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LEADER] 클래식 칼럼니스트 - 클래식 음악으로 향하는 표지판

클래식 칼럼니스트 '이채훈'님과 함께한 인터뷰
글 입력 2020.04.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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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됐다. 알고 싶고, 보고 싶고, 공유하고 싶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시작된 모든 것에는 진심이 가득 담기기 마련이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칼럼니스트 ‘이채훈’님의 글에 가득한 모든 것처럼.

 
본인에게 그의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에, 본 인터뷰를 요청했다. 작곡가의 생애와 그 곡의 배경을 알면 음악을 더욱 잘 감상할 수 있듯, 음악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이채훈 칼럼니스트에 대해 더 알 수 있다면 그 울림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지금부터 아트인사이트와도 소중한 인연이 있는 책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의 저자 이채훈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Q. 안녕하세요, 이채훈 칼럼니스트님.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반갑습니다. 아트인사이트 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독자 여러분. 저는 MBC 교양 PD로 30년 가까이 일하며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미국 10부작>, <천황의 나라 일본> 등 대형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1번 타자로 활약한 이채훈 입니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비엔나의 선율, 마음에서 마음으로>, <21세기 음악의 주역 장영주>, <정트리오 3부작> 등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아주 행복했죠. 지금은 한국 PD 연합회에서 정책 위원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음악사를 공부하고, 음악 칼럼을 쓰며,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클래식 칼럼니스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클래식 칼럼니스트로서, 저는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느끼고, “이 곡 한번 들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도와드리기 위해 다양한 칼럼을 씁니다.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좋은 음악 친구가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클래식은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살아가고, 느끼며, 또한 사랑하며 이와 관련된 음악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서 전달하면 공감의 폭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말러는“나는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작곡을 한다. 말로 할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작곡을 하겠는가?”라고 했죠. 음악 자체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의 배경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특히 생소하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 용어를 자꾸 사용하면 독자들이 클래식에서 더 멀어질 수 있어요. 셰익스피어를 해설할 때 17세기 영문법부터 설명하면 더 어렵잖아요.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전문 용어보다는 한 곡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배경, 시대 상황, 작곡가의 에피소드 등을 풀어나가며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직접 듣고 감동을 받는 것은 청중들의 몫이죠.
 
 
Q. 어떻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칼럼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이채훈 칼럼니스트님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누나가 남겨주신 LP를 듣다가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깨닫게 됐어요. 음악 사랑이 한순간에 찾아온 거죠. 조금 늦었지만 음악을 전공해서 지휘자가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반대하셔서 전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 PD로 일하게 되며 음악 다큐멘터리를 여러 차례 만든 건 큰 행운이었죠.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모차르트 다큐멘터리 2부작을 만들었고, 그 직후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란 책을 냈는데, 그건 제작 후기 성격이 짙어서 클래식 칼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어요. 그 이후에 회사 후배이던 최승호 PD(MBC 사장 역임)가 2011년 PD수첩에서 쫓겨났을 때 “클래식 해설서 좋은 걸 추천해 달라”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요. 마땅한 해설서가 떠오르지 않아 “내가 써 줄게” 하며 1주일에 두세 꼭지 써서 보내준 게, 저에게 있어 본격적인 클래식 칼럼의 시작이었습니다.

2012년, 김재철 사장에게 반대하는 파업 도중 클래식 칼럼을 통해 부도덕한 경영진을 비판했는데, 그 때문에 미움을 사서 그해 말 MBC에서 해고됐어요. MBC라는 보호막 안에서 평생을 살아왔는데 황야에 던져지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앞으로 뭘 하며 살아갈까 생각하다가, “그래,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자, 설마 굶어죽기야 할까?”결론짓고 클래식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못했으니 작곡도, 연주도 할 줄 모르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는 있으니 ‘클래식 음악사를 공부하자.’ ‘공부한 내용을 글로 쓰자.’ 이렇게 된 거죠. 이 글들을 <미디어오늘>, < PD저널 >, <참여사회> 등 여러 매체에 연재하면서 하나하나 책으로 발표했고, 그러다 보니 ‘클래식 칼럼니스트’란 타이틀이 자연스레 붙게 된 거죠.
 

Q. 클래식 칼럼니스트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특별한 소양과 공부가 있나요? 어떤 과정을 기반으로 하는지, 해당 직업을 따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궁급합니다.
 
특별히 직업 훈련처럼 준비된 과정은 없어요. 클래식 칼럼을 쓰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우니 음악전문 신문이나 잡지의 기자로 일하든지, 인터넷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 보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네요. 무엇보다 자신이 클래식 음악을 깊이 사랑하는 점이 제일 중요하죠. 저는 평소 “클래식은 아는 만큼 들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만큼 아는 것.”이라고 강조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이것저것 알아가고 싶은 마음처럼, 음악을 사랑하게 되면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레 공부를 하게 되죠. 그 공부를 다른 분들과 나누기 위해 글을 쓰면 그게 클래식 칼럼을 쓰는 첫걸음입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분들은 분명히 유리한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칼럼니스트 최은규님은 서울 음대 기악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후 부천 필하모닉 단원으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공부하며 좋은 칼럼을 쓰고 계십니다. 음악 전공자인데 글도 단정하고 언제나 신뢰할 만하지요. 또한 지휘자 구자범, 작곡가 류재준 등 전문 음악인의 칼럼은 아마추어의 글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이와 내공이 있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꾸준히 글을 쓰지는 못하시는 것 같네요. 음악을 깊이 사랑하는 언론인들은 글쓰기 훈련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글을 씁니다. 특히 동아일보 유윤종 기자,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취재력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클래식 칼럼을 쓰고 계십니다.

전공자도 아니고 언론인 출신도 아니지만 훌륭한 칼럼을 쓰는 분으로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문하연님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그가 오마이뉴스와 인천 투데이에 연재한 ‘사연이 있는 클래식’은 작곡가와 그 작품에 대해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꼼꼼히 읽고 매우 깔끔하게 정리하여 작성된 글들입니다. 쇼팽, 슈만에 대해 그가 쓴 글을 보면, 그가 이 작곡가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문하연님은 “음악에 대한 사랑만 확실하다면 누구든 클래식 칼럼니스트에 도전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는 훌륭한 선례입니다.

음악 사랑이 없는 음악 지식은 공허합니다. 필요한 공부요? 저는 국내에 나와 있는 음악사 책과 음악가 전기는 눈에 띄는 대로 다 읽고요, 중요한 내용이 있는 영문 서적도 참고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창작된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유럽 역사에 관한 책들은 물론 스탕탈, 호프만, 플로베르 등 19세기 소설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못했으므로 전공자들이 만든 유튜브 콘텐츠인 ‘또모’, ‘클래식타벅스’, ‘김윤경의 소소한 클래식’ 같은 동영상도 제겐 좋은 공부가 되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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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클래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가장 크게 매력을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음악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됩니다. 당연히 제 글을 읽으신 분이 그 음악을 듣고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실 때가 가장 기쁘고 보람 있죠. 음악은 혼자 듣는 것보다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함께 듣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 강연에서 제가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음악을 들려드렸을 때 사람들이 음악에 몰입하고 즐거운 반응을 보여주시면 신이 납니다. 가령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의 느린 악장을 들려드리면서 이 곡을 작곡할 때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건네는 화해의 마음을 읽어드렸더니 박수가 나왔는데, 이럴 때 굉장한 행복감을 느끼지요.

음악은 언어보다 더 강렬한 소통입니다. 소통이 이뤄지는 순간처럼 매력적인 때는 없습니다.

  
Q. ‘클래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느꼈던 고충은 무엇인가요?
 
음악 용어를 가급적 안 쓰려고 하는데 부득이 써야 할 때가 있어요. 레가토, 스타카도, 피치카토처럼 이탈리아 말로 된 연주법과 ‘알레그로 콘 브리오’, ‘아다지오 몰토’ 같은 지시어가 대표적이죠. 그럴 때는 “이건 특별한 음악 용어가 아니라 그냥 이탈리아 말일뿐이니 겁먹을 필요 없다”라고 설명하며 간단히 주석을 달곤 합니다.
 
하지만, 별생각 없이 E♭장조, A장조란 말을 사용하니까 이게 뭔지 잘 몰라서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걸 설명하려면 길어지니까,, 조금 곤혹스럽죠. 제가 피아노를 잘 친다면 설명드리기 수월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워요. 학교에서 누구나 음악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이에 대한 부딪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섬세히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나름 쉽게 쓴 칼럼을 읽고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실 때 좀 난감합니다. 글을 잘못 썼다는 뜻이니까요.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죠.

강연하러 가서 “궁금한 것 질문하시라”면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고충이라면 고충이죠. 어린이들처럼 당당하게 질문하면 좋을 텐데, “이런 것도 모르니 부끄럽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모든 질문은 좋은 질문입니다.“소나타가 뭐예요?”, “오케스트라는 왜 이렇게 구성됐어요?”, “악장 사이에는 왜 박수를 치면 안 되죠?”, “여자 작곡가는 왜 적은 거죠?” 이런 질문은 음악사의 중요한 화두와 연결되니 재미있게 답해 드릴 수 있는데도 질문을 주저하시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이런 흔한 질문들을 모두 모아서 답변해 드리는 책을 하나 쓸까 싶기도 합니다.
 
클래식을 잘 안다고 뽐낼 일이 아니듯, 잘 모른다고 부끄러워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음악에 대한 취향도 제각각이니 그냥 즐기시던 음악을 즐기시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클래식은 동서양을 떠나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클래식까지 음악 취향을 살짝 확장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지요. 그걸 도와드리기 위해서 저와 같은 클래식 칼럼니스트가 있는 것입니다.
 
 
Q. 클래식 칼럼니스트로서의 활동을 포함해 이전의 방송국 PD, 팟캐스트 진행 및 강연 활동 등으로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고 계시는데, 그 활동들로 인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변화된 반응을 가깝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저는 도서관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클래식에 입문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깨닫고 놀라죠. 그 놀람과 함께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보다 클래식 음악을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비발디의 ‘봄’이 핸드폰 통화 대기음으로 나오고, ‘엘리제를 위하여’가 자동차 후진 음으로 나오죠. 지하철이나 등산로 화장실에서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예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은 서양음악인데 우리가 왜 들어?”라거나, “클래식은 부자와 부유한 계층이나 듣는 음악”이라는 편견이 많았는데, 이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고, ‘나도 들어봐야지’ 생각하시는 분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같이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무대를 누비고, 대중들이 ‘클래식 한류’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두드러지는 잠재력은 의심할 바 없습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한국의 청중들이 가장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이라며 한국에서 연주하는 게 참 좋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도 클래식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돈 안 들이고 클래식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많잖아요. 유튜브 콘텐츠도 음질과 화질이 훌륭해서 음악 감상에 손색이 없습니다. 누구든 부담 없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아, 인터넷 하니까 떠오르는데요, 제가 진행하는 팟 캐스트 ‘이채훈의 킬링 클래식’은 MBC에 있을 때 만들던 음악 다큐멘터리에 비하면 전파력이 상당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더군요. 상상도 못했던 많은 분들이 이를 듣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적이 있어요. 지리산에 사는 친구들은 물론, 중국, 호주, 영국 등 외국에 있는 지인들이 늘 듣고 있다고 연락해 주고, 만난 지 2~30년 된 친구들이 팟 캐스트를 듣고 제 강연에 찾아오는 일이 가끔 일어납니다. 사실 젊었을 때는 이 힘든 세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랄까, 불편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 클래식 칼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제 삶의 의미 중 큰 부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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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칼럼니스트님의 책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를 직접 읽으며 다시 한번 클래식 음악과 문장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칼럼니스트님께 음악을 글로 전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연주를 할 줄 모르니 글을 쓸 수밖에 없어요. 연주자들은 청중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피 땀 어린 노력을 하잖아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도 그에 버금가는 노력을 해야 청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면 그만큼 준비를 해야 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자들은 물론, 고생하시는 음악가들에게도 미안한 일이 되겠죠. 음악을 글로 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음악으로 가는 길을 글로써 안내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은 음악의 숲을 산책할 때 여기저기 서 있는 표지판이나 안내판 같은 역할을 해요. 산책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표지판과 안내판도 존재 의의가 있는 거지요.
 
 
Q. 칼럼니스트님이 직접 쓰셨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간단한 이유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문장은 없지만, 출판사에서 책 표지에 뽑아 놓으신 구절 “모든 언어가 멈추었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았다”란 말을 자꾸 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 장례 음악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쓴 표현인데요(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책 본문 105쪽),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슬픔 앞에서 모든 언어는 빛을 잃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음악은 솟아났다.”라는 맥락이에요. 음악이 주는 위안이 언어로 건네는 위안보다 더 강렬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고요.

세상은 여전히 살기 어렵고, 나이 들수록 사람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말로 표현하면 충돌하기 일쑤입니다. 모든 게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음악이 필요한 시간이지요. 인류가 어리석게 서로 싸우다가 멸종하는 날이 오더라도 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는 동안 인류는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했는가,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언어가 멈추었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아 있는 것이지요.
 

Q. 하나의 글을 작성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알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님은 글을 쓰기 전, 대게 어떤 방식의 사전 준비와 조사를 거치시나요?
 
소개해 드릴 곡목을 선정하고, 유튜브 링크 중 좋은 연주를 고르는 게 제일 먼저입니다. 그다음은 이 시점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화두를 생각하죠. 이 화두에서 얘기를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현실의 화두와 해당 음악을 연결할 고리를 찾아내죠. 대개는 이 연결고리가 나타납니다. 음악은 현실 속에서 태어났고,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다음 음악의 배경, 작곡가의 의도, 당시 시대 상황 등을 간략히 설명한 후 마지막으로 저만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합니다. 글을 끝까지 쓰고 난 다음에는 독자 입장에서 읽어봅니다. 중복되는 단어를 제거하고, 단락 순서를 바꾸고, 핵심 문장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마무리 손질을 합니다.
 
이런 과정으로 글을 쓰게 되는데요, 해당 곡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명곡 해설집을 참고하고,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기억나는 인상적인 대목들을 찾아서 인용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네이버 캐스트 등 인터넷도 검색해서 참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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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트인사이트 독자분들께 칼럼니스트님이 좋아하시는 클래식 음악 칼럼 혹은 책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클래식 서적 중 제일 좋은 것은 역시 그 작곡가를 가장 사랑하시는 분이 쓴 책입니다. 가령 베르디 오페라를 알고 싶은 분에게는 유명한 베르디안 전수연님이 쓰신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가 제일 좋은 책입니다. 저는 베르디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베르디가 이탈리아의 통일 독립운동에 앞장선 훌륭한 오페라 작곡가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베토벤에 대해서는 나성인님이 쓴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이 좋지요. 저자가 얼마나 베토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잘 느껴집니다. 최은규님이 쓴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는 얇은 책인데, 교향곡의 역사를 통해 음악사의 핵심을 잘 정리한 책입니다. 요즘은 절판됐는지 서점에서 찾기가 어렵네요.

포노에서 나온 음악가 전기 시리즈도 좋아요. 작곡가의 생애와 사랑, 고통과 열정을 이해하면 음악이 더 잘 들리니까요. 읽기에 부담도 없고, 음악 CD가 두 장씩 들어 있어서 가성비도 좋아요.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김성현 기자가 쓴 책이 있는데, 모차르트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의 음악을 반추하는 형식이라 재미있습니다. 언젠가 이보다 더 나은 책이 나올 날 또한 오겠지요?
 
 

Q. 클래식 칼럼니스트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비틀즈의 <헤이 주드>도 클래식이 될 수 있어요. 팝송과 영화음악 중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곡들이 새롭게 클래식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음악학자 마르틴 게크는 <어렵지만 가벼운 음악 이야기>에서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 칠레의 싱어송라이터 빅토르 하라, 그리고 1960년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비틀즈를 어엿한 ‘20세기 음악가’로 꼽았습니다.

<헤이 주드>에는 “Remember to let her into your heart, 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라는 가사가 나오지요. “먼저 마음속에 그녀를 잘 넣고 그다음에 시작하라”라는 말인데, 클래식 칼럼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음악 사랑을 잘 심어놓는 것이 제일 먼저겠지요.

사무치게 사랑하는 곡에 대해서 써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나만의 느낌, 나만의 경험을 쓰시는 것입니다. 작곡가의 삶과 사랑,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아보고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울림이 있는지 귀 기울여 보십시오. 연결되는 울림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진솔하게 풀어서 쓰는 것이지요. 그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 자기의 귀와 자기의 마음으로 그 음악을 듣게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지요.
 
저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책 본문 353쪽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음악을 듣고 감동한 것은 다른 이들이 음악에서 받은 감동이 내 마음속에 공명을 일으킨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이 점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소통하는 음악 듣기, 소통하는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Q. 본인에게 클래식이란?
 
클래식은 머리를 좋게 해 주지도 않고, 불합리한 세상을 바꿔주지도 못합니다. 나를 평생 행복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클래식이 있기에 우리는 험한 세상에서 위로받고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습니다. 클래식은 문학의 고전과 마찬가지로 삶의 고통을 견디는 영혼의 근력을 키워줍니다. “인간은 베토벤을 통해 신에게 얘기하고, 신은 모차르트를 통해 인간에게 얘기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예술이 음악이고, 또 클래식입니다.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게>의 가사를 인용합니다.


“너 아름다운 예술이여, 세상이 어두울 때마다, 삶의 잔인한 현실이 나를 옥죌 때마다, 너는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의 불을 지폈고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지. 너의 하프에서는 종종 한숨도 흘러나왔지. 너는 언제나 달콤하고 신성한 화음으로 더 나은 시절의 천국을 내게 열어주었지. 아름다운 예술이여, 네게 감사할 뿐.”


-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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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인류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위로가 아닐까.

이채훈 칼럼니스트는 말했다. “음악은 현실 속에서 태어났고,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때도, 지금도 현실은 냉혹하며 사람은 살아간다. 그 길고 긴 시간 안에서 인류가 인류에게, 어쩌면 그들과 같은 차가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한 따뜻한 위로에 우리는 공감할 수밖에.
 
시간을 초월한 위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안내해 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칼럼니스트들. 이들의 안내에 발맞춰 현실을 걸어보자. 분명 오랜 시간 지속될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이채훈 칼럼니스트님'S PICK

 

 

코로나 때문에 인류가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말러의 ‘아다지에토’가 떠오릅니다.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삽입된 곡인데요, 주인공 아셴비흐는 휴양지 베네치아에서 미소년 타지오에게 애틋한 사랑을 느끼지만 역병에 걸려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 깊어갈수록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지요. 이때 흐르는 선율, 바로 아름다운 ‘아다지에토’입니다. 말러가 사랑하는 아내 알마에게 결혼 선물로 준 곡이지요.

세계 피겨 스케이팅의 스타 고르디예바는 사랑하는 남편 세르게이 그린코프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실의에 쓰러졌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세르게이를 잃은 고르디예바에게 그 충격은 세상의 종말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달 후 다시 일어나서 이 ‘아다지에토’에 맞춰서 아이스링크를 누볐습니다. 고르디예바는 “세르게이가 옆에서 함께 춤추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사랑과 죽음의 테마를 아름답게 묘사한 이 공연은 <삶의 찬가>란 제목으로 전 미국에 생중계됐죠. 슬픔을 통해 고결함을 얻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책 본문 301~304쪽)

- 고르디예바 <삶의 찬가>, 말러 ‘아다지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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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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