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 네가 사람이지 짐승이냐에 대한 그럼 짐승이지 식물이냐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5.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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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리포트를 위한 성지이자 교수들의 골머리를 썩히는 만악의 근원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동물은 엽록소와 세포 벽이 없으며 체내에 여러 기관이 있는 생물 중 다세포인 것으로 정의된다. 내 나이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되고 뒷자리가 4를 넘어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문과 외길 인생을 걸어온 나에게 이런 설명은 와 닿지 않음에도 머리 아픈 정의로 운을 띄우는 이유는 사람도 결국 동물에 속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에 속하나 인문학적인 맥락에서 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사람은 그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다. 가끔은 우스갯소리로 또 가끔은 신랄한 비난으로 “네가 사람이지 짐승이냐” 따위의 말도 곧 잘한다. 이 명제에 대해 따지고 들려하면 괜스레 머리만 아파질 것을 알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넘기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아둔다. 사람이 동물이지 그럼 식물이냐라는 서슬 퍼런 칼이다.

 



첫 사랑; 간발의 차에 대한 위태로운 외줄타기



몇 년 전의 나였다면 누구나 사랑을 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을 것이나 현재의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으나 다수는 사랑을 시작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을 띄운다. 그 시기와 장소, 상대는 제각각이겠지만 사랑을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만일 사랑의 대상이 동일하다면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인생에 몇 번의 사랑이 찾아 올 지는 모르지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첫사랑이라는 놈은 무시 못 할 인상을 남기고 떠나간다.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모순적 존재인 사랑은 언제나 우리가 느끼는 기분이 갖는 변수를 제 마음대로 바꿔대는 탓에 리그레션 그래프를 그리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선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나온다 하더라도 미친 듯이 요동치는 모양 탓에 데이터 입력으로 도출한 통계적 그래프인지 지진계로 측정한 진도 값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다만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결과의 원인은 첫사랑이 우리가 사람과 인간 사이를 오가게 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 사랑에 취하면 약도 없다. 열정적이다. 사람을 시인으로 만들고 모든 유행가 가사를 곧 ‘내 이야기’로 만든다. 첫사랑은 더하다.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 본문 13페이지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같은 반 친구 녀석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모이던 나를 포함한 사내놈들이 여느 날과 다름없이 모여 여느 날과는 다르게 자리를 비운 그 친구의 소식에 대해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누구 하나 아는 이가 없었다. 연락도 받지 않아 큰일이라도 난 건가 싶었으나 일단 내일은 오겠지 하며 그날을 지냈고 다음 날 다행히도 친구 놈은 다시 등장했다. 죽을 상이 된 얼굴로 건넨 한 마디는 임재범 노래가 그렇게 슬픈지 몰랐다였다. 첫사랑 이후로 찾아온 첫 이별에 호되게 당했나 싶었다.


첫사랑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애인과 잘 만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온갖 사랑 노래를 찾아가며 들어대던 놈이 차이고 돌아와서는 이별 노래만 미친 듯이 들었더랬다.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오면 눈치 없이 자꾸만 뛰어대는 심장이 왜 이러는지 몰라 미칠 것만 같다. 시선은 왜 자꾸만 상대의 입술을 바라보는지 모르겠고 양 손이 멀쩡하게 달려있건만 왜 저 손은 이리도 잡고 싶은지 알 턱이 없다. 괜스레 없던 힘과 의욕이 솟아오르면서 이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어떻게든 알리고 싶다. 모든 사랑의 순간마다 이럴 것이나 첫사랑과 함께 느끼는 이 모든 것은 처음이기에 보다 강렬하다.

 


그리워라, 뜨거운 임의 입술, 포도주보다 달콤한 임의 사랑. 임의 향내, 그지없이 싱그럽고 임의 이름, 따라놓은 향수 같아 아가씨들이 사랑한다오. 아무렴, 사랑하고 말고요. 임을 따라 달음질치고 싶어라. 나의 임금님,어서 임의 방으로 데려가주세요. 그대 있기에 우리는 기쁘고 즐거워 포도주보다 달콤한 그대 사랑 기리며 노래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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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영화, 드라마, 소설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미디어가 첫사랑을 간질간질하고, 순수하며, 풋풋한 설렘 가득한 대상으로 반영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첫사랑에 있어 이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며 우리의 시간에 강렬하게 내리 꽂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상대방을 갈구하는 뜨겁게 타오르는 원초적 욕구다.


입술과 입술을 맞대고 싶어 지고 당신의 손, 다리, 목을 만지고 싶어 지고 서로의 몸을 뒤섞으며 어떻게든 가능한 하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그 강렬한 욕구와 욕망의 범람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주체 못 할 용솟음에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른 체 그저 휘둘리기 바쁘다. 무성욕자가 아니라면 이런 욕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자 배움의 하나다. 이 강렬함을 한 번 느낀 후에야 비로소 이후에 찾아올 그 버람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다. 살아가면서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보다 의연하게 이 범람을 다스린다.

 

사랑에서 비롯된 이 욕구와 욕망은 어떤 때는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그저 상대의 육체만을 탐하고 있는 것만 같아 내가 사람이 아닌 한 마리의 짐승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자 인간인 우리는 모두 짐승이 맞다. 식물은 아니다. 육체적인 관계에 대한 욕망이 솟아오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죄악을 느껴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관계에 묶인 서로에게 이 강렬함을 느낄 때가 아닌 오로지 나만의 강렬함에 지배당해 상대를 그 아래에 굴복시키려는 욕구가 솟아오를 때뿐이다.


첫사랑과 함께 찾아오는 이 첫 강렬함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생에서 처음으로 해 볼 때 우리는 금방이라도 집어삼켜질 것만 같은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 진을 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내가 외줄 위에 서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아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냥 저 아래로 떨어지고 이 괴로움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지게 되고 우리는 이 외줄 위에서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법을 익힌다. 그 시간 속에서 몸에 새겨지는 상처는 사랑을 위한 명예로운 훈장이다.

 



사랑; 계속되는 처음이라는 모순



연애에 익숙해졌다는 말을 곧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슷한 행위를 계속하거나 자주 겪다 보면 처음만큼 낯설지는 않다. 연애도 그 낯섦이 점점 옅어질지 모르나 사랑에 익숙해진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나 혹은 당신의 인생에서 몇 번의 사랑을 경험 한들 그 모든 사랑은 새로운 처음의 사랑이다. 한 번 만났던 이를 다시 만난다 하여도 같은 사랑은 아니다. 상대방도 나 자신도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져있다. 정작 어제와 오늘의 사랑조차도 판이하게 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칭호가 달라붙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싶지만 이 사랑이라는 것만은 어떻게 해도 적응을 못 하는 듯하다. 심리학자들이 논문을 쏟아내고 출판사들이 끝도 없이 연애에 관한 책을 서점에 들이붓는 판국이지만 연인들은 싸움이 끊일 날이 없다. 모든 순간의 사랑이 처음의 사랑이니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저 우리는 또 다른 처음을 맞이한다는 것에 적응해 나갈 뿐이다.

 


사람은 아름다움에 끌리지만 사랑은 아름다움보다는 선함, 덕과 더 관계가 깊다. 사람은 선함을 일시적으로가 아니라 영원히 갖고 싶어한다. 뭔가를 영원히 갖고 싶어하는 것은 필멸인 인간이 불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본문 248페이지



한 때 무소유라는 이름의 유행이 불어닥쳤다. 갖지 않으려 할수록 행복해진다고 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사람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갖지 않으려 할수록 아무것도 갖지 않으려는 욕구를 마음속 깊이 갖게 된다. 욕심을 내지 않으려는 것과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욕심 내는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반복적인 모순의 뫼비우스의 띠를 그릴뿐이다. 우리 인간은 그런 존재로 태어났다.


사랑도 하나의 소유욕이다. 내가 연민을 품은 이를 나의 품 속에 가지려는 원초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순수한 욕구다. 욕구는 어째서인가 간혹 악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믿는 나에게 사랑이 선과 관계있는가에 대한 이 구절은 다소 불편하다. 사랑에 있어 존재하는 것은 사랑에 엮인 관계자 모두가 양보를 통해 서로의 욕구를 잘 조화시키는지 어느 한쪽의 욕구에 집어삼켜지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뿐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고 더욱 길어지며 보다 복잡하게 꼬일 여지만 늘어난다. 사랑이라는 이 띠 위를 달리는 우리는 끊임없이 주어지는 여지 속에서 모순을 반복하며 욕구와 마주한다. 사랑인지 욕구인지 알아보고자 이리저리 뒤집어 본들 결국 우리는 어딘가에서는 욕구로 어딘가에서는 사랑으로 마주 할 뿐이다. 필멸인 사람으로 불멸인 사랑을 추구하는 우리는 이토록 순수하게 욕망에 충실하여 아름답다.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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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

 


지은이: 김환영

 

출판사: 싱긋

 

2020년 2월 14일 초판 1쇄 발행

 

133*203mm 양장

 

296쪽

 

값 15,000원

 

ISBN 979-11-90277-25-9  03800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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