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벨 에포크 시대 물랭루즈를 담다. - 툴루즈 로트랙 전시

독창적인 화풍으로 혼자만의 길을 가다.
글 입력 2020.04.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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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시대를 꽃피우다.



지난 일요일은 후기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툴루즈 로트렉전을 관람한 날이었다.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싶어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인 10시 30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어 놀라움과 동시에 로트렉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서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캉캉 댄스를 추고 있는 댄서들의 사진과 로트렉의 사진, 그리고 당시 물랑루즈의 거리 일부를 재현한 공간이었다. 주로 빨간 색으로 구성한 배경이나 입구 천 등의 색깔은 아리스티드 브뤼앙 포스터의 빨간 목도리를 떠올리게 했다.

 

 

 I don't belong to any school.

 I work in my corner. I admire Degas.

 

나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는 내 멋대로 그림을 그릴 뿐이다. 

하지만 나는 에드가 드가를 존경한다. 


-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전시회의 도입 부분에서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대로 불리는 벨 에포크 시대의 다른 화가들의 연도표를 찾아볼 수 있었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에드가 드가, 폴 세잔, 폴 고갱, 반 고흐, 오귀스트 로댕 등 서양미술사를 꽃피운 유명한 화가들이 모두 이 시기에 활동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인상주의가 활약했었는데, 로트랙의 그림은 사실 그가 인상주의 작가들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양식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로트랙과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이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은 의외였다.


전시회 벽에 쓰여있는 위의 로트랙의 말을 통해서 로트랙 자신도 특정 유파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로 가고자 하는 그의 신념을 알 수 있었다.

 



말을 통해 자유를 사다.



Le Jockey.jpg

 


툴루즈 로트랙전을 보기 전에는, 로트랙의 그림인 <세탁부(로자 라 루즈)>, <여성용 모자점 주인>, <침대> 등의 작품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예상했지만, 이번 전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들은 색체가 화려한 그림들이라기보단 연필로 그린 드로잉, 포스터, 단색의 석판화 작품들이었다.


그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화실에서 배우기 전인 14살 시절의 드로잉부터, 요양원에서 그린 말 드로잉까지 다양하고 현대적인 드로잉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더 새롭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요양원에서 그린 그림들은 그가 기억을 더듬어서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란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말에 대한 그의 애정이 깊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석판화 <경마>에서의 말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역동적으로 뛰어다닐 듯한 그 모습이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말의 근육과 구조를 기억해서 상상으로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까지 그가 수없이 많은 말을 그려왔음을 다른 드로잉을 보지 않고도 이 석판화 한 장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미니멀한 구성의 포스터



‘Section 2와 Section 7’  공간에서는 로트렉이 파리의 밤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했던 상업적인 광고 포스터 31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인물의 개성과 특징을 잡아서 강조하고 나머지는 시원하게 여백으로 비운 미니멀한 구성과 4개의 강렬한 색으로 이루어진 로트렉의 포스터는 같은 시대를 살았으나 전혀 다른 아르누보 풍을 보여준 알폰스 무하의 장식적인 문양과 다채로운 색감, 화려한 꽃과 덩굴 등으로 이루어진 포스터와는 확인히 대비되었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도슨트 설명에서는 이런 로트렉의 솔직하고 담백한 특징이 그를 현대 포스터의 선구자로 만들어 주었다고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됨과 동시에 상업적인 포스터를 순수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린 것은 무하도 로트랙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고전을 연구하고 기술의 극한에 도달한 무하식 화풍을 개인적으로 애호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이기도 하지만… 로트렉이 그 당시 모던한 기법을 적용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당시의 수집가들도 로트렉의 그런 점을 높이 평가했고, 그만큼 그의 포스터의 인기가 엄청나 길거리에 붙여져 있는 로트렉의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전시회의 마지막은 로트렉의 일생을 12분의 영상으로 감상하며 끝이 난다. 태어나면서부터 가문의 근친혼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14살에 양쪽 다리가 부러지고 매독과 알코올 중독으로 서른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짧은 삶 동안 드라마틱하고 슬픈 사건들이 있었지만 우울에 젖는 대신 유쾌한 시선으로 파리를 그려낸 그의 의지가 대단했고, 만약 로트렉이 파블로 피카소처럼 91세까지 오랜 삶을 살았다면 더 멋진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짧은 생을 살았으면서도 5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1.14 ~ 2020.05.0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현대씨스퀘어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윤수현 태그.jpg

 


[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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