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의심과 배신을 느낄 준비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글 입력 2020.05.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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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그리는 초현실주의


 

‘불나는 집에서 날아다니는 꿈’

 

땀에 흠뻑 젖어 잠에서 깨어난 후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한 문구였다. 집 통째로 불길에 휩싸여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 불길 사이사이로 아주 부드럽게 날아다니는 꿈을 꾼 것이다.


나는 미신을 평소에 믿지는 않는데도 이렇게 인상 깊은 꿈을 꾸면 예사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꿈의 의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자각몽(lucid dreaming)을 경험할 때면 비논리적으로 반복되는 환상적인 세계를 꿈인 줄 인식하기에 마음껏 즐기고 유영한다. 꿈을 통해 의식에 가려진 욕망과 욕구를 마주하게 되며 이를 꿈속에서 분출한다.

 

예술가들은 문학, 미술, 영화, 연극 등에서 꿈과 무의식을 지향하는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주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작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있다. 그의 대표작 <기억의 지속>에서 시계가 죽어가는 나뭇가지, 상자, 그리고 자기 자신 위에 흘러내리는 모습을 그렸다. 마치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판타지적인 모습은 실제로 그가 평상시에 꿈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그림은 꼭 꿈의 세계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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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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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

 


이 작품도 누구나 한번쯤 봤을법한 작품 <이미지의 배반>이다. 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Magritte)은 흔한 사물인 담배 파이프를 그린 후 그림 아래에 파이프가 아니라는 문구(“Ceci n'est pas une pipe”)를 적었다. 파이프 그림이지, 파이프가 아니라는 그가 주고자하는 의미를 알게 되면 누구든 “아! 그렇지”라며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여기서 얻은 충격은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담배 파이프, 새, 사과,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을 그려 우리로 하여금 우선 ‘정신적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나서 이를 논리적인 연관성이 없이 배치해 우리의 정신을 순간 마비시킨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주변을 낯설고 새롭게 보는 방식을 단번에 제공해준다.

 

이점에서 꿈과 무의식을 그린 많은 초현실주의자 화가들과 다소 다른 결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달리의 <기억의 지속>은 ‘시간의 허상’, ‘상대성 이론’, 등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별로 충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을 보여주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어떤 사람 앞에 초록색 사과가 떠있는데, 이건 꿈 속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마그리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는 우리로 하여금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의심과 배신을 느끼게 만드는 천재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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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x89cm

 

 

 

작품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Inside Magritte>에서는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미술작품을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촉각, 등 여러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체험물, 모노크로매틱 라이트 등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직접 참여하여 우리가 작품을 완전히 대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가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인터랙리브interactive’라는 표현을 붙인다.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기술적 장치의 도움으로 작품 속에 빠져들어 작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화가의 세계관까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작품과 거리 두는 전통적인 관람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흔히 떠오르는 미술관에는 작품들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들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예컨대,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의 <모나리자>가 있다. 아름다운 <모나리자> 앞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이 얼굴을 앞다퉈 내밀며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 한다. ‘눈도장’을 찍은 사람들은 다른 작품을 휙휙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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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는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현대식의 전시에서는 작가와 보는 사람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들어가 유기체처럼 하나가 될 수 있다.


아니, 그보다 하나가 되어야 전시가 완성이 된다. 전시의 완성에 나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하여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세상을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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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파이프 포토존

 

 

이번 전시는 비주얼 아트로 재해석된 마그리트의 회화 작품 160여점, 예술-기술, 미술-음악이 융합된 전시로 가득채운다. 화가 마그리트의 예술적 변쳔사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통해 명상할 수 있는 공간과 대표 작품을 활용한 대형 사과, 파이트, 그리고 구름으로 꾸며진 각종 포토존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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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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