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혼이 대수?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TV/드라마]

주말드라마의 일상 철학
글 입력 2020.05.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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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부터 시작된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성황리에 방영 중이다.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캐스팅과 사 남매의 이혼이라는 독보적인소재때문에 드라마 예고편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드라마다. 주말드라마의 성격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미니시리즈에 주로 나타나는 배우들의 캐미와 세련됨이 더해져 내 주말 저녁 시간을 온전히 맡기게 된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와 다양한 시청자층의 시선이 반영되어 이전의 주말드라마와 사뭇 다르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전에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 등의 극본을 담당하신 양희승 작가의 작품이었다. 양희승 작가는 본 드라마에 대해 "토일극의 결이 강한 흐름으로 바뀌었지만 그런데도 일상적이며 소소한 이야기가 주는 공감대·캐릭터가 주는 힘·경쾌함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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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부모는 가족이 우선이고, 자식은 개인이 우선이다. 부모는 대의명분이 중요하고, 자식은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라는 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이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 그 속에서 젊은 세대가 각자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한다. JTBC <부부의 세계>와 같은 소재지만 반대의 분위기로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세대와 시대가 바뀔 때, 그리고 기성세대가 내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때, 많은 미디어와 신세대들은 파격적인 선택과 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생은 결국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바른 길은 이쪽이라면서 말이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결국 소신 있는 결정을 했을 때 따라오는 예상 했던 많은 고난을 우리가 어떤 힘으로 버텨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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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드라마 속 세대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등장인물 캐릭터의 설정이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는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 그대로가 캐릭터다. 사건의 주축을 이루는 송가네 사 남매는 각기 다른 성격으로 남매간의 갈등과 화목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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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줄줄이 이혼의 스타트를 끊은 장남 송준선은 아내와 자식을 무척 사랑하는 애처가이지만 사랑과 관심을 퍼주는 성격 때문에 이리저리 바깥에 돈을 날리고 다니다가 아내의 미움을 샀다. 이혼한 가정은 불행할 것이라는 편견을 반증하듯, 송준선의 딸 송서영은 유쾌하게 아빠와 엄마의 재결합을 도모한다. 서영이의 유쾌 발랄한 이미지 설정은 이 드라마가 이혼을 그리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막내의 파혼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송가네 똑똑이 셋째 송나희는 엄마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이혼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 이상하게 이혼 문제에는 똑 부러지게 행동할 수가 없다. 둘째 송가희와 막내 송다희는 남편의 외도 때문에 결혼을 파기했지만 첫째와 셋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송준선의 아내인 성현경은 송나희와의 이야기 중, 이혼한 후에는 남편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 역시 이혼이 단순한 분노와 갈등의 결과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혼은 좀 더 좋은 관계로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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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눈에 띄는 캐스팅도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시작한 막내 송다희와 그녀의 사돈 관계인 윤재석은 드라마의 티키타카를 책임지고 있다.


<후아유>와 <운빨로맨스>에서 얼굴을 비춘 이초희 배우는 어수룩하면서도 결단력 있는캐릭터를 맡아 이번 드라마에서 제대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윤재석 역할을 맡은 낯익은 얼굴의 이상이 배우는 <동백꽃 필 무렵> 필구의 초등학교 야구 코치 출신이다. 이 둘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드라마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동백꽃의 또 다른 흥행 주연 한 명이 더 등장한다. 용주시장의 김밥집 사장님인 강초연 역할을 맡은 이정은 배우이다. 송가네 아빠 송영달과 어린 시절 헤어진 동생 강초연이 송가네와 어떻게 인연을 맺을지가 또 다른 서사적 재미 요소이다. 이정은 배우는 이번에도 개성 있는 캐릭터로 드라마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송영달 역의 천호진 배우는 호감형 인상으로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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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극 중반, 알렉스 배우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많은 장면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드라마의 색다른 감초가 되었다. 아역을 밭은 이가연, 안서연, 문우진 배우 역시 빠지지 않는 귀여운 연기로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다녀왔습니다> 속 의외의 인물의 적합한 캐스팅은 시청자로 하여금 무릎을 한 번 '탁' 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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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주말 드라마에 눈길이 가기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극적이고 단발적인 이야기와 다르게 일상 서사가 시청자를 이끄는 이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드라마의 현실 고증력이 예상을 뛰어넘었고, 인물들의 대사는 우리가 평소에 하는 대화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할 만큼 사실적이다. 특히 내가 감명받는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기막히게 엮는 사건의 짜임이다.

 

특히 주말드라마 속 '엄마'는 자기 자신이기도, 우리의 엄마이기도 심지어는 내 자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등장인물이 펼치는 갈등은 내 것이기도 바로 내 옆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드라마가 일상을 현실적으로 다루는 콘텐츠인 만큼 드라마가 각각의 캐릭터를 그리는 데 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잘못된 편견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서사는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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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전통적 주말 드라마에서 호전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에서 여러 번 희망을 봤다. 이런 드라마들은 이야기의 힘을 빌려 우리는 서로를 가장 빠르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엄마 장옥분이 자식들과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갈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조금은 아픈 이야기를 건강하게 풀어내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큰 에너지를 얻고 있다. 공감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소소한 재미로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주말 드라마의 멋진 행보를 응원한다.


 

 

[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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