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감정을 찾아가는 5m 길 끝에서 만난 우리, 썸원 썸웨어 [영화]

어디에나 있고 누구든지 겪는 그런 이야기
글 입력 2020.05.0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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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감기,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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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썸원 썸웨어’의 주인공 레미와 멜라니 두 사람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일상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동료와 웃고 떠들기도 하고 누군가와 썸을 타기도 한다. 하지만, 저녁이 되고 혼자 집에 돌아오면, 이리 저리 뒤척여봐도 잠에 들지 못한다. 결국 핸드폰을 켜고 SNS를 들여다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두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이 간 것은 나 또한 그런 삶을 살았고, 어쩌면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낮에는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지하철에서 내려 학교로 올라가는 언덕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 2500원짜리 아이스라떼를 계산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어쩌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바쁘게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저녁이 찾아온다. 저녁이 불러오는 어둠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 앞에서는 내면에 숨겨 놓았던 외로움과 우울감을 감출 수 없다.

 

어쩐지 허전하고 이 세상에서 나만 떨어져 나온 부품 한 조각같이 느껴지면, 어김없이 핸드폰을 켠다. 최근 시작한 SNS를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둘러보고 나면 유튜브에 올라오는 5-6분가량의 스넵 영상을 시청하다 불도 끄지 않은 체 잠이 든다.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밤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낭비한 시간이 나 자신의 우울감을 마주하기 싫어서 회피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라니와 레미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울감을 숨기고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받은 상처, 동생의 죽음이 불러온 자책감. 두 사람은 사실 왜 잠에 못 들 수밖에 없는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상처받았던 기억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회피하기만 했던 것이다. 자신의 우울감과 마주하기 보다 그들은 수면제라는, 핸드폰이라는 처방을 택한다. 그러나 진통제는 아픔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결국 스스로의 우울감과 마주하고 두렵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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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정신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우울감과 마주하기 위한 시도의 첫발을 내딛는다. 나의 경우에도 고등학생 때 생긴 불안감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본 적이 있다. 사실, 상담을 한다고 모든 마음의 병이 싹 낫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동굴 속에 자란 혹은 자기 자신만이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신과 상담은 나를 동굴 앞에 데려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멜라니와 레미가 처음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 상담사들은 그저 하는 일 없이 돈만 받아가는 한량들처럼 보인다. 외과 의사들처럼 먼저 증상을 물어보지도, 차트에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다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렇게까지 내 이야기를 아무 조건없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대화는 기브앤 테이크라고 했던가, 내 이야기를 하려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고, 상대의 말을 그렇게까지 귀담아 듣는 사람도 많지 않다.

 

사실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감정은 감기와 같아서 쉽게 옮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쁜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기쁘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감정이 처진다. 상담사들을 상담해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또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영화 썸원 썸웨어 에서도 레미를 상담해주던 상담사가 늘 환자 들이 앉던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상담사 또한 마음에 혹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구나 우울증은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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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정말 감기와 같다. 가볍게 걸리고 또 쉽게 괜찮아 지는 것처럼 보여서 누구도 그것에 깊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루쯤 쉬면 괜찮아 지겠지, 혹은 이정도쯤은 참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감기는 점점 몸집을 키워 독감처럼 무시무시한 병이 되어 돌아온다. 그때쯤 되서야 병원을 찾지만, 낫는 것은 쉽지가 않다. 걸리는 경로와 방법이 다양한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SNS로도, 누군가와의 연애로도 치료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내 우울한 감정이 시작된 원인을 찾아서 다시 상처받더라도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모난 돌은 깨뜨리고 깨뜨려야 매끈해진다. 우울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부딪히고 부딪혀서 매끄럽게 만들어야 무뎌질 수 있다.

 

 

 

두 사람에겐 가장 먼 거리, 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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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썸원 썸웨어’가 기억에 남는 또다른 이유는 기존의 로맨스물과는 다른 전개방식 때문이었다. 영화가 내세운 문구와 홍보만 보면 세상 달달하고 예쁜 사랑을 하는 두사람에 대한 이야기 일 것 같지만, 사실 레미와 멜라니는 자기 자신조차 버거워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5m, 옆집 거리에 살지만 두사람은 영화가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한번도 이렇다할 만남을 가지지 않는다. 식료품 가게에서, 거주하는 건물 앞 거리에서, 약국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이 그나마 존재하는 그들의 접점이다.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기대했다면 어쩌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나 자신조차 견디기 어려운 사람에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참 버겁고 어려운 일이다. 나 자신의 감정조차 잘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감정을 헤아리고 사랑해줄 수 있을까. 레미와 멜라니는 어쩌면 로맨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속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막상 누구와 만나도 실망스럽고 계획한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슬픈 감정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쁜 감정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지만 자기 자신도 모르게끔 내면에 감정을 숨겨둔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줄 감정이 없으니 받을 감정도 없는 것이다.

 

멜라니와 레미 두사람은 자신이 우울감을 느끼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 낸 후, 그것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 했어도 그 감정의 앞에 도달하여 부딪힐 준비가 된 순간 춤을 배우는 교실에서 만난다. 이제 두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을 나눌 수도,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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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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