술가가 모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움", "예술", 그리고 "삶"의 조각들을 맞춰간다.

 
 
#어떤 예술


작가는 계속해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관조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의 질문에는 끝이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예술가들이 해준다. 답이라기보다는 방향에 가깝다. 그 방향을 찾아 끊임없이 묻는다. 그 질문들을 위해 작가는 책의 시작부터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계속 묻는' 일을 해내던 소크라테스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아마 그의 질문들에 대한 일종의 복선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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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에 답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일도 어려워했다. 내가 예술의 허울을 사랑한 건지, 혹은 답을 알면서 언어로 빚어내지 못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던 중, <예술과 나날의 마음>을 만났다. 나는 아마 그 정의를 뱉어내지 못하고 있던 것 같다. 나에게 예술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나열하는 일은 아니었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에서의 말처럼,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 모든 과정이 바로 예술이었다.
 
 
아마도 예술의 혁명은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식이지 않을까 싶다. 말하자면 지극히 흔해빠진 것들에게 흔치 않은 지위를 부여하고, 잊히고 억눌리고 외면당한 것에는 그에 합당한 자리를 돌려주는 것이다.

-p.124 <평범한 것들의 고귀함> 中
 

책을 통해, 예술가는 "위대한 발견자"라는 생각을 했다. 창작 활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활동인 것은 맞지만, 그에 앞서 그들은 타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을 보낸다. 예술가는 잘 하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잘 보지 않는 것들을 본다. 그 출발은 현실에서부터이다. 작가는 현실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실이 있기에 예술이 있고, 예술은 궁극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은 삶 속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의 연속적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나날


때로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들은, 역사책과 철학책 사이의 애매한 느낌을 준다. 사실 나는 책이 역사적 느낌이 강하면 지루하고, 철학적 느낌이 강하면 이해가 안 간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그 중간에서 외줄 타기를 하듯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예술에 관한 책이 역사책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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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나날의 마음>에 등장하는 예술가들만 하더라도 그들 삶의 모습이 작품에 투영된 경우가 많다. 그들이 삶 속에 발견한 것들을 담아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그들이 바라보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의 "나날"들이 작품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예술은 어쩌면 나날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은 그들의 나날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그들의 나날이 특별해서일까? 특별하지 않은 나날이 있긴 할까? 어린 시절의 나는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이 예술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나날이 있고, 그 속에서 숨은 의미를 찾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애초에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나날 속에 전부 숨어있었고,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 바로 예술가의 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니까 시적 작업은 처음부터 새로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이 불가능해 보이는 지금 여기에서, 타성과 상투성으로 가득 찬 이 케케묵은 현실을 찬찬히 돌아보고 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경험의 세부를 주시함으로써 미지의 가능성을 아주 드물게, 겨우 열어가는 것이다.

-p.148 <눈먼 호메로스를 쓰다듬다> 中
 


#어떤 마음

 

(2)큰 나무 두 그루가 있는 초원.jpg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작가는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질문에서 시작된 책은 결국 독서를 통한 자기자신과의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삶 속에서 다양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지만, 나는 삶이란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아 성찰에 끝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계속된 질문과 사유만이 나 자신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과 함께하는 동안, 나는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이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삶 속에 이미 존재하는 예술과, 예술의 연속이 완성해내는 삶. 분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두가 매 순간 사유하고 의심하며, 질문하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삶은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삶과, 진정으로 살아내는 삶은 다르다. 자기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예술적 몸부림을 해냈을 테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움을 가꾼다'는 뜻이고, 이를 통해 자기영혼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한다는 뜻이다.

-p.334 <세계의 책, 책의 세계> 中
 

작가는 끝으로 다독을 통한 그리움의 현실화를 말하며 글을 마친다. 그리고 그는 '자기영혼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한 삶과 예술의 교집합의 부분이다. 나의 나날 속 이미 존재하는 나의 영혼, 그리고 나. 우리의 관계의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은 내가 평생 살아내야 할 나의 삶이자, 나의 예술이다. 내가 늘 사유와 질문으로 깨어있는 한, 나 역시 한 명의 예술가라고 부르고 싶다.

나의 예술과, 나의 나날과, 나의 마음을 위해, 오늘도 나는 사유한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
- 예술로 삶을 사랑하는 방식 -


지은이 : 문광훈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인문
미학/예술철학

규격
148*210mm 양장

쪽 수 : 344쪽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8-5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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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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