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도서]

영상매체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리터러시
글 입력 2020.05.0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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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Youtube).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급속히 성장한 유튜브는 영상매체 시대를 이끌며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유튜브엔 세상 모든 정보가 있다. 흥미로운 영상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촘촘한 알고리즘은 이용자 개인에게 맞춤형 동영상을 제시하며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유튜브에 개인 영상이나 창작물을 업로드하는 '유튜버'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존재다. 이쯤 되면 유튜브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정보를 검색할 때 일반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를 사용할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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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같은 영상매체의 부상은 자연스럽게 문자 매체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대로라면 정말 문자 매체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말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버릴 것인가?

 

이 중요한 문제에 관해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는 긴 대담을 나눴다. 영상매체 시대의 문제점과 문자 매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에 따른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좋은 삶을 위한 리터러시는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짚어 나간다.

 

 

 

리터러시(Literacy) : 문해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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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러시(Literacy)는 무엇일까? 한국어로 '문해력'이란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유네스코의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고, 소통하는 능력' 이다. 넓게는 문자 매체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 등의 매체를 이해하고 활용하여 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리터러시의 개념은 시대와 함께 변화해 왔다.

 

세상은 점차 정보나 이야기를 ‘읽고 쓰기’보단 ‘보고 찍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인 예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스타그램에 접속하여 타인의 게시물을 구경하고 사진을 업로드한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도 눈에 담기보다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문자 매체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이런 현상을 보며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각 세대가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젊은 세대와 현 기성세대, 노인 세대가 자라온 환경은 모두 다르다. 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 및 사회 변동을 겪은 한국은 세대 간 차이가 유난히 극심하다. 노인 세대는 먹고살기 바빴으며 제대로 된 교육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뿐더러 주변에서 책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살아왔다. 반면 지금의 기성세대는 문자 매체가 가장 주류였던 시절 교육을 받고 공부해 왔으며, 현재의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왔기에 문자 매체보단 영상매체에 훨씬 익숙하다.

 

지금 사회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단 편을 나누고 갈라서기 바쁘다. 우리에게 리터러시는 계급을 나누고 개인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데, 우리는 '네가 난독증이어서 말을 못 하고 글을 못 읽는다'라고 상대를 비난한다. 이제 리터러시는 각자의 환경과 입장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젊은 세대가 유튜브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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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이 유튜브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세상은 문자 매체에서 영상매체의 시대로 변해가는데, 학생들은 여전히 수능시험과 대학 입학을 위해 수많은 텍스트를 공부하고 암기해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자 매체 기반의 교육은 삶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글은 시험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문학작품을 배울 때도 각자의 다양한 감상은 고려되지 않고 단 한 가지의 일관된 답만 주어진다. 시험 점수를 위한 암기와 요령만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자신이 보고 싶은 영상을 마음껏 시청할 수 있다. 정해진 답도, 반드시 읽고 공부해야 하는 것도 없다. 그저 자유롭게 둘러보며 자신의 흥미를 따라가면 된다.

 

문자 매체의 몰락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교육방식에 큰 책임이 있다. 사회가 시대에 맞춰진 교육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해 현재의 상황을 야기했다. 수단이 되어버린 글쓰기, 시험을 위한 문학과 비문학 지문, 일관된 답을 이끌어 내야 하는 독해는 결코 리터러시 능력을 제대로 향상시키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리터러시와 문해력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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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인의 독서율은 2019년 기준 평균 6.1권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양으로 따지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양을 읽는다.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하는 매체의 길이와 깊이는 아주 짧아졌다. 한자리에 진득이 앉아 책 한 권을 읽는 것과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 하며 수많은 정보를 슥슥 넘겨 보는 것의 차이는 아주 크다.

 

인스턴트식 정보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점차 자극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만 찾게 된다. 긴 글 읽기는 점차 힘들어지고, 읽기가 잘되지 않으니 쓰기 또한 당연히 어려워진다.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우리를 사로잡는 영상매체에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인터넷을 둘러보다 보면 우리는 '그래서 글의 핵심이 뭔가요, 짧게 요약해 주세요'라는 댓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긴 글을 읽고 사유하며 스스로 핵심을 요약하는 게 이젠 비효율적이고 피곤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깊이 읽기가 불가능해진 우린 결국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잃어버린다. 쉽고 빠르게 답을 찾으려 하고, 골똘히 고민하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불필요하다 여긴다. 필요한 지식만 그때그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은 이런 경향을 더욱 심화시킨다.

 

생각의 깊이가 얕아지니 타인을 이해하는 눈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타인을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단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기 바쁘다. 인터넷상에서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이들과만 어울리고, 상대방의 의견엔 무조건 반대하곤 한다. 문자 매체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매체만 무분별적으로 수용하게 된다면 이는 극심한 사회분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글을 읽는 행위는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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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매체 시대에도 문자 매체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읽는 행위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를 자연스레 몰입하게 만들고, 글의 주인공 또는 저자가 되어 색다른 시선으로 사유하게끔 만든다.

 

읽는 행위는 고독하다. '말'이 전부였던 구술문화 시대에서 읽고 쓰기가 가능해진 문자문화 시대에 돌입하자 시공간을 초월한 지식의 무한한 전달이 가능해졌다. 이와 동시에 인간의 자아와 내면이 형성되었다. 우리는 글을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거나 오롯이 혼자가 되어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행위는 종종 '여행'에 비유된다. 글로써 인간은 생각하고 세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글은 영상이 지니지 못한 탁월한 강점을 지녔다. 바로 유연성이다. 우리는 머릿속의 생각을 언제든지 글로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 그저 책상에 앉아 노트에 기록하거나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면 된다. 반면 영상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생각하는 대로 뚝딱 만들 수도 없고, SF나 판타지 장르의 경우 대규모 자본이 요구된다. 문자로는 아무런 한계 없이 상상의 나래를 풀어낼 수 있지만 영상은 그렇지 않다. 더불어 영상은 제작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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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과 인용 면에서도 글이 우월하다. 글로썬 여러 텍스트를 조합하고 변형하여 하나의 논리적인 텍스트를 만들 수 있다. 여러 논문을 참고하고 인용한 뒤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상의 경우 장르, 해상도, 색감, 음악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어 이를 하나의 일관된 영상으로 엮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가 소설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글이 지닌 특유의 속성 때문이다. 100명이 하나의 소설을 읽을 때 각자의 머릿속에선 모두 다른 100개의 세계가 펼쳐진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반면 영상은 똑같은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내용을 받아들인다. 글을 이해하는 데엔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영상은 그냥 보이는 화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어려운 글은 집중해야만 오롯이 읽어낼 수 있는 데에 비해 영상은 어떤 것이든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생각하고 해석해야만 이해할 수 있던 세상이 이젠 짧은 영상 몇 개로 간단히 요약되어버린 것이다.

 

영상매체는 인간을 점점 수동적 존재로 만들고 있다. 문자 매체와 영상매체의 불균형적인 성장은 우리의 사유능력을 저해시키고 나중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조차 바꿔버릴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심도 있는 이해 없이 표면만 보고 다 아는 것 마냥 행동한다. 사회 곳곳의 여러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며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소리치고 있다. 서로가 통합되기보단 점점 분열되고 있다. 사회를 통합시킬 새로운 방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삶을 위한 리터러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



이제 우리는 이제 텍스트와 영상을 대립적으로 분리하기보다는 각 매체가 지닌 장점을 살려 어떻게 하면 풍성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문자와 영상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지녔다. 문자와 영상매체의 장점을 동시에 활용하여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폭넓은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홍천여고의 독서토론은 두 매체를 조화롭게 사용한 아주 좋은 예시다. 홍천여고는 3단계를 거쳐 독서토론을 진행하는데, 먼저 책 한 권을 읽고 학생 모두가 질문을 만들어온 뒤 서로 묻고 답하는 비경쟁 토론을 한다. 이후 영화와 문학, 비문학 책을 각각 보고 읽은 뒤 토론한다. 마지막으로 '인생 토론' 이란 이름으로 각자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눈다. 학생들은 독서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 간다. 독서토론은 개인 모두가 자신의 존재를 존중받고 서로를 이해하는 장소가 되었다.

 

결국 현시대의 리터러시를 논할 때 중요한 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느냐, 영상을 봐도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지 간에 타인의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다. 하지만 단순히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은 왜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너와 나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리터러시는 출발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는 노력으로부터 사회는 점차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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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리터러시란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

모두를 해방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

서로에게 다리를 놓으며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삶을 위한 리터러시는 인간의 삶을 다면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한 가지 잣대로 누군가를 평가하기보단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편을 가르기보단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앎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문자 매체의 시대이든 영상매체의 시대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삶의 주인이 되는 리터러시, 좋은 삶을 위한 리터러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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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지은이 : 김성우, 엄기호

 

페이지 : 296p

 

펴낸 곳 : 도서출판 따비

 

가격 : 16,000원

 

발행일 : 2020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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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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