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개들의 섬',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영화]

지구의 날에 봐야 할 애니메이션 영화
글 입력 2020.04.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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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되새기기 위해 지구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지구의 날이 탄생하게 되었다. 과거에 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법령이 제정되고 또 시행되었지만 현재 지구의 상태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의무감에 따른 일상생활 속 환경 보호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단계는 이제 지나 버렸다. 우리가 감히 지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이 바라보는 지구는 어떠 한지 등 우리의 현실 감각을 일깨워 줄 계기가 꾸준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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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여,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해온 인간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 혐오자인 고바야시 시장은 개 독감의 위험성을 이유 삼아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방출시키는 법을 통과시킨다. 고바야시 시장의 양자 아타리는 자신의 유일한 벗이었던 경호견 스파츠를 구하기 위해 혼자 경비행기를 타고 쓰레기 섬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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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섬에 살고 있던 렉스, 킹, 듀크, 보스 그리고 떠돌이 개였던 치프까지 자연스럽게 아타리가 스파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타리는 개들과 함께 한 쓰레기 섬 여정 속에서 그동안 인간이 개들에게 해온 만행을 알게 되고 스파츠와 꼭 닮은 치프와 둘도 없는 우정을 쌓게 된다. 개들의 섬 폭파 계획을 알게 된 후 아타리와 친구들은 시장의 결정을 막기 위해서 쓰레기 섬을 떠나 시장이 있는 메가사키 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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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는 인물과 대사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다. 일본으로 배경을 설정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미국에서 제작된 것을 고려하면 관객과 소통하는 주 언어가 영어라는 점에서 이 배경 설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극 중에서 인간은 일본어를 사용하고 개들은 영어를 사용한다. 또 우리나라에 수입된 판본도 영어로 표현된 대사들, 즉 개들의 말만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현실과는 다르게 관객들이 인간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개들의 말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소통의 주체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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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섬>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즉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 형태를 직접 만들어서 촬영한 것이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1초에 사진 24프레임을 사용하여 실사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모션을 표현해 내는 반면, 웨스 앤더슨 감독은 1초에 사진 12프레임을 사용하는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약간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서툴게 표현하면서 괴기함과 신비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와 함께 나타난 영화 특유의 박자감은 감상의 재미와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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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표현 방식과 신선한 스토리라인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개들의 섬>이 일본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감상해 보면 일본은 주제 표현을 위한 배경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부정적인 인간의 표상으로 표현되며 이를 지적하고 행동하는 주체는 외국인 유학생 오라클이다. 어떠한 대상 또는 현상을 비판하고 풍자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동양과 서양을 바라보는 분리된 시각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스파츠, 치프를 포함한 애니메이션 속 개들이 사람처럼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복종하는 존재로 그려졌다는 점도 아쉽다.


쓰레기 섬에 버려졌음에도 인간에 대한 충실함을 잃지 않는 개들에 대한 설정은 한편으로 우리의 행동을 반성하게 하지만 동시에 개들의 한계와 같이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타리가 메가사키 현에 도착하였을 때 시장의 태도가 급변하는 장면 역시 무리한 스토리 전개로 평가받는 부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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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아쉬운 점을 품고 있지만 지구와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 <개들의 섬>은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하고 여러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며 그 이름을 날렸다. 2018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전주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여러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영화들과 함께 지구와 생명체를 마음대로 휘두를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사실을 각성하고, 앞으로의 과학기술 발전이 환경지향적으로 행해져야 함을 되새길 수 있는 지구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

 


[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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