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위트로 꾸며진 현실체험공간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0.05.0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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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가 인사동에 상륙했다.


이탈리아에서 흥행했던 <인사이드 마그리트 Inside Magritte> 전시가 서울을 방문하였다. 마그리트의 기존 작품들인 회화와 사진, 다큐멘터리 등과 더불어 실감형 미디어 컨텐츠들이 새롭게 더해져 아시아 최초의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4월 29일에 시작되어 9월 13일까지 인사동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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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1898년에 태어난 그는 20세기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로서 이름을 남긴다. 그의 대표작들을 보면 ‘초현실주의’라는 말의 의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피사체를 의도적으로 다른 사물로 가린다든가(<사람의 아들>),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상상의 섬을 그린다든가(<피레네의 성>), 기껏 파이프를 그려놓고는 파이프가 아니라고 대범하게 선언한다든가(<이미지의 배반>) 하는 식이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이미지의 배반(1929)>

 

 

초현실주의 작품의 탄생은 당시 시대적 현실과 강력한 연관을 가진다. 19세기까지 산업과 경제의 발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재와 미래는 모두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물질적으로 찬란해지는 세계의 가치를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존의 사상과 가치들이 붕괴되고 물질이 인간성을 훼손하는 잔인한 현상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20세기의 초현실주의는 이러한 현실 가까이에서 만들어진 예술이었다. 인간의 본질이 파괴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믿었던 가시적인 물질문명의 광명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 작품세계를 통해 인간성이 파괴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초현실주의 작품에는 현실로부터의 탈출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위트 역시 담겨있다. 당시 예술계를 주름잡던 초현실주의는 프랑스의 다다이즘으로부터 출발한 초현실주의 예술이었다. 이 주류적인 초현실주의는 물질세계 속에서 기계화된 인간을 그리거나, 비현실적인 세계로부터의 탈주를 그리던 프랑스의 다다이즘의 정신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는 문명을 탈출하려는 주류의 노선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대중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초현실주의, 현대미술의 세련미는 이어받으면서도 대중적으로 공감될 수 있는 재치를 가지고 있었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우리는 역겨움과 공포가 아닌, 엉뚱함과 기묘함, 위트를 느끼게 된다. 어쩌면 상처받은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위트로써 위로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그리트 특유의 대중적 유머와 예술적 품위는 미술계에 머물지 않고 문학과 영상예술 등 예술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은 다양한 변주를 통해서 오늘날까지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 머물고 있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공중 성은 마그리트의 작품 <피레네의 성>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하늘에 둥둥 떠있은 탁한 회색빛 성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마법과 저주로 만들어진 상상의 성으로 재탄생한다. 마그리트의 재치에서 시작하여 탄생한 영화는 세계의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출판시장에 있어서도 새로운 디자인과 예술로 탄생하였다.  『불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국내의 대표적인 출판 그룹 민음사에서 발간한 밀란 쿤데라 전집 15권의 표지가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장식되어있다.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 <중절모자를 쓴 남자> 등이 밀란 쿤데라의 걸작들 전면에 자리잡아 이 문학작품들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표지로 사용된 마그리트의 <중절모를 쓴 남자>는 소설의 주인공 사비나가 알몸으로 중절모를 쓰는 명장면을 연상케 하며, 쿤데라 특유의 상상력과 재치와 얽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 책을 완독하고서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바라보는 표지의 그림을 통해 소설의 감동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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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작품들이 우리에게 주는 여운은 우리의 생활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는 것들이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세계적인 재앙 속에서 우리는 감염과 사망의 공포를 몸소 경험하며 살고 있다. 가시적인 폭력이 없는 상황에도 이러한 공포는 증폭되고 생활을 점점 위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그리트의 예술세계의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적 고통과 함께 살아 숨쉬는 오늘날,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에 온전히 젖어 스스로를 갉아먹기보다는 나름의 희망과 재치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인사동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을 방문을 통해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어쩌면 세계대전의 시대를 살며 초현실적 예술을 완성한 예술가의 재치가 우리의 현재에 돌파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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